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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오 전 국회의장, “19대 초선 공천.당론.지역으로부터 해방되라”

정치원로, 19대 국회에 바란다
기사입력 2012-06-27 19:16 | 기사수정 2012-06-27 19:16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 19대 국회가 한달 가까이 문을 닫고 있다. 무노동 국회에 국민적 질타가 쏟아지는 시점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뒷짐을 지고 한강 물줄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20년간 금배지를 가슴에 달았던 김 전 의장이다.
국회 공전, 대화정치의 실종,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 등 그동안 풀지 못한 책무가 정치원로의 두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길처럼 우리나라가 나가야 할 역동적 미래상에 대한 고민도 그의 얼굴에 담겼다.
“이 곳 찾기가 좀 힘들지요”란 인사로 시작된 이날 김 전 의장과 양규현 아주경제 정치사회부장과의 대담은 26일 63빌딩 내 한 카페에서 1시간20분여 동안 진행됐다.

14∼18대 의원을 지낸 김 전 의장은 19대 초선의원 148명에게 ‘3대 자유론’을 주문했다. 정당공천, 당론, 지역구로부터 해방되라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의원들이 4년간 의정활동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윗선의 눈치를 보고 낙점받는 게 문제”라며“공천권에 휘둘리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원 각자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며 “당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당론 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을 꼬집었다.

그는 “우리 헌법을 보면 제일 높은 게 국회인데 이를 압도하는 게 정당”이라며 “미디어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MBC파업 관련 청문회 등의 사안에 대해 당에서 하라는 대로 의원들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백명의 의원들이 있음에도 목소리는 찬성과 반대 두가지”라며 “전부 당 대변인이다”고 덧붙였다. 당의 정체성이나 이념 문제에는 당론이 있지만 개별 사안에는 당론 없이 의원 각자가 합리적인 대화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정당은 당론을 사흘 밤샘 토론을 해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극히 일부 지도자들이 밀실에서 결정한다”며 “이게 어떻게 민주주의냐”고 반문했다.

김 의장은 아울러 의원들이 지역구에서도 해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의원들은 새벽에는 조기축구회, 낮에는 결혼식장, 밤에는 초상집 가기 바쁘다”며 “시장바닥 돌아다니며 술먹고 춤추고 노래해야 의원 대접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친목회나 야유회 따라 다니는 의원이 어떻게 국정을 논하고 국민을 위한 입법을 연구하느냐는 일침이다.

전체 의원의 49.3%를 차지하는 148명의 초선 의원들은 국회 개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의장은 국회 공전과 관련,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 문을 안 여는 이유를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는 없다”며 “하루 빨리 버려야 할 구태”라고 비판했다. 그도 18대 국회 임기 시작 후 53일만에 의장으로 선출됐고, 원구성 완료까지는 총 88일 걸렸다.

그의 지각 국회 해결책은 두가지다. 국회 운영을 잘하라고 뽑아준 원내대표가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과 여야의 상임위원장 몫을 미리 정해두라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여야의 원내대표들이 ‘총무’에서 격상된 것은 그만큼 대표성을 갖고 일하라는 의미”라며 “당내 강경파나 외부세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해야 하고 대표 자리를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아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원내대표만 해도 최고의 지위”라며 “(고위직으로) 더 올라갈려고 애쓰지 말고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또 “지금 국회가 안열리는 것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가지느냐를 놓고 싸우기 때문”이라며 “여야 지도부는 국민의 책임자답게 상임위원장의 여당 몫과 야당 몫을 세부적으로 정해 놓으면 된다”고 단언했다.


정치권에선 4년마다 물갈이 열풍이 불고 있다. 전문성, 깨끗함, 참신함 등의 평가도 있지만 정치력 부재, ‘박근혜 키즈’라는 한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전 의장은 “새로운 인물이 국회로 돌아오면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치도 높고 좋은 현상이다”면서도 “그러나 (인위적인) 급격한 물갈이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보단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천 시기가 늦어지면서 유권자들이 제대로 후보를 파악치 못하고 당선되는 기현상도 낳았다”며 “이러면 무책임한 선동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탄돌이(탄핵 때 초선), 타운돌이(뉴타운 때 초선) 식으로 초선들이 무책임하게 일해선 안된다”며 “권한에 따른 책임의식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초선 의원들에 대해 윤리교육, 의정 연구 등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며 “미국 의회는 200페이지에 달하는 윤리규정에 의원이 사용할 수 있는 단어까지 써놨다. 우리 국회는 규정은 달랑 2페이지”라고 지적했다. 의원으로서 기본 소양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김 전 의장은 ‘종북논란’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해서도 민주주의부터 챙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북을 가지고 떠드는 것 자체가 사실상 창피하다”며 “북은 가장 비정상적 생활을 하고 인권과 자유가 억압 하는 체제인데 이를 비판도 못하고 동포의 형편없는 삶의 질에 대해 연민의 맘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어찌 우리나라 국민이냐”고 일갈했다.

이어 “그런 맘을 가진 의원이 있다면 아찔하다”며 “그래도 (양심의 자유때문에) 색깔론으로 다뤄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대신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부정을 문제에 대해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만큼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적 단위에서 투개표 부정은 상상도 못하고 일어나면 정치적 파멸”이라며 “자기들 내부에서 선거 부정을 버젓이 저지르고 위법 탈법 행위를 해놓고 어떻게 고개 들 수 있느냐. 용납이 안된다”고 질타했다.

그려면서 “경선에 부정이 있었던 만큼 사법당국이 나서 엄정한 법의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정훈 기자 - songhdd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