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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헤드라인

“사랑의 총량을 늘리는 게 우선이다” (김형오 의장, 손석희 시선집중 인터뷰 후기)

 

        “사랑의 총량을 늘리는 게 우선이다” 
         

               - 김형오 의장, 3.18(목) 생방송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 후기



오늘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생방송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바로 몇 시간 전 일이지요. 18대 국회의장 취임 후 많은 방송 출연을 경험했지만,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처음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시선집중에서 제가 발표한 사형제 반대 입장에 대해 인터뷰 요청을 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제 공식적으로 제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사형제도에 대한 제 생각과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생명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이고 천부적 권리이므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아무도 박탈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오늘 인터뷰에서도 역시 똑같은 입장을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라디오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생방송 인터뷰에서 시간제약 등으로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더군요. 꼭 청취자들에게 들려주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그건 바로 1년 전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과의 만남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 입적하신 법정스님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정신적 지도자로 크나 큰 존경을 받던 추기경님과의 만남은 저의 사형제 폐지에 대한 신념을 더욱 굳건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가운데)과 김형오 국회의장(오른쪽 두번째).
                         유인태 의원(오른쪽 끝)과 노회찬 의원(왼쪽 끝) 등도 함께 했다. (2005년)
                         외국인 여성은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원작자인 헬렌 프리진 수녀.


저는 2005년도 봄, (5월 20일로 기억됩니다) 유인태 전 의원 등 몇몇 뜻있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혜화동 성당으로 김수환 추기경님을 찾아뵌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추기경님과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지요. 그 때 우리는 저를 포함한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에 이르는 175명의 여야의원이 서명동의해 사형제 폐지법안을 발의했었습니다.


추기경님은 “인간의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사형제 폐지의 당위성에 대해 말했습니다. 추기경께서는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는 이유들을 보면 ‘네가 한 목숨을 빼앗았으니 너도 목숨을 내놔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만약 남의 눈을 빼앗은 자에게 그 눈을 내놓으라는 식으로 법률을 만든다면 아무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기경께서는 “이제 결단은 정치권에 달려있다”며 “사형제 폐지법안이 국회에 통과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더욱 노력해달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또 김수환 추기경님을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사형제 폐지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으나, 국회의원의 압도적 다수가 발의한 그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되어 버렸습니다.


그날 추기경님과 더불어 저를 감동시킨 스토리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을 실천하고 계신 참으로 훌륭한 분이었지요. 그 분은 바로 2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유영철 사건의 피해자, 즉 가족 3명을 유영철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아버지 고모씨(63세)였습니다.


추기경님과의 만남에 동석한 고씨는 “유영철을 사형시킨다고 죽은 자식이 살아오겠느냐”며 역시 사형제 폐지에 뜻을 같이했습니다. 고씨는 “그런다고 남아 있는 우리의 가슴이 편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큰마음으로 용서하고 새로운 삶을 살자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추기경께서는 자신의 분노를 승화시켜 사형제 폐지에 동참한 고씨의 앞날을 축복해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추기경님과 고씨의 대화에서 용서가 마침내는 사랑으로 피어 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목격했습니다. 참으로 벅찬 감동의 현장이었습니다.


용서할 수 있는 사회, 용서를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나라. 그리하여 결국에는 사랑의 총량이 더욱 커져서 소중한 공동체 의식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끝)



 

♣ 참고 자료 ♣

1.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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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합뉴스 기사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 김형오 국회의장은 18일 사형집행 재개 논란과 관련, "사형제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인간의 생명은 존엄한 천부적 가치이자 권리로, 공권력이라고 해도 생명을 빼앗아가는 것은 금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17대 국회때 유인태 전 의원 등과 사형제 폐지법안을 낸 적이 있다"면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형제 유예도 법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정쩡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폐지법안을 내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2건의 사형제 폐지법안이 제출돼 있으나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는 또 "21세기 세계 문명국가 반열에 들어간 나라가 구시대적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면서 "`흉악범이 있는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할 수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차분해야 한다.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감형없는 종신형, 사면복권 없는 무기징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호감호제도 재도입 방안에 대해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면서 "(다만) 재범의 가능성이 많다든지 사회적으로 격리가 필요한 흉악범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개헌 문제에 언급, "국회의원 절대다수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 하겠다는 것으로, 불필요성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87년체제 헌법'은 두달 만에 만들었는데 현재 국회의장 자문기구에서 1년여에 걸쳐 연구를 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개헌이 차기 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누구를 의식해서 하는 개헌은 있을 수 없고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