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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그건 이렇습니다

갈등과 반목을 넘어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을 위하여

나는 왜 신공항 문제의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가
갈등과 반목을 넘어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을 위하여

김 형 오

존경하는 부산·울산·대구 시민 여러분, 경남·북 도민 여러분!

먼저 저의 발언으로 인해 마음 상하거나 실망감을 느끼신 분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주 두 차례 지역구를 방문해 저를 아끼시는 분들의 얼굴에 깊이 파인 수심을 보면서 저 또한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 부산 시민과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나름대로 소임을 다해왔습니다. 누구보다도 민심을 섬기고 헤아리고 두려워해온 만큼 이 문제를 두고 고민과 번뇌가 깊었습니다. 제 지역구에서 공항까지 숫자를 헤아릴 수조차 없이 내걸린 플래카드의 숲을 지나치며 과연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제 양심을 걸고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역의 최다선 의원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항공 수요는 갈수록 증대되고 있고, 우리나라 항공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저 또한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공항이며 무엇을 위한 발전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신공항의 본질적 문제는 사라진 채 지역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양보와 타협, 절충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서로의 감정만 자극하면서 사생결단의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치인은 마땅히 주민의 뜻을 받들어야 합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경쟁해야 할 때 자기 지역 편에 서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신공항 역시 수도권에 비해 낙후된 지역 발전이 그 갈등의 배경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만큼은 다른 무엇보다 화합과 공동 번영, 국익의 차원에서 돌아보아야 합니다.

물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공약을 못 지키고, 국론 분열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 동안 방치하고 방관한 정부에 대해서도 서운함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정부는 민관정(民官政)을 아우르는 기구를 만들거나 제대로 된 공식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나요. 청와대에 양쪽 의견과 날로 심각해져가는 민심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보고했나요. 오직 용역을 맡겼으니 기다려 달라고만 했을 뿐 아닌가요. 이런 상태에서 용역 결과가 나온다 한들 과연 누가 승복하겠습니까.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들께 사과하고 ‘차선책’이 아니면 ‘차차선책’이라도 찾아야 합니다. 신공항 문제로 더 이상 영남권의 남북이 등을 돌린 채 갈등하고 반목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영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 패자가 되는 게임을 막으려면 이 문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역사와 후손 앞에 당당할 수 있습니다.

상상했던 대로 저의 발언 이후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수많은 지역민·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비난과 비판이 빗발쳤습니다. 격려와 성원도 잇따랐습니다. 비난은 겸허하게, 격려는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저는 지역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분들의 순수한 열정에 찬물을 끼얹을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정치인으로서 제 발언은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이후의 일도 무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 세찬 비난의 쓰나미 속에서 저는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설사 제 몸이 휩쓸려가 버리더라도 제 주장은 살아남을 거라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갈등과 반목을 접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