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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의 유머 펀치 ②=서당 개도 웃는 사자성어
씁쓸한 풍경에서 훈훈한 풍경으로



인터넷에서 재기발랄한 유머를 발견했습니다. 사자성어로 풀어본 지하철 타기. 민망한 표현은 살짝 바꾸었습니다만, 이런 내용입니다.

 

사진출처: http://www.flickr.com/photos/randomwire/3941521610/sizes/z/in/photostream/

1. 지하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안절부절

2.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팽팽한 어깨싸움이 벌어진다.=용호상박

3. 경쟁자들을 뚫고 재빨리 뛰어 들어가 빈자리를 차지한다.=적자생존

4. 그 자리에 토한 흔적이 묻어 있음을 발견한다.=망연자실

5. 그 순간 옆자리 아저씨가 일어난다.=백골난망

6. 하지만 선반 위의 신문을 집어 들더니 도로 앉는다.=상황반전

7. 경로석에 빈자리가 있는 걸 보고는 잽싸게 몸을 날려 앉는다.=안면몰수

8. 앉고 보니 맞은편에 예쁜 아가씨가 앉아 있다.=금상첨화

9. 그때 옆 칸 문이 열리더니 한 노인이 건너온다.=불안초조

10. 재빨리 눈을 감고 자는 척한다.=위장전술

11. 실눈으로 주위를 살피니 주변의 시선이 모두 내게 꽂혀 있다.=시민연대

12. 할 수 없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불가항력

13. 일단 옆 칸으로 몸을 피한다.=궁여지책

14. 옆 칸까지 따가운 시선들이 따라온다.=사면초가

15. 어쩔 수 없이 다음 역에서 지하철을 내린다.=도중하차

 

누구 머리에서 나온 유머인지는 몰라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기발한 세태 풍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쯤 되면 풍월을 읊던 ‘서당 개’도 웃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내용은 씁쓸합니다. 똑같은 사자성어를 써서 훈훈한 지하철 풍경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예컨대 이렇게 말입니다.

사진출처: http://www.overshadowed.com/mt/archives/000537.html

1. 안절부절=지하철 안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아가씨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2. 용호상박=그때 휴가 나온 병사가 소매치기범을 발견하고 격투를 벌인다.

3. 적자생존=결국 해병대복을 입은 병사가 소매치기범을 제압한다.

4. 망연자실=그랬는데 아뿔싸, 바람잡이 공범이 셋이나 있다.

5. 백골난망=위기의 순간, 지하철 전담 수사대가 옆 칸에서 건너온다.

6. 상황반전=소매치기 넷은 저항을 포기한다.

7. 안면몰수=그러고는 훔친 지갑을 멀리 던져 버리고 자기들 짓이 아니라고 발뺌을 한다.

8. 금상첨화=그러자 승객들이 너도 나도 증인으로 나선다. 게다가 한 고등학생이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있다고 한다.

9. 불안초조=소매치기 일당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10. 위장전술=순순히 손을 내밀어 수갑을 차는 척 하다가 지하철이 서는 순간 잽싸게 경찰을 밀치고 문 밖으로 도망치려 한다.

11. 시민연대=승객들이 몸을 날려 일당들을 막는다.

12. 불가항력=제아무리 날고 기는 소매치기라도 다수의 힘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13. 궁여지책=바람잡이 셋이 자기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떼며 진범에게 단독 범행으로 죄를 덮어씌운다.

14. 사면초가=경찰이 신분증을 압수해 신원 조회를 하자 일당들의 화려한 소매치기 전과가 낱낱이 드러난다.

15. 도중하차=결국 수갑을 찬 일당 넷은 경찰과 함께 다음 역에서 내리고, 지하철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말장난이나 언어유희로 폄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자성어를 교묘하게 비틀어 새로 해석한 이런 유머들은 나름대로 우리 사회를 해학적으로 또는 비판적으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음과 훈을 교묘하게 비틀어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로 탄생시킨 사자성어들도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말단사원=말 잘 듣는 단계의 사원.

고참사원=고상하지도 않으면서 참견만 하는 사원.

천고마비=하늘에 고약한 짓을 하면 온몸이 마비된다.

노발대발=할아버지 발은 큰 발이다.

자포자기=자신 없는 일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신 있는 일은 기분 좋게 한다.

임전무퇴=임산부 앞에서는 침을 뱉지 않는다.

남존여비=남자의 존재 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데 있다.

절세미녀=절에 세들어 사는 미친 여자.

우유부단=우유는 끊기 힘들다.

이심전심=이순자가 심심하면 전두환도 심심하다.

만수무강=만수네 집에는 요강이 없다.

개인지도=개가 사람을 가르친다.

고진감래=고생을 진탕하고 나면 감기몸살이 온다.

자포자기하는 결단력, 임전무퇴하는 예의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살맛나게 만들어 나갑시다. ♠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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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구라면 2011.08.19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맛있는 라면은 당신과 함께라면이랍니다.
    호야와 함께라면

  2. 투개더 2011.08.19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개더 추가요.
    군계일학==군대에서는 계급이 일단 학력보다 우선이다.
    오리지날==오리도 지랄하면 날 수 있다.

    • 또투개더 2011.08.29 06: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죽마고우==죽치고 마주앉아 고스톱치는 친구
      노발대발==노태우 발은 큰 발이다.(자고로 도둑놈 발은 엄청 컸당께)

  3. 고슴도치 2011.08.19 1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발랄하고 발칙한 전복의 상상력!

  4. 컬러프린트 2011.08.21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은 어떤 안경을 쓰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렇게나 딴판으로 보이는가 봅니다.
    네거티브보다는 포지티브하게---

  5. 하하하 2011.08.23 0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품격 개그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