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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이제 내려오라” - 한진중공업 협상 타결 소식에 부쳐


“이제 내려오라”
한진중공업 협상 타결 소식에 부쳐

 

김형오

  반갑고 기쁜 한편 아쉽다. 어제 전해진 한진중공업 노사간 협상 타결 및 행정대집행 강행 소식이다. 사측과 노조 지도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든 합의를 했고 일부 노조원은 협상 무효를 외치며 복귀를 거부했다. 김진숙씨를 비롯한 일부는 아직도 크레인을 떠나지 않고 있다. 100% 만족하는 협상은 없다.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 인내하고 양보한다면 모두 승리하고 그러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패배만 있을 뿐이다.

사진출처: 경향신문

크레인을 점거하고 있는 김씨와 노조원은 자진해서 내려오기 바란다. 양측이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지 않는다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사측도 일부 양보했고 타협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노노간 의견일치도 못한다면 그들의 진정성만 훼손될 뿐이다. 경찰도 강경진압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태만 악화시킬 수 있다.

끝까지 버티면서 현장의 감정만 자극해 이를 정치 영역으로까지 확대한다면 일시적 여론몰이는 가능하다. 그러나 본질은 더욱 훼손될 뿐이다. 선동과 감정싸움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내가 비난을 감수하고도 시위현장에 가지 않는 이유이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이제 내일로 예정된 청문회를 통해 사측의 태도를 지켜보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김진숙씨는 자신의 두발로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와야 한다. 조남호 회장 역시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를 유발한 책임에서 조 회장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큰 책임이 있다. 조 회장이 국회에 나옴으로써 그 동안의 앙금이 풀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로가 두 발씩 양보한다는 자세로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노사 양측 모두 국민 앞에 떳떳이 출석하기 바란다. 자신들의 주장이 옳고 상대 주장이 부당하다면 모두 나와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면 된다. 사과 할 것은 사과하면 된다. 공개든 비공개든 좋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풀어 나가자.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문제는 해소하거나 잘잘못을 가려 대가를 치르면 된다. 기업이든 노조든 사회적‧도덕적 책무를 저버렸다면 비난받아야 하고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다면 법적 제재를 받으면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기업과 노동자가 적법한 협상을 통해 발전하고 상생하는 계기를 만든다면 그나마 적게 잃는 것이다. 어느 한편 얻는 것도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