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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우체국(서신)/보낸 편지함

“전력투구, 그 이름으로 그대를 기억하렵니다.”


살아 있는 전설, 최동원 투수를 추모하며

“전력투구, 그 이름으로 그대를 기억하렵니다”

김형오 


야구가 삶의 전부였던 사람, 그 인생 전체에 ‘퍼펙트 게임’이란 별칭을 붙여 주고 싶은 사람, 최동원. 나는 그대를 감독이라기보다는 ‘투수’란 이름으로 부르렵니다. ‘전력투구로 인생을 살다 간 사나이’로 기억하렵니다.

벌써 27년 세월이 흘렀군요. 1984년, 그대 혼자서 4승을 따낸 한국 시리즈를 우리는 잊지 못합니다. 나는 스탠드에서 땀에 흠뻑 젖어 그대를 응원했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혹사시키는 감독이 야속했습니다. 나라면 벌써 쓰러졌을 텐데, 저러다가 팔을 영영 못 쓰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도 그대는 ‘무쇠팔’이란 별명에 걸맞게 늠름하고 팔팔한 모습으로 마운드에 섰습니다. 그날 이후 그대는 살아 있는 전설, 불멸의 신화가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 그대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빈소를 둘러싼 수많은 조화들, 그 중 내 이름표를 단 꽃이 나보다 먼저 조문을 와 잘 보이는 곳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더군요. 군복을 입은 외아들 기호군이 너무나 늠름해 보여 오히려 ‘찬란한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분향을 하면서 그대가 던진 강속구를 받은 포수처럼 “스트라이크!”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대는 정말 스트라이크처럼 멋지고 강렬한 삶을 살다 갔습니다.

학연? 지연? 그런 건 따지기 싫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대가 경남고 후배란 것이 늘 자랑스러웠고, ‘부산 갈매기’여서 더욱 정겨웠습니다. 청룡기‧황금사자기‧봉황기 등등 고교 야구 전성기, 동대문야구장에서 자랑스러운 후배의 역투를 소리 질러 응원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갈매기를 한자로 쓰면 ‘백구(白鷗)’인가요? 그대가 그라운드에 내리꽂던 공도 ‘백구(白球)’입니다. 그대가 떠나는 하늘가, 백구(白球)처럼 하얀 낮달이 뜨고, 부산 앞바다의 백구(白鷗)들이 슬피 울며 배웅할 것만 같습니다.

최동원 투수, 최동원 후배! 나는, 그리고 우리는 불세출의 투수, 전력투구의 화신인 그대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대 떠나는 날엔 하늘에서 왠지 주먹 만한 우박이 우리 가슴 속으로 떨어져 내릴 것만 같습니다. 그대가 이 지상에 던지는 마지막 직구처럼…. 삼가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