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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스타' 최현욱이 서유경에게 좋은 스승인 이유

"내 주방에 여자는 단 한 명도 있을 수 없다."

이렇게 큰 소리 치던 쉐프 최현욱(이선균)은 서유경(공효진)과 몰래 연애를 하면서 국내파 요리사들과 매번 갈등을 겪었죠. 그리고 전 사장 설준석과도 크게 한 판을 치른 후, 스캔들이 들통 나서 쉐프 자리를 그만두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에는 또 다른 쉐프인 오세영(이하늬)과 사장 김산(알렉스)의 권유로 복직하게 됐죠.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라스페라'의 주방에 분란의 최대 원인 제공자는 쉐프 최현욱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쉐프를 꿈꾸는 서유경에겐 스승으로서는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지도하는 부분에서든, 솔선수범하는 부분에서든 말이죠.

그  이유를 들어보겠습니다.






1. 무엇보다 실력

이태리파 식구들이 서유경이 개발한 인삼 파스타를 전수받으면서 장난끼가 돌았습니다. 두 개의 후라이팬에 요리를 만들어 쉐프 최현욱을 시험하려고 했던 것.

"둘 중에 뭐가 서유경 꺼(요리)일까요?"

"이 둘 중 서유경꺼는 없다. 됐냐?"

쉐프 최현욱은 후라이팬 10년 잡은 선우덕(김태호)과 이제 막 잡은 서유경(공효진)이 면과 소스를 버무리는 기술에서 차이가 있음을 미각을 통해서 구분해냈습니다. 이를 지켜본 서유경과 이태리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결국 최현욱이 스승으로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실력이었습니다. 배운다는 건 이전까지 모르거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을 익히는 일입니다. 따라서 배움의 세계에서 더 많이, 더 잘 아는 사람에게 존경의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2.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

쉐프 최현욱이 애인이자 제자인 서유경의 실력 향상을 위해 내놓은 교재는 '완성된 레시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실패했던 레시피', '미완성의 레시피'를 담은 레시피 노트였습니다. 최현욱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치부였지만, 제자가 잘 될 수 있다면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죠.

쉐프 최현욱의 의도는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라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패사례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스스로 찾아낸 뒤, 이를 토대로 맛의 결정적인 부분을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죠. 즉, '고기 잡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는 교육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는 말처럼 기존의 레시피를 잘 소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매일 만드는 요리를 통해 연습이 되죠. 또한 당장에 필요한 기술들은 쉐프로서 최현욱이 직접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레시피는 창조의 영역입니다. 레시피는 독창성이 부족하면 그 가치가 떨어집니다.

서유경은 최현욱이 실패했던 인삼파스타 레시피에다 샐러리 뿌리에 우유를 졸여서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자신 만의 레시피로 완성시켰습니다. 그 레시피는 쉐프 최현욱의 스승에게도 인정받는 요리로 거듭났습니다.

결국 그것은 '요리사라면 자기 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라는 최현욱의 철학을 담아낸 장면이었고, 서유경에겐 일시적이지만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맛에 대한 소신과 공정함을 지키려면 정면돌파가 약이다

최현욱이 쉐프에 복직하는 과정에서 부주방장 금석호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쉐프의 연애가 요리에 방해가 되는 순간, 쉐프의 손으로 직접 서유경을 해고해주십쇼."

이 부탁에 쉐프 최현욱은 약속을 했습니다.

"내 혀가 쉐프로서 (서유경에 대해) 공정함을 잃는 순간, 내 손으로 서유경을 해고할 것이다."
 
이후 최현욱은 맛에 대한 공정성과 소신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그 누구의 요리보다 서유경의 요리에 깐깐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쉐프로서 조금이라도 빈틈을 드러낼 경우 국내파의 저항에 휩싸이게 되고, 그리 되면 다시 조직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현욱의 그 원칙은 업무시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는 애인 서유경의 아버지 앞에서도 최현욱은 기준을 꺾지 않았죠. 

잡내를 제거하지 못해 하루종일 만든 요리를 퇴짜 맞은 서유경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힘들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현욱은 오히려 후라이팬에 연연하지 말고 불과 싸워야 한다며 정면돌파를 권했죠.






4.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진다

책임을 지고 떠난 최현욱이 얼마 되지 않아 복직하는 건 어찌 보면 뻔뻔스럽게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자리를 떠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의 문제를 인정하고 주방 맴버들과 화합하여 레스토랑 '라스페라'를 발전시키는 일이 궁극적으로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사장 김산과 또 다른 쉐프인 오세영은 잘 알고 있었기에 복직을 권유한 것입니다. 그런 한 편으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최현욱의 됨됨이도 믿을 만했기에 복직이 가능했던 것이죠.

물론 복직으로 인한 반대파의 저항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건 쉐프인 최현욱이 극복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때문에 최현욱은 복직하자 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의 화합을 위해 나선 것이었죠.

최현욱은 부주방장과는 '맛에 대한 공정함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고, 파스타 라인을 불러 정호남의 불평도 들어줬으며, 직속 계파인 이태리파에게는 국내파인 부주방장에게 가서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게다가 국내파들의 월급 조정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조직 내의 불협화음을 수습하는 리더쉽은 쉐프가 조직의 리더로서 가져야 할 필수덕목 중 하나입니다. 이런 것은 직접 가르칠 수가 없는 부분들이죠. 때문에 서유경에게 있어서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는 것만큼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도 드물죠. 그런 면에서 최현욱의 일거수일투족은 서유경에게는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습니다.

파스타의 최대 이슈였던 주방 내의 스캔들이 쉐프 최현욱의 복직으로 일단락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내부의 문제가 수습되어간다면 결국 그 다음 차례는 외부에서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쉐프 오세영의 거취와 그로 인한 후폭풍, 서유경 아버지의 입장과 같은 일들이 떠오르는데요. 그 외에도 우리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드라마 <파스타>를 흥미롭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