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와글와글 정보마당

‘공짜’ 좋아하던 내가 ‘카드 노예’ 된 사연.



공짜[空-]:명사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은 물건. 

‘공짜라면 양잿물도 삼킨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실제로 양잿물을 마시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한다는 뜻이겠죠.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100% 이용해 카드 회사에서 나온 제도가, 바로 선포인트(선세이브) 제도입니다.

공짜 폰부터 공짜 넷북, 공짜 네비게이션까지.
최근 인터넷은 물론 전자제품 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포인트(선세이브) 카드 광고.

앞으로 생길 카드 포인트로 물건의 전액, 혹은 일부를 결제, 부담 없이 물건을 가져갈 수 있는 선포인트(선세이브) 제도는 당장 현금이 필요 없고 어차피 내가 사용할 카드의 포인트로 결제되니, 언뜻 ‘공짜’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잠깐!
이것들이 정말 ‘공짜’일까요?

선포인트(선세이브) 제도를 직접 1년 간 이용해 본 사람으로서 공짜 속에 가려져 있는 이 제도의 함정을 따져봤습니다.

#달콤한 유혹, 물건은 공짜로 결제는 포인트로?

지난해 12월의 일입니다.

“고객님, 카드 만들고 네비게이션은 공짜로 받아가세요.”

길을 걷던 나를 유혹하는 단어, 바로 ‘공짜’ 네비게이션.
마침 ‘네비게이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기에 공짜로 네비게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죠.

“고객님, 평소에 카드를 얼마나 쓰세요? 이 카드 만들어서 한 달에 50만 원~60만 원 정도만 쓰시면 최신 네비게이션을 드려요. 먼저 물건부터 받아서 쓰시고 결제는 후에 포인트로 하시면 되는 것이에요. 선포인트 제도(혹은 선세이브 제도)는 아시죠?”

내가 관심을 보이자 카드영업사원의 말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카드는 다 쓰시잖아요. 카드 쓸 때 나오는 포인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셨죠? 이 선포인트 제도는 앞으로 발생할 포인트를 담보로 물건을 드리는 거에요.”

즉, 결론은 이렇더군요.

1. 카드를 만들면 50만 원짜리 네비게이션을 바로 가져갈 수 있다.
2. 그 후 36개월 동안 매달 내가 쓴 카드 금액의 0,5%~최대 5%까지 적립된 포인트로 네비게이션의 할부금액을 결제한다.


‘어차피 쓰는 카드이고, 어차피 살려고 했던 네비게이션이 아니었던가. 이거 꽤 괜찮은 조건인데.’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신규 카드 신청서에 싸인을 했고 ‘룰루랄라’ 네비게이션을 받아 왔죠.
그 때는 몰랐습니다. 내가 ‘카드노예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는 사실을...

#선포인트 카드 사용 1년,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다!!’

그렇게 선포인트 카드를 사용한 지 어언 1년.
내가 ‘세상엔 절대 공짜가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 선포인트 카드 속 숨겨진 함정들을 밝히겠습니다.


1. 선포인트 제도 = 36개월 장기 할부 제도.

50만 원짜리 네비게이션을 선포인트 카드로 구입했을 경우, 36개월 동안 매 달에 빠져나가는 포인트가 1만4562p이더군요.

뭔가 이상하죠?

1만4562p * 36 = 52만4232p

네, 그렇습니다. 50만 원짜리 네비게이션을 구입했지만 내가 내야 할 포인트는 52만 4232p입니다.
선포인트 제도에는 약 연 3% 이자가 따로 붙더군요.
내가 쓴 금액에 대해서만 포인트로 결제한다고 생각했다면 뒷통수 맞기 딱이죠?

2. 50만원~ 60만원만 쓰면 된다고?

선포인트 카드를 이야기 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지금 쓰는 카드 금액 그대로입니다.

 구분  약정이율  약정기간  적립율  이용금액  적립포인트
   주유  현대오일뱅크,S-Oil  l60원/1L당  10만원  4000P
 특별적립처  할인점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GS마트  3%  15만원  4500P
   백화점  롯데, 현대  3%  15만원  4500P
   통신  SKT,KTF,LGT 자동이체  5%  5만원  2500P
 일반  특별적립처 외 모든 국내 가맹점    0.8%  10만원  800P
       계  55만원  16300P
▲한 신용카드에서 제시하는 선포인트(선세이브)카드 적립 예.

하지만 주유의 경우 LPG 차량의 충전은 적립에서 제외되거나 각 적립처 별 최대 이용액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등 실제 적립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적립율이 카드 사용액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이 제도의 함정입니다.
선포인트(선세이브) 제도의 경우 카드를 많이 사용할수록 적립율이 높아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55만 원으로 이 포인트를 모두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실 예로 지난 8월, 내가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약 70만 원이지만 적립된 포인트는 1만2956p에 불구했죠.(해당 월의 적립율을 따져 본 결과, 평균 1.5% 수준이더군요. 최대 5% 적립을 얘기하던 통신비 적립율도 3%에 불가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달입니다.
100만 원 이하의 카드값이 나오자 적립율은 더욱 줄어듭니다.
홈플러스 등 3%의 적립이 가능한 할인점 적립율은 2%로 떨어지더군요.
즉, 100만 원 이하 결제로는 포인트를 채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난 4월, 약 100만 원을 결재하자 적립된 포인트는 1만9322p였습니다.)
적립된 포인트가 빠져나갈 포인트에 미치지 못할 경우 나머지 부분은 현금으로 결제 처리 됩니다.

3. 50만 원 최고급 네비게이션, 진짜 가격은 따로 있다?

선포인트 제도란 결국 50만 원짜리 최고급 네비게이션을 꼬박 꼬박 이자와 함께 36개월 장기 할부로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함정, 이 네비게이션이 진짜로 50만 원일까?

▲선포인트 제도로 구입한 소비자가격 50만 원의 네비게이션.

이 제품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해 보니, 동일한 모델의 판매가가 37만 원, 할인가는 34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거의 16만 원의 차이가 나더군요. ㅠ ㅠ
선포인트 카드 사용 1년 동안 납부한 포인트가 17만4744p, 앞으로 남은 포인트는 34만9488p.
1년 간 납부한 포인트를 뺀 나머지가 네비게이션 가격과 비슷합니다.


4. 무조건 일시불, 할부는 NO!!

또 다른 함정은 바로 할부를 할 경우 그 금액은 적립에서 제외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결제 금액을 연체할 경우도 연체한 금액만큼 포인트가 지급되지 않죠.
이는 즉, 매 달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일시불로 결제할 수 있는 능력자여야만이 포인트 차감 분만큼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얘기겠죠.

5. 남는 건 ‘카드의 노예’

결론은 선포인트 카드 제도는 카드의 노예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더 좋은 혜택을 주는 카드가 있어도 포인트 상환의 압박 때문에 3년 간 다른 카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엄두도 내지 못하죠. 
무조건 선포인트 제도와 묶여 있는 이 카드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렇다 보니 계획 있는 소비도 덩달아 어려워지더군요.

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의 소비 심리 차이는 다들 아시죠?
실 예로 저의 경우 선포인트 카드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한 달 카드 사용액이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ㅠ ㅠ

선포인트 제도, 잘 이용하면 너무나 좋은 제도이지만 자신의 소비 패턴과 맞는지, 정말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세상에는 절대 ‘공짜’가 없으니깐요!!

Posted by 포도봉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