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술탄과 황제

21. 바다 속으로 뛰어든 술탄=『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189쪽 (구간 159쪽 참고)

The Sultan Riding on Horseback into the Sea of Bosphorus


격전이 치러지고 있는 바다로 뛰어든 술탄. 이 한 장의 그림이 술탄 메흐메드 2세의 화급하고 직선적인 성격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술탄은 수적으로 절대 우세한 자신의 함대가 고작 네 척뿐인 적의 배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더는 참지 못하고 직접 싸움에 가담이라도 할 것처럼 바다로 뛰어들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가며 해전을 진두지휘했다.

 

원근법을 배제하고 그린 이슬람 세밀화. 화가가 달라도 화풍이 같아 누구 작품인지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무표정한 얼굴들도 쌍둥이 형제들처럼 닮은꼴이다. 백마를 탄 술탄은 활과 화살로 무장한 채 바다로 뛰어들고 그 뒤를 술탄의 정예 부대인 예니체리들이 따른다. 왼쪽 바람을 가득 안은 범선(기독교군 배)은 포연을 뿜어댄다. 오스만군에게 쫓겨 도망치는 듯하다. (위 그림과 비교해 보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긴 '1페이지짜리 그림책'을 암호를 풀 듯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상상력이 자유자재로 날개를 펼친다.

 

고트의 기둥 아래에서 바라본, 1453년 4월 20일 격전이 치러졌던 앞바다. 왼쪽이 골든 혼으로 들어가는 바다 입구, 맞은편으로 페라(갈라타)지역과 그 너머 신시가지가 화려하게 조명된다. 보스포러스 해협 초입에 있는 흰색 장방형의 돌마바흐체 궁전이 가까이 보인다. 오스만군의 해군 사령부가 있던 치프테 슈툰(디플로키온)이 이 부근에 위치해 있었다. 술탄이 말을 탄 채 바다에 뛰어든 지점이 이곳이라는 주장이 대체적이다. 현장에서 관찰한 필자도 같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