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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한진중공업 사태,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막 호소

한진중공업 사태,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막 호소


  김형오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태도 더 악화되었습니다.
직접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가세하면서 영도는 심야의 난투장이 되었습니다. 사측은 용역직원을, 노측은 노동단체와 알 수 없는 사람들까지 가세해 충돌했습니다. 일부는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됩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그동안 중재와 타협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서 단언하건대
이대로라면 희망은 없습니다.

제 지역구 일이기 때문에 가슴 아프고 답답한 심정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줄곧 진정성 있는 대화, 양보를 통한 타협을 요구해 왔습니다. 또 성명을 통해 사측의 책임 있는 자세와 정부의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은 제게 권유했습니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파업 현장에 나가 사진이라도 찍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 내년 선거 때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러나 저는 거절했습니다.
사진찍기용, 생색내기용 현장방문보다 본질을 해결하려고 애썼습니다. 비공개적으로 노사 양측을 만나 합의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모르는 일부에서는 제가 나서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겠습니다. 적어도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굳건한 믿음입니다. 그런 행동이 노동자들에게도, 정치적으로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측의 무성의, 노조의 비타협, 주변 훈수꾼들의 이중 플레이는 자칫 모두에게 이성을 잃게 하고 통제력을 무력화 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길고 힘든 싸움을 그만두지 못하도록 만들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호소합니다.
대화와 양보를 통해 결단하십시오. 타협하십시오.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두 발짝만 물러나면 답이 보입니다.
안 그러면 한 쪽만 죽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죽습니다.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은 전쟁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미온적 태도를 버리고 마지막이라는 전제로 중재에 나서십시오.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공식수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검찰이 직접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사주와 경영진, 노조의 불법 행위와 경영책임에 대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명명백백 밝히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냉철한 자세로 돌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