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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유머펀치

세 가지 무거움과 일곱 가지 가벼움


김형오의 유머 펀치 ①=옛이야기 속에서 현실을 읽다

세 가지 무거움과 일곱 가지 가벼움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목은 ‘뚱보 할머니의 복수 혈전’입니다.

홀쭉이 할아버지와 뚱보 할머니 부부가 산책길에서 언덕을 만났습니다.

“임자, 다리 아프지? 내가 업어줄까?”

할머니는 못 이기는 척 할아버지 등에 업혔습니다. 얼마 못 가 할아버지 등이 땀으로 흠뻑 젖자 미안해진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영감 내가 무겁지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할아버지가 하는 말.

“그럼 당연히 무겁지. 머리는 돌대가리지, 얼굴엔 철판 깔았지, 간덩이는 부었지, 안 무거울 수가 있나.”

빈정상한 할머니, 할아버지 등에서 내려 언덕길을 내려가다 이번에는 할아버지한테 자기 등에 업히랍니다.

“할멈, 나는 가볍지?”

그러자 할머니의 반격.

“당근 가볍지요.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간은 배 밖으로 나왔지, 쓸개 빠졌지, 겁 없지, 양심 없지, 싸가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밖에요.”




싱겁게 웃다가 어느 순간 섬뜩해졌습니다. 조금은 부끄럽고 민망해졌습니다. 저 이야기 속의 주인공 할머니‧할아버지에게서 우리 정치권을 떠올렸다고 누군가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설마 아니겠죠? 다시 한 번 생각해 볼까요?

머리가 비지 않았다면 왜 ‘텅 빈 수레’처럼 소리만 요란할까요?

머리가 콘크리트처럼 굳지 않았다면 왜 마음에 벽을 쌓고 타협할 줄 모를까요?

철면피가 아니라면 왜 부끄러움을 모를까요?

간이 붇지 않았다면 왜 무모한 발언과 작태를 되풀이할까요?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왜 사리분별을 못할까요?

허파에 바람 들지 않았다면 왜 실없다는 소리를 들을까요?

쓸개가 붙어 있다면 왜 줏대 없이 소신을 굽힐까요?

양심이 남아 있다면 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할까요?

싹수가 있다면 왜 국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릴까요?

겁이 없지 않다면 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가만 생각하니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얘기,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습니까?

우리는 저 옛이야기를 반추하며 각성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세 가지 무거움과 일곱 가지 가벼움을 벗어 던져야 합니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무겁든 가볍든,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당을, 그리고 국민을 내려놓지 않고 등에 업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 끝까지 가슴에 안고 가야 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