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선생의 박경리 문학상 첫 수상을 축하드리며
“내 청춘의 독서, 그 맨 윗자리에 『광장』이 있습니다.”
역시나 명작의 향기는 깊고 그윽했습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박경리 문학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심을 존경의 마음을 듬뿍 담아 축하드립니다.
순수한 열정으로 불타던 인문대 시절, 『광장』은 제 청춘의 독서 그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고전’ 한 편을 선정해 독후감을 써 달라는 월간조선(2011년 4월호)의 청탁을 받았을 때도 저는 주저 없이 『광장』을 떠올렸습니다. 40년 만에 다시 읽은 『광장』은 또 다른 의미와 감동으로 저를 전율케 했습니다. 그 책이 열 번째 개작 판이란 걸 알고는 경의와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월간조선을 동봉해 우송한 제 편지를 받고 선생님은 손수 사인하신 『광장』을 보내 주셨지요. 그 책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식사 자리에 한 번 모시고 싶었지만 선생님은 건강이 여의치 않다며 후일을 기약하셨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우전차에 담아 보내야 했습니다.
오늘 아침 동아일보 지면에서 만난 선생님은 여전히 꼿꼿한 모습이었습니다. 눈빛도 변함없이 형형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1994년 발표하신 『화두』 이후 신작을 내지 않으셨지만 그것이 절필이 아닌 충전의 시간임을 알고는 무엇보다도 기뻤습니다.
박경리 문학상은 내년부터는 수상 범위를 국경 너머까지 넓혀 외국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지요? 박경리와 최인훈, 두 거장의 역량과 명성에 걸맞게 이 상도 틀림없이 노벨문학상에 필적할 만한 세계적인 문학상으로 거듭날 거라고 믿습니다.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온다면 『광장』이야말로 노벨문학상 감이라는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시금 수상을 축하드리며, 건강과 건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난 하나를 보냅니다. 소납해 주시기를…. ♠
☞ 월간조선 4월호(“피카소에게 피가 물감이었듯 최인훈의 잉크 또한 심혈이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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