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아동성범죄 대책 토론회.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말인데요.
국민들이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에 더 분노했던 이유는 '소 잃고 고쳤어야 할 외양간이 여전히 부실한 상태'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혜진·예슬이 사건과 조두순 사건, 김길태 사건 등.
최근 연이어 터진 아동성폭력 사건들과 그 후 쏟아져 나온 수 많은 대책과 개선안들.
하지만 문제는 이 대책들이 적용되야 할 현장에서는 이 수 많은 개선안들의 실효성에 대해 아직은 회의적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국회 아동 청소년 미래포럼 주최로 '아동 성범죄 예방, 사회 안전망 구축에서 해결책을 찾다!'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우리 이명숙 변호사는 "최근 논의 중인 아동성범죄 대책들이 대부분 성폭력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극한 내용의 처벌 법안 위주의 논의만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마련된 법안을 실효성 있게 할 방안이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다각적이고 전반적인 검토나 연구에 대한 논의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명숙 변호사는 최근 논의 중인 가해자 처벌 위주의 대책들이 현장에 적용됐을 경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는데요.
다음은 이명숙 변호사가 밝힌 최근 논의 중인 아동성범죄 대책의 허와 실입니다.
"현행 법정형 및 양형기준을 잘 운영하기만 해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한 형벌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낮게 구형하고 낮게 선고하는 검찰과 법원의 관행입니다."
이명숙 변호사는 법의 상한선을 높이는 것보다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의 구체적인 전과 내용과 범행의 잔혹성, 방법, 수단 등 죄질의 정도, 피해자의 관계 등 여러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하한선을 정하는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변호사는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련한 음주감경요인에 대한 양형기준에 대해서 실효성이 의심되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대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부산여중생살인사건의 가해자인 김길태도 술을 먹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1일 '아동 대상 성범죄를 위해 술을 마신 범죄자는 가중 처벌되며 술을 마시고 범행했어도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면 양형 감경요소로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양형기준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어떤 성폭행범도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고자 술을 마셨습니다'라고 자백할 리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음주로 인한 성폭행으로 가중될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재판부가 '심신미약이라고 인정하느냐' 여부에 따라 형을 감형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만큼 음주를 하더라도 감형만 가능할 뿐 가중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은 원칙적으로 양형감경요소로 적용하지 않음은 물론 추가적 가중사유로 하는 양형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성범죄 가해자가 차게 될 전자발찌.
법무부는 전자발찌로 인한 재범율이 법시행 1년 6개월 동안 574명 중 1명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에 대해 이명숙 변호사는 전자발찌법이 시행된 뒤 이를 부착한 자는 죄질이 가벼워서 1년 6개월 이내의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거나 집행유예형을 받은자, 혹은 '재범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서 가석방으로 석방되는 자 등에 불과하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통계낸 재범율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신고되는 성범죄 사건 중 일주일에 1건 이상이 친부, 친족에 의한 사건입니다. 친딸에 대한 성폭력을 일삼는 친부에게 전자발찌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이 변호사는 성폭력 범죄자 중 1~2%만이 전자발찌의 논의 대상이 될 뿐 대부분은 전자발찌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과 전자발찌가 범죄인의 성향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닌 단지 부착한 기간 동안의 억제 효과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들며 엄청난 비용과 위헌 시비까지 떠안으면서 무리하게 전자발찌법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다시 검토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화학적 거세 법안 논의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화학적 거세 논의 또한 그 대상이 100명의 범죄자 중 1~2명에 불과한 극소수의 범죄인을 위한 극약처분에 불과하고 그 효과 또한 3% 정도로 미미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나마 3% 상당의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약물을 투입한 기간 동안 성범죄자에 대한 교정교육이 수반되야 하는데 우리에겐 이를 위한 전문가 집단이나 시설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화학적 거세 방안도 전자발찌와 마찬가지로 교정효과보다는 약물을 투입하는 기간 동안 재범을 억제할 수 있다는 기간 연장의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이 변호사는 사건이 터진 후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법을 시행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법을 현장에 맞게 활용하고 성범죄에 관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선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성범죄 사건이 터질때만 쏟아져 나오는 단발적 법안이 아닌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 마련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입니다.
Posted by 포도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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