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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8 세계일보] 김형오 “尹 대통령, 정치에 대해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야” [세상을 보는 창]


김형오 전 국회의장

尹, 정치 초년병인데 너무 쉽게 여겨 고전
뉴욕 ‘실언’·영빈관 신축 논란 경험 부족 탓
교만 않고 소통… ‘칠종칠금’ 리더십 필요
김 여사도 잡음… 억울해도 조용히 지내야

당내 문제 법원 판단 맡기는 국민의 힘
창피한 일… 정치는 정치로 푸는게 마땅
가장 심각한 어젠다 저출산·교육·연금…
여야 초월 ‘10년 위원회’ 만들어 새 틀 짜야



윤석열정부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공론화 없이 영빈관을 신축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 시끄럽더니 5박7일간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도 ‘비속어’ 논란으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30%대 초반까지 회복됐던 국정 지지율은 지난 2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다시 28%로 내려갔다. 심기일전이 필요한 때다. 보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만나 윤석열정부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이 무엇이 있을지 들어봤다. 김 전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에 대해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당분간 조용히 지내시라”고 당부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의 성공 조건으로 ‘칠종칠금(七從七禁)’의 정치를 주문했다. 칠종칠금은 대통령이 반드시 해야 할 일곱 가지와 하지 말아야 할 일곱 가지를 뜻한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고사성어 ‘칠종칠금’(七縱七擒: 제갈량이 남만 지도자 맹획을 일곱 번 잡고 일곱 번 풀어줌)에 빗댄 말이다. 정치권 내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김 전 의원은 임기 초반 개헌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인터뷰는 23일 국회 도서관에서 약 1시간40분간 진행됐고, 26일 추가로 전화통화를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3일 국회 도서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비속어 논란’, 영빈관 신축 등 최근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칠종칠금(七從七禁)’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며 “칠종칠금의 기본은 ‘교만하지 마라. 겸손해라. 소통하라’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윤석열정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 정부는 여러 면에서 준비가 안 된 게 확실하다. 대통령이 정치 초년병이고 검사라는 특별한 직에 있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러면 첫째, 본인이 정치에 대해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주변의 좋은 참모들 도움도 받아야 한다. 즉 인사를 잘해야 하는데 (인사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둘째, 국민에 대한 메시지가 없다. 5년 만에 정권 교체가 됐으면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게 없다. 하나 더 들자면 당내 악재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큰 이슈 장악을 못하고 있다.”

―인사 문제가 결정타가 된 것 같은데.

“인사는 잘해야 본전이다. 그만큼 인사가 어렵다. 대통령이 좋은 대학 나와서 그런지 좋은 대학 출신, 자신의 학교 선후배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또 ‘전 정권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인사를 봤냐’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인사 때)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한 게 국민 눈에는 오만하게 비쳤다. 특히 ‘내가 쓰는 사람은 최고 능력가다’라는 말은 국민에게 금기어다.”

―김 여사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이어지는데.

“말하기 좀 어려운데, 김 여사에 대해서는 국민의 감정적인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지금은 대응할수록 손해만 보는 구조다. 당분간 조용히 지내며 대외 노출은 삼가는 게 좋겠다. 그동안 남모르는 봉사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영빈관 신축을 놓고도 정국이 시끄러웠는데.

“국민적 관심과 기대 속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불쑥 던지는 것을 보면 아주 성급했다. 또 보안과 경호를 앞세우면 되는 일이 없다. 경호가 정책에 개입하는 순간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 버린다. 경호 핑계 대면 정치는 사라진다.”


―뉴욕에서의 ‘비속어’를 놓고도 논란이 커지는데.

“대통령이 실언했는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마이크가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알았으면 그런 말 했겠나. 지엽적인 문제가 본질처럼 되어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이게 한국정치의 수준이라면 부끄럽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그렇게 짧게 만난 것도 한국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최고의 동맹이라는 미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은 것에 대해 외교안보 라인은 생각해야 한다. 사전 조율을 제대로 못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안 만난 것도 참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28일 법원의 판단을 또 기다려야 하는데.

“정치하는 집단이 당내 문제,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를 사법부에 맡기면 안 된다. 아주 창피한 일이다. 이왕 법정에 갔다면 주된 논리가 ‘대통령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 이게 비상사태가 아니면 뭐냐’는 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최고위원 사퇴 운운은 지엽적인 논리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 사법부도 현명하다면 그런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법원이 정치화하고 있다는 말을 듣지 않는가.”

―이준석 전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 전 대표가 당대표가 됐을 때 내심 지지하고 반겼다. 그런데 태도가 젊은이답지 못하고 당대표답지 못하다. 오직 자기가 얼마만큼 많은 관심을 받느냐에만 신경 쓴다. 좀 더 애당심을 가져야 한다.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리더로서는 실패한 것 같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도 비판할 대목이 많지 않나.

“공자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전혀 서운하지 않으니 이 역시 군자가 아닌가(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라고 했다. 군자는 요즘의 리더를 말한다. 리더는 자기를 알아달라고 이곳저곳 방을 붙이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윤핵관은 일체 공직·당직을 맡지 말고 조용히 있는 게 바람직하다. DJ 대통령 초기 측근들처럼 말이다.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인사 문제 개입은 금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기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데.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윤석열정부 입장에서 이 대표는 야당 대표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본인이 선택을 잘못했다. 차기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올해는 휴지기를 가졌어야 했다. 그러나 범죄인으로 쇠고랑 찰까 봐 초조해지니 보궐선거에도 뛰어나왔다. 검·경 수사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영원히 감출 수 없다. 이 대표는 모든 것을 정치 보복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한국 정치의 근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마디로 하자면 불행한 대통령만 나오는 것이다. 이승만부터 모든 대통령이 불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있다. 또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갈등과 분열이 증폭 심화한다. 선거가 너무 많다. 선거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또 국회 윤리위원회를 즉각 가동하고 독립 상설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윤리위에 국회의원은 포함되면 안 된다. 그래서 윤리위가 독립적으로 정상 가동하면 국회의원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 정치의 최대 과제는 통합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어젠다가 저출산, 교육, 연금, 복지 문제 아니냐. 여야를 초월해 정권과 관계없는 ‘저출산 10년 위원회’ ‘교육 10년 위원회’ ‘연금 10년 위원회’ ‘복지 10년 위원회’를 만들어 국가의 기본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런 국정의 근간은 바뀌면 안 된다. 그래서 정권을 초월해야 하고 단기간에 대책을 내려 해서도 안 된다. 여기서 결정하는 것은 정부가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 이게 국민 통합이고 여야 간 협치다. 거국내각, 연립정부,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제하에서는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칠종칠금’의 정치다. 칠종칠금의 기본은 ‘교만하지 마라. 겸손해라. 소통하라’ 이다.”

(칠종은 △민심을 살피고 소통하라 △국민 통합 인사를 하라 △정치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여라 △중장기 과제는 중장기적으로 해결하라 △내각이 소신껏 일하게 하라 △대통령과 여당의 역할을 분담해라 △대통령이 솔선수범해라. 칠금은 △잘나갈 때 조심하라 ― 절대로 오만하지 말라 △정치는 생물이다 ― 결코 가볍게 보지도, 멀리하지도 말라 △정적을 탄압하지 말라 △경제·민생 문제를 소홀히 하지 말라 △측근 비리를 방치하지 말라 △나라와 국민을 갈라치기 하지 말라 △성과와 실적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평소 개헌을 주장해 왔는데, 바람직한 개헌 시기와 방법은.

“이 나라가 정치적 안정을 꾀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하다 보니 꿈과 비전을 잃어버린 나라가 되어 버렸다. 대통령만 바뀌고 나면 직전 5년간의 정책은 다 없어져 버린다. 모든 정책이 졸견·졸속이 되어 버린다. 국가경쟁력을 너무 상실해 버리고 너무 비극적이다. 개헌의 조건이 있다. 현 대통령 임기를 보장하고 동시에 현 국회의원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탄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는 정권 임기 초에 해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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