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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헤드라인

이제는 나서야 할 때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 세상을 뒤덮고 있어 정상적인 사람들은 우울한 요즘입니다. 법원의 윤석열 직무정지 부당결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판단인데도 사람들은 사법부의 판단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고 안도합니다. 대법원장을 필두로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봐왔다는 염려를 뒤로하고 실로 오랜만에 정상적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이라면서 검찰과 검사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정권의 비리는 덮고, 바른 검사는 내쫒거나 한직으로 보냅니다. 누가 봐도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이런 조치를 개혁이라 부르짖고 있으니 그들의 뻔뻔함과 몰역사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시중에서는 지금의 권력자들이 그토록 미워하는 유신독재를 닮아 간다고 말합니다. 아니 그보다 더 하다고 합니다.

요즘 권력을 보면 개악을 하면서 개혁이라 부르짖고, 부정·불공정·불공평을 정의·공정·공평이라고 우깁니다. 밤낮으로 소통하겠다 해놓고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통합과 관용을 내세우면서 네편 내편으로 갈라치고 네편에 대해서는 엄혹하기 짝이 없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 권력층은 맹목적 우국충정에 목맨 자들과 출세욕에 사로잡힌 몇몇 고시파들로 채워졌고 결국 그들이 정권을 망친 장본인이었습니다. 지금 권력층은 애국심도 부족하고 무능하면서 오직 권력 유지에만 핏발을 세우고 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사익추구를 공익인 줄 알고, 아부와 아첨을 나라에 충성하는 줄 착각합니다. 반대파를 배제하고 묵살하는 것을 협치나 공존이라며 지록위마를 서슴지 않습니다. 온갖 규제로 기업과 자영업자를 옥죄어 경제를 구렁텅이로 내몰면서 이를 경제민주화라 합니다. 국가 장래가 어떻게 되든지 표만 되면 무슨 일이든 다합니다.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다음 선거, 다다음 선거에서는 제2, 3의 재난지원금으로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뿌릴 건가요.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에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습니다. 행정, 입법, 사법에 헌재와 선관위까지 5부를 사실상 장악하고 적절하게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등이 독립성을 상실하고 전문가 대신 권력 해바라기들로 채우는 것이 개혁인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도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부러워 할만 하겠지요. 그러니 충신은 사라지고 나팔수와 전위대가 판을 치고 있는 거겠지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제왕적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파묻힌 처럼 모든 판단을 유보한 채 바른 말을 못하는 대통령이 돼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야당은 국민을 답답하게 합니다. 정의가 유린당하고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목소리도 행동도 처절함도 끈기도 없어 보입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는 재야인사는 물론 야당 지도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독재에 철저히 대항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무너뜨렸고 무너졌습니다. 지금 야당과는 달라도 사뭇 다릅니다. 2년 후면 대통령이 물러나는데도 레임덕도 없고 청와대 눈치보기가 계속되는 건 야당이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당이 숫자가 많으면 좋겠지만 적다고 못 싸우는 건 아닙니다. 지금 민주당이 야당시절 100명도 안 되는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국을 주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지도자가 나서야 합니다. 지금 비상시국이라 하여 비대위 아닙니까.

 

야당이 제 역할을 못 할수록 이 나라와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이 나라 아닙니까. 더 늦기 전에 지금 나서야 합니다. 서울·부산 시장선거니, 대선이니 하는 정당적 차원을 떠나 이 나라를 정의롭고 공정하고 희망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야 합니다. 투쟁 없는 정의는 없습니다. 법원도, 야당도, 지성인도 양심을 걸고 모두 나서서 나라의 정의를 세울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