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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헤드라인

bookworm님의 새해 인사

 

제 책 <술탄과 황제>의 서평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bookworm님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로 책을 낼 때마다 꼼꼼하게 읽고 서평을 남겨주시는데 새해를 맞아 좋은 소식을 전해주어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책이 이어준 소중한 인연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안녕하세요, bookworm입니다.

 

오늘 메일은 특별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면 그 기쁜 소식을 전해줄 누군가는 가족 다음에 바로 의장님이라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기를 계속 기도하고 있었답니다.

 

벌써 3년이 되었네요. 제가 쓴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 후기에 달아주신 댓글에서 출판 편집자라면 저에게 작가로의 변신을 권유하지 않을까 싶다고 하셨었습니다. 그 말씀에 기분 좋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저 듣기 좋은 덕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들은 후 점점 싹이 자라고 자라... 책을 내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우선은 쉬운 길을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쓴 다양한 서평을 나름대로 분류해보니 50가지 정도의 분야가 나오더군요. 밀리언셀러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책 버전으로 목표를 삼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알려줄 수 있는 북큐레이션으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1년 전 출판사들에 기획안을 보냈으나 다 거절당했지요. 그때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를 읽고 보내드린 메일의 답장에서 의장님께서 바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책에 대한, 영화에 대한 님의 애정과 안목이 새삼 경이롭습니다.

​읽는 이에서 쓰는 이로 포지션을 바꿔도 좋을 만큼

글을 다루는 솜씨 또한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독자로서 님의 책을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아니, 이런! 의기소침하고 바닥에 떨어진 제 상태를 어찌 아셨을까? 이런 위로와 희망이라니...

아이들에게 엄마 이런 사람이야~하고 잘난 척 그 대목을 읽어주었는데 울컥해서 눈물이 나고 목소리가 떨렸었지요.

 

지금의 출판 시장에서 제가 쓰고자 하는 내용은 호응이 없고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러면 독자들이 원하는 것 중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무얼까, 고민했지요. 그래서 엄마들을 위한 초등독서법 원고를 썼고 인물과사상사의 실용서 임프린트와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활자중독 수준이고 아주 어릴 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기에 독서란 숨쉬는 것처럼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도 않았고 독서교육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지요. 숨쉬기 교육을 따로 하지 않는 것처럼요. 하지만 독서라는 것 자체의 오묘하고 깊이 있는 의미에 뒤늦게 눈을 떴고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지 않은 것에 대한 뒤늦은 회한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를 하고 있구요.

 

사실 원고를 다 완성한 상태도 아니고 책이 나오려면 몇 달이나 더 있어야 하기에 말씀드릴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책을 내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로부터, 처음으로 저를 알아봐주시고 격려해주신 의장님을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이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새해 첫 소식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의장님 역시 기뻐하실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써야 할 가장 어려운 챕터들이 남아 있어 부담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책을 쓰기 전보다 쓴 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출판사 미팅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정말 더 노력해야 하고, 더 공부해야 하지요. 제 목표는 어려운 출판 여건에서도 책이 잘 팔리게 하는 것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목표는 인문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인 인물과사상사의 실용서 임프린트가 아닌, 인물과사상사의 이름으로 출판할 수 있을 만한 깊이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도 당장은 의장님께 이런 소식 전해드리고 싶다는 제 소망을 이루어 무척 행복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책이 나오면 직접 뵙고 감사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2020. 1. 3.

bookworm 드림

 


 

bookworm, 작가 탄생을 축하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호흡기가 좀 안 좋아 따뜻한 동남아에 와 있다 보니 답장이 늦었습니다.

반갑고 기쁜 새해 소식이네요. 내 예감이 들어맞은 것 같아 흐뭇합니다.

3년 전 내가 건넨 말이 bookworm님에게 격려와 희망의 작은 씨앗이 되어 마침내 싹을 틔운다니 보람을 느낍니다.

 

적극적인 도전 끝에 출판 계약을 맺고 예비 작가로 새해를 맞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J. K. 롤링도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겹게 쓴 해리포터 원고가 열두 번인가 퇴짜를 맞지 않았던가요. 열세 번째로 노크한 작은 출판사의 눈 밝은 편집자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마법 같은 기적은 끝내 탄생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릅니다. 몇 달 뒤 태어날 bookworm님의 신간이 작가에게도 그리고 출판사에게도 좋은 기회와 행운을 선사하기를 기대합니다.

 

선험자로서 한마디 조언하자면 글을 쓴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은 피를 말리고 혼을 사르는 작업입니다.脫稿 脫苦의 다른 이름임을 나도 작가로 제3의 길을 가면서야 깨달았답니다.

고통과 시련이 앞을 가로막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헤쳐 나가기 바랍니다.

 

물론 쉽게 쓰고 쉽게 팔리는 책들을 더러 봅니다. 세태가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런 부류에 휩쓸리고 싶지 않고 bookwarm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리라 믿습니다.

 

첫 책의 주제가 엄마들을 위한 초등 독서법이라니 기대가 큽니다.저자의 숨결과 체온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 저자와 독자가 한마음이 되어 책장을 넘기리라 생각됩니다.

 

나 역시 지난해 말 내 블로그에 김형오의 도서 산책이란 이름으로 연재성 책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bookworm님도 이 산책에 좋은 길동무가 돼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책벌레에서 작가로 거듭날 bookworm님의 건필과 건승에 다시금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성취와 보람으로 가득한 새해이기를 바랍니다.

 

 

- 2020 1 6, 베트남에서 김형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