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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입보다 귀와 손발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

“입보다 귀와 손발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

김형오


  가슴 아픈 사고가 일어났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젊은 목숨들이 희생되었다. 평소 ‘관심 사병’으로 분류됐음에도 관리가 소홀했던 지휘관들의 책임이 크지만, 근원적으로는 참을성 부족이 빚어낸 참사이다.

  스피드 사회의 한 속성일까. 요즘 사람들은 참고 견딜 줄을 모른다. 숙성과 발효 과정을 생략하기 일쑤다. ‘암탉의 배를 가르고 생기다 만 알을 끄집어내는’ 어리석은 짓을 반복한다.

  특히 언어의 공해가 심각하다. 무책임한 말이 허공을 난무한다. 정치권은 유난히도 그렇다. ‘소 타면 말 타고 싶고 말 타면 경마 잡고 싶다’지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정치인의 말은 매우 중요하다. 정책에도 반영되고 시대의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도자급 정치인의 발언은 나오는 순간 어길 수 없는 약속이 되기도 한다.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을 두고도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말잔치만 무성하지 않은가.

  정치가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오죽하면 승마 선수가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유머가 떠돌겠는가. 왜? 승마 선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때문이란다. 어쩌다 우리 정치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법정 스님은 「말과 침묵」이란 글에서 ‘자기 사유를 거치지 않고 밖에서 얻어듣거나 들어오는 대로 다시 내보내는 말, 즉 침묵의 체로 거르지 않은 말은 사실 소음이나 다를 바 없다’라고 일갈했다.

  입보다는 귀를 더욱 활짝 열자. 지금은 귀담아 듣는 일이 더 필요한 때다. 손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때다. 경청과 심사숙고를 생활화하고, 말보다는 행동과 실천을 앞세울 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새로운 지도부가 본을 보이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