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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해결책은 이것뿐인가” - 무상급식 주민투표, 갈등의 증폭이 두렵다


“해결책은 이것뿐인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갈등의 증폭이 두렵다

김형오

오세훈 시장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의 도시 서울이 무상급식논란에 매몰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출처: 연합뉴스)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는 16일, 서울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서울시에 청구했다. 주민투표 청구 여건의 두 배 가까운 서명을 받았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의 결과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거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고 패배하면 시장직도 위태롭다는 언론의 비평도 나는 마뜩하지 않다. 복지문제, 정책의 문제가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 죽고 사는 것으로 변질돼 버리다니!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유감스럽다.

정작 내가 두렵고 염려스러운 건 투표 결과를 떠나 그 이후 증폭될 정치권의 대립과 국민 간의 갈등이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마찰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 한나라당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이를 두고 각기 다른 견해를 표출하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철회까지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선거가 코앞이다 보니 타당성이나 실현 가능성, 파급 효과를 보지 않고 지나치게 표를 의식한다는 데 있다. 정치인에게 표는 무서운 것이다. 

무상급식은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핵심 사안 자체가 죽고 살기로 대립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첫째, 전국적인 사안이 아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둘째, 시기적으로 당장 실시냐 단계적 실시냐를 두고 입장이 갈린 문제다. 셋째, 전면실시냐 부분적 실시냐의 대상범위를 정하는 문제이다. 갈등의 핵심이 명확할수록 타협과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로 대화하고 머리를 맞대고 조금씩 양보하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 투표로 가기 전까지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가.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이로 인해 중지될 사업은 없는지, 중지되거나 연기되더라도 괜찮은 것인지. 또 기존 사업과 예정된 사업도 추진하면서 무상급식까지도 할 수 있는지 철저히 따져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나는 무상급식 이슈가 뜨거웠던 올해 초, “공짜 도시락은 없다. 공짜 점심을 만들 수 있는 재주는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할 수 없다. 무상급식의 정확한 표현은 ‘세금급식’이다.”라고 내 견해를 밝혔다. 그 소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출처: 뉴시스)

무상급식을 싫어할 국민과 정치인은 없다. 나도 무상급식 찬성론자이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선진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 당장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그 부담은 세금의 부메랑이 되어 우리 아이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은 무상급식은커녕 무상교육 혜택조차 받지 못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무상급식 논쟁은 이제 그만 마침표를 찍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의 현안이 무상급식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양보하자. 타협점은 분명 있다. 서울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오 시장보다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마주달리는 기차처럼 정면충돌 직전위기에서는 먼저 피한다고 겁쟁이가 아니다. 용기 있는 선택이다. 대승적 차원의 양보는 오 시장을 발목잡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도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여러분들의 승리요, 우리 모두의 승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