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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화려한 외출’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화려한 외출’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 ‘희망버스’는 영원히 사라져야
- 다시 한번 온다면 앞장서 온몸으로 저지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희망버스 참가자, 그대들도 밤을 새웠겠지요. 영도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생각하면 마음이 저며 옵니다. 집중호우가 할퀴고 간 영도의 참상과 신음소리가 그대들의 눈엔 안 보이고 그대들의 귀엔 안 들리겠지요. 수마(水魔)는 영도 곳곳에 생채기를 냈지만, 그대들은 영도구민의 마음 속 깊이 잊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폭우(暴雨)가 휩쓴 피해는 너무나 심각했습니다. 산사태, 도로유실, 가옥침수는 말할 것도 없고 간선도로 일각이 붕괴되어 한진중공업 주변은 극심하게 혼잡스럽습니다. 이제는 희망버스 참가자, 그대들 덕분에 곳곳에 교통마저 차단돼 영도는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섬이 되었습니다. 

평화시위였다. 경찰이 과잉대응했다라고 주장할는지 모릅니다. 그야말로 말장난이고 이치에도 안 맞습니다. 그대들의 주장대로 평화시위였다면 영도구민은 경찰을 비난하지 왜 그대들을 비난하겠습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항의하는 어르신들께 입에 담을 수 없는 거친 욕설까지 내뱉고 심지어 폭력적인 행동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주민들의 주거권,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그대들은 어느 나라 국민입니까.

  주도로가 막혔음에도 산복도로로 우회해서 그대들은 한진중공업 외곽으로 집결했습니다. 대단한 용기(?)입니다. 영도지리를 손바닥까지 꿰고 있는 철저한 준비에 놀랐지만 그런 힘든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체력과 대담함은 어디에서 나온건지 무척 놀랍더군요. 조직적이고 일사분란하게, 그리고 현란한 말솜씨와 구호, 기민한 행동, 말 그대로 그대들은 프로급 시위대였습니다. 이에 맞선 주민들은 비조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의사표현도, 행동도 서툴렀습니다. 단지 희망버스를 거부한다는 순수하고 단호한 뜻을 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서민의 힘, 민중의 힘이 아니겠습니까.

청학동 수변공원 앞에서 시위 중인 시위대의 모습


 그대들도 보았듯이 산복도로 주변은 서민들이 밀집한 주택가입니다. 그대들은 무슨 돈으로 이곳까지 내려왔는지 알 순 없으나 이 지역의 주민들은 서울 올라갈 형편도 안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대들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힘들게 사는 서민들을 위해 나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대문을 활짝 열고 환영하기는커녕 대문을 굳게 잠그고 마음의 문은 더욱 단단하게 닫았습니다. 그대들의 행동이 왜 환영받지 못하는지 생각해 봤나요.

  그대들은 소풍 온 것입니까. 그대들의 밤샘 음주와 고성으로 인해 대다수의 주민들은 잠을 설쳤습니다. 주변 어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맞담배질 하는 젊은 여성들의 행동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지난 2차 때와는 달리 쓰레기 전문수거팀(?)까지 고용을 했을 정도로 조직적 통솔력을 보였더군요. 그러나 여전히 쓰레기는 쌓였습니다. 그대들의 ‘화려한 외출’ 덕분에 15만 영도구민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밤잠을 설쳤는지 생각해봤습니까. 좌파나 진보, 이념을 전혀 모르는 영도구민들이 왜 그대들에게 혀를 내두르고 손사래를 치는지 고민해봤습니까. 그대들의 어리석은 집단행동은 보수결집의 계기로까지 확대시켰습니다.

늦은 밤까지 길을막고있는 시위대 / 청학동 수변공원 앞


  희망버스 참가자, 그대들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정권심판입니까. 체제전복입니까. 사회주의 혁명입니까. 영도를 노동해방구, 사회주의혁명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것입니까. 이런 시대의 뒤떨어진 행동으로는 결코 여러분이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없습니다. 아니 영원히 이룰 수도 없습니다. 대의를 위해 불편함을 참으라고 할 수 있습니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대의입니까. 그것은 허위요, 가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희망버스에 동참한 정치인들에게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길바닥에서 선동하는 것이 정치입니까. 대중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 정치인들의 자세입니까. ‘길거리 정치’를 장내정치로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의 본령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이 있어야 할 곳은 여의도이지 길바닥도, 영도 바닷가도 아닙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조차 희망버스 참가자 맨 앞렬에 서서 극렬하게 진격의 나발을 울려댔습니다. 정치인의 구호는 공허한 소영웅주의적 외침일 뿐 어디에도 희망은 없었습니다. ‘절망’만 가져온 ‘희망버스의 영웅’일지언정 영도구민, 부산시민에겐 생존권을 위협하는 협박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의도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봅시다.

 
국민 분열 정치를 당장 그만두십시오. 영도는 총선캠프장도, 노동해방구도, 불만배출구도 아닙니다. 정치인들마저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할수록 정치는 실종되고 환멸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이른 새벽 산책로를 걸으면서 지난밤 피해를 살피고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만나는 분들마다 희망버스에 동참한 정치인들을 따끔하게 질책하시더군요.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책이 아닙니다. 영도는 사태해결의 종착역이 아닙니다. 오히려 책임을 져야할 사주에게 장막 뒤에 숨을 명분만 제공하고 면죄부를 주는 것입니다. 결국 본질은 사라지고 갈등과 대립만 남을 뿐입니다. 희망버스로 더욱 절망만 깊어갑니다.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만 남깁니다.

  본업으로 돌아가십시오. 학생은 학교로, 노동자는 일터로, 정치인은 국회로 돌아가십시오. 지금까지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최대한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일말의 순수한 열정을 지닌 분들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아니 더 이상 희망버스엔 순수와 열정이 없습니다. ‘화려한 외출’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필요한 것은 의인 10인이었습니다.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영웅 10인도, 의인 10인도 필요 없습니다. 진정 용기 있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희망버스는 희망도, 용기도 아닙니다. 이기적인 집단행동의 발호에 불과합니다. 집단최면에서 깨어나십시오. 희망버스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희망버스,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또 다시 출발한다면 저 혼자서라도 영도다리에서 결연히 막을 것입니다. 다시는 희망버스란 이름으로 주민을 괴롭히고 본질을 오도하는 일이 없기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단호하게 저지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