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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유머펀치

사칙연산으로 하는 정치

김형오의 유머 펀치 ④=열 배로 뻥튀기
사칙연산으로 하는 정치


4.5와 5가 있었다. 5는 이유 없이 4.5한테 못되게 굴었다. 하지만 어쩌랴, 5보다 0.5가 모자란 4.5는 고분고분 죽어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5가 4.5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그런데 이게 웬일, 4.5는 도도한 자세로 5에게 쏘아붙이는 게 아닌가.

“니가 타 먹어!”

순간 주위에 있던 숫자들은 긴장을 했다. 난폭한 5가 어떻게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불안해진 2와 3이 얼른 나서서 4.5를 말렸다.

“야, 너 오늘 왜 그래?”

그러자 4.5가 당당히 하는 말,

“야, 니들 눈엔 나 점 뺀 거 안 보여?”



4.5는 점 하나를 뺌으로 해서 45가 되었습니다. 몸집을 열 배로 키웠습니다. 5와 엄청난 서열 차이를 벌려 놓았습니다.

점 하나 있고 없음으로 인해 울고 웃는 이야기는 <도로 남>이라는 유행가 가사에도 나옵니다.

‘남’이라는 글자에서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그렇습니다, ‘님’과 ‘남’도 점 하나를 찍거나 지움으로써 희비가 엇갈리는 단어였습니다.

큰 대(大)자는 점 하나를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클 태(太)가 되기도 하고 개 견(犬)이 되기도 합니다. 신문 조판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던 시대 이야기입니다만, 그만 어느 신문의 문선공이 실수로 대(大)자를 견(犬)자로 잘못 뽑아 헤드라인의 대통령(大統領)이 견통령(犬統領)으로 둔갑하는 바람에 홍역을 치렀던 일화도 있습니다.

몇 달 전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을 때 미국의 뉴스 채널 폭스도 오바마가 사망한 것으로 자막을 내보내 망신을 사지 않았습니까.

이와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어떤 말들은 위치를 뒤바꿈으로써 전혀 상반되는 의미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자살’도 거꾸로 읽으면 ‘살자’ 아닙니까.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정적인 의미가 긍정적인 의미로 뒤바뀌기도 합니다.

예컨대 ‘Impossible’은 ‘불가능한’이란 뜻입니다. 이 단어를 문장으로 살짝 변용해 볼까요? ‘I’m Possible’로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나는 가능하다’로 바뀌지 않았습니까.

‘God Is No Where!’도 마찬가지입니다. ‘God Is Now Here!’로 바꾸면 ‘신은 어디에도 없다’에서 ‘신은 여기 계시다’로 의미가 달라집니다.

점을 빼는 유머에서 착안했습니다만, 정치에도 사칙연산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소득과 행복은 더하는 정치, 가난과 불행은 빼는 정치, 슬픔과 고통은 나누는 정치, 사랑과 배려는 곱하는 정치, 나는 그런 정치를 지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