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로그 | 미디어로그 | 방명록  

책 읽기 좋은 때다. 예로부터 겨울, 밤, 비오는 날을 ‘삼여(三餘)’라 하여 독서하기 좋은 때라 하였다. 농사짓던 옛날이야기이긴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다. 홀로 있는 시간이라야 책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일상에 바쁜 현대인에게 삼여는 귀한 시간이다. 한국인의 독서 시간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진다. 특히 우리는 스마트폰에 너무 매여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수시로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SNS에 참여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게임과 인터넷 서핑을 한다. 독서와 성찰의 시간은 짧고,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관계 맺거나 입장을 표현하는 시간은 긴 셈이다. 왜 그런가. 트렌드, 곧 집단적 흐름이나 방향에 민감한 문화가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여론조사를 중요시하고 늘 어디가 대세인지 촉각을 세운다. 댓글과 SNS 의견을 열심히 살핀다. 이러다 보니 댓글 조작 사건이 계속 터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독서를 안 할까. 단지 시간이 없어서일까. 내 주위만 보더라도 책 한 권 읽지 않고 한 해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문제는 그래도 사회생활 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데 있다. 대화를 하거나 채팅을 할 때, 가벼운 수다나 잡담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체적인 견해나 논리를 내세우면 오히려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피로하게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진영의 깃발 아래 서서 그 소속감에 위안을 받으려 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필사적으로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독서는 너무 무겁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해야 하고, 나름대로 쓰고 토론하는 등 정리해야 남는 게 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독서와 생각의 깊이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알려진 사회 지도층이나 지식인들의 행태를 보면 품격은커녕, 너무나 가볍고 얕아서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편향되고 왜곡된 지식으로 일반적인 상식과 판단을 뒤집어버린다. 아마도 방법과 방향이 한 쪽으로 치우친 독서를 한 탓이리라. 또 얄팍하고 알량한 책을 읽다보면 세상을 가볍게 생각하게 된다. ‘나쁜 책’이 아닌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는 지식을 바탕으로 지혜를 추구한다. 지식이 지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런 다음 쓰거나 토론을 통해 융통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혜화되지 않은 지식의 축적은 곡학아세, 아전인수로 흐르기 쉽다. 독서도 편식을 하면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오랜 시간 검증된 고전은 영혼을 살찌우게 하는 책들이다. 그래서 현인들은 책 한 권을 권하더라도 신중하게 한다.

 

대통령의 독서는 희망을 준다. 강희제와 링컨은 독서광이었다. 그들은 신중했지만 결단이 필요할 땐 신속하고 과감했다. 현재 세계 최강의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든 리더들이다. 대통령의 독서는 그래서 중요하다. 선택과 결단이 나라와 시민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은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해 하지만 공개를 꺼린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독서 뉴스는 상식을 깼다.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휴가를 냈다는 것도 그렇고, 가까운 지인의 신간을 소개한 것도 그렇다. 너무 공격적이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매었다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옹졸하게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계기로 삼을 필요는 있다.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긴 안목과 내공으로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스스로 도덕성과 절제력을 갖춘 리더가 보이질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자화상이고 현주소다. 지금부터라도 인물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그 출발은 독서에 있다. 우리는 디지털·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영역과 경계가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학교 교육을 비롯한 기존 사회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오직 독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을 것 같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상상력을 창출하는 인간 고유의 역할로 남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고전 책 읽기’를 제안하려 한다.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하자. ‘읽생쓰토’는 독서의 기본이고 인류의 지혜다. 지식이 과거의 유산이라면 지혜는 미래의 횃불이다. 내가 먼저 시간을 내어 몇 권의 책을 소개하면 누구나 이를 참조하여 자유롭게 독서하면 된다. 내가 제시하는 책은 단지 가이드일 뿐, 각자가 알아서 결정하고 편하게 읽되, 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오프라인도 좋고 온라인도 좋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남의 다양한 주장과 배려를 배운다면 그것은 독서와 함께 훌륭한 덤이 될 것이다. 책 읽는 인생, 독서하는 국민은 미래도 희망적이다.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책벌레 2019.12.12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를 취미라 말하기 부끄럽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왜? 독서는 취미라기보다는 마땅히 해야 할 의무나 도리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지하철 안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이가 너무나 드물 정도입니다. 하나같이 스마트폰에 눈을 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세태에 경종을 울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