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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우체국(서신)/보낸 편지함

꿈의 메신저, 희망의 대변인

꿈의 메신저, 희망의 대변인
-슈퍼스타 허각의 탄생에 부친다

  케이블 방송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2>가 마침내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나는 여기서 지난 8개월, 그 뜨거웠던 열기를 재방송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허각’이라는 두 이름자를 세상에 각인시킨 스물다섯 살 한 청년의 ‘슈퍼스타 탄생’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깜짝 스타’라지만 나는 결코 그를 그렇게 부르지 않으렵니다. 물론 허각은 ‘허걱!’이라는 감탄사를 연상시킬 만큼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하루아침에 반짝, 스타로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한 부모 가정에서 중학교만 마치고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으면서도 그는 결코 한 순간도 노래에 대한 꿈, 가수를 향한 열망을 접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준비된 스타’였습니다. 


  또한 그는 실력으로 승부를 건 진정한 프로페셔널입니다. 가창력은 출중하지만 외모와 스타성에서 밀린다는 게 세간의 평가였습니다. 실제로 결선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숱한 탈락의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온라인과 전화 투표에서의 약세를 심사위원 점수로 만회해가며 감동의 드라마를 이끌어 왔습니다. 그런 그를 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결승 무대에서는 온라인과 전화 투표, 심사위원 점수 모두에서 압도적 표차로 경쟁자인 존박을 따돌리며 최종 우승자로 우뚝 섰습니다. 

  이 가진 것 없고 ‘빽’도 없으면서 외모마저 평범한 무명의 젊은이는 우리 사회 ‘보통 사람들’에게 어느 순간 꿈의 메신저, 희망의 대변인이 되었습니다. 전직 환풍기 수리공이라지요? 그는 국민들의 막힌 속을 뻥 뚫어 주었습니다. 시원한 통풍창을 내주었습니다. ‘소통의 정치’를 목말라하는 국민들 가슴에 바람개비 같은 돌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나는 이 8개월간의 긴 장정을 ‘모두가 승리한 게임’으로 결론짓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1등 말고는 모두 패자처럼 돼 버리지만 이 게임에서는 누구 하나 진 사람이 없습니다. 이 게임에 참여한 모든 젊은이들은 그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준우승자인 존박에게는 벌써부터 광고 모델 제의가 빗발친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 공정한 한 표를 던짐으로써 ‘국민 참여 경선’의 모범 사례를 보여 준 134만 시청자들, 그들 역시 모두가 진정한 승자였습니다. 

  세상은 역시 아름답습니다. 꿈은, 그리고 희망은 살아 있습니다. 젊은 그대들이여, 누구를 탓하지 마십시오. ‘네가 문제고 그들이 잘못이고 사회가 부당한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날씨 탓을 하며 움츠려 있지 말고 뛰쳐나가십시오. 높이 솟아오르고 쟁취하십시오.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순간 세상은 변화합니다.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면 그대도 제2, 제3의 허각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젊은 그대들에게 아직 희망이 열려 있는 기회의 나라입니다. 

  *P.S. 나는 음악을 잘 모릅니다. 더구나 요즘 가요의 빠른 리듬은 따라 하기조차 숨이 가쁩니다. 허각에 대해서도 까마득하게 몰랐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조차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그의 스토리가 소개된 기사를 읽고 난 뒤로는 이 청년의 기사를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그의 노래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잊고 세대를 초월해 마치 내가 젊은이가 되어 무대의 열기 속에 함께 어울려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듣는 것이 아닌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그는 참 신비한 마력을 지닌 청년입니다. 이 당차고 싱싱한 청춘에게 거듭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