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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김형오의 말말말

'직권상정' 네티즌 댓글과 김형오 의장의 답글

 



설날 휴가 마치고 밤늦게 돌아오니 12개의 댓글이 달려있더군요. 설 연휴기간인데도 저의 <토론제안>에 댓글로 답해준 네티즌 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여러분들의 댓글에 대해 제 의견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먼저 ‘촌철살인’,‘장덕’,‘달빛사냥꾼’,‘미리내’님 감사합니다.

 

‘장덕’님은 365일 국회를 열면 직권상정문제 같은 골치 아픈 일이 없을거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저도 십분 공감합니다. 저는 국회의장에 취임하자마자 ‘상시국회’를 제안했습니다. 사실, 우리 국회는 노는 날이 너무 많습니다. 의안 상정문제로 싸우다가 날이 새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리고 ‘달빛사냥꾼’님 좋은 글 남겨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한편, 저를 비난한 글도 많더군요.

‘에이미’님의 글은 본질적으로 토론불가능한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할말이’님은 역시 제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더군요. 님의 글에 포함된 주장은 두 가지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번호를 매겨서 정리해보죠.


“(1) 미디어법은 부의장 시켜서 처리했다” (비겁하다는 뜻이겠죠)

“(2) ’직권상정 안한다’고 했다가 뒤집었다” (예산안.노동법 이야기인 듯.)


‘에이미‘님이 주장하신 1과 2의 내용은 민주당 일부 등 저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받아쓰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긴 것은 제가 국회에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회본회의장 입구가 수백 명의 민주당 당원들과 또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봉쇄되었는데 제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겠습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회 경위는 불과 몇 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저의 신변은 아주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사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의 회의장 진출이 저지∙봉쇄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엄청난 위협입니다.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가 수백명의 민중에게 포위되어 회의를 못하는 것은 의회가 부정당하는 것이며, 삼권분립의 한 축의 기능이 정지되고 헌정질서가 유린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고 저는 정말 참담했습니다. 이런 비민주적 행위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무력감,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2)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습니까? 도대체 2편 글을 읽어봤습니까? ‘무슨 할말이’님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합니다. “예산안과 노동법은 해당위원회(예결위,환노위)에서 처리하라. 해당 위원회에서 처리할 때까지 직권상정 않는다”라는 것이 나의 명확한 메시지였습니다. 또 “법사위가 또다시 자기 법도 아닌 타위원회법 (예산부수법, 노동법)을 가지고 발목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 라고 부연설명까지 했습니다.


나는 내가 말한 그대로 행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경고를 무시한 법사위의 발목 잡는 행태를 묵과하지 않았습니다. 해당위원회에서 처리한 법은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법사위는 “체계와 자구심사”만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법사위원장과 야당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면 하염없이 묶어두는 것이 온당합니까? 내 글에도 언급했지만 16~17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이 그때도 야당이었지만)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야당의 행태도 이렇게 바뀌는 것입니까?


앞으로 나가지 못할망정 뒤로 가서야 되겠습니까? ‘정종환’님과 ‘무예24기’님, 직권상정이 수적우세로 밀어붙이기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한 면만 보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차분히 생각해봐주세요.


‘흠냥이’님, 직권상정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옳은 지적을 해주었습니다. 전반적 흐름이나 논리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약간의 오류에 대해 지적하고자 합니다. “중요한 것부터 하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나중에 하라”. 물론 옳습니다.


그러나 <예산안>과 <4대강>은 분리가 불가합니다. 4대강은 예산의 일부분입니다. 예산안이란 것이 하나의 법안이기에 일부를 따로 떼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협상을 통해 조정해야지요. 예산안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연내처리되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2편글에 언급했으니 참고바랍니다.)


만약 4대강 원천반대가 아닌 4대강 삭감투쟁을 했더라면 여야가 ‘윈-윈’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이 강경투쟁으로 원천반대를 하다 보니 4대강 삭감투쟁도 제대로 못하고 그대로 통과시켜주고 말았지요. 이점이 아쉽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주장은 의장이 좀더 협상을 하도록 해야했다면서 “여야지도부를 강제로라도 불러 협상테이블에 앉히는 법”을 만들면 된다고 했는데, 나도 이런 법 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지금 형편에 이 법을 통과시키려면 또 한번 직권상정을 해야 할 겁니다. 새 법을 만들 때 여∙야든 어느 당이 반대하면 어려우니까요. ‘흠냥이’님은 직권상정을 반대하지 않습니까? ‘흠냥이’님 말대로 이런 법만 있다면 직권상정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나는 다음 국회의장이라도 좀 편하게 살고, 국회에서 권위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서 국회법을 반드시 개정하려 합니다. 그때는 직권상정도 없애고, 법안을 상정하느냐 마느냐로 싸우지 않는 그런 국회를 만들겠습니다.


‘미리내’님, 대단한 식견과 논리가 돋보입니다. 얼마나 국회행태가 실망스럽겠습니까? 그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 국회의 잘못된 점을 따끔하게 질책해주길 바랍니다. 우리 국회를 바라보는데 있어, 미리내님 같은 분의 냉철한 지성에 따뜻한 감성만 더해진다면 국회는 반드시 ‘국민의 국회’로 거듭날 것입니다.


토론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설 연휴기간 동안 네티즌여러분이 달아준 댓글에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글을 통해 토론이 더욱 활발해지길 바랍니다. 네티즌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0. 2.16  김형오 ( 닉네임 ‘호야’ )



* 앞으로 블로그 <형오닷컴>에서 토론할 때는 저를 닉네임 ‘호야’로 불러주면 고맙겠습니다. 김형오님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호야님이라고 부르면 더욱 토론이 흥미진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