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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헤드라인

새해 국민의힘에 보내는 쓴 약 세 봉지(1)


새해가 밝았지만 윤석열 선대위 분위기는 밝지 못하다. 이 고비를 넘기려면 선거의 주역인 세 사람에게 살신성인의 자세가 요구된다. 바로 윤석열, 이준석, 김종인이다. 선거를 치러본 사람이라면, 또 웬만한 국민이라면 다 느끼는 비상상황인데 당사자들은 그 심각성을 짐짓 모르는 듯 하다. 부디 이분들의 초심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민 끝에 쓴 처방을 보낸다. 비상한 각오와 분발을 촉구한다.
이 글은 3회 연속 내보낼 예정이다. (김형오 드림)

1. 정치인 윤석열에게 묻는다.

윤석열은 혜성처럼 정치권에 나타나 태풍의 눈, 폭풍의 핵이 되었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 여론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권 등장 반 년, 당의 대권 후보로 뽑힌 지 두 달 만에 지지했던 많은 국민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려 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아니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이 위중한 판국에 도대체 왜 이러느냐는 거다. 정치 변화의 주역은커녕 여의도 정치 한복판에 주저앉은 사람으로 비쳐진다. 정치를 바꾸겠다고 하면서 새 문법이 아닌, 구식 문법으로 대답한다. 말에 설득력이 없고 진정성이 묻어나오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모든 것이 위험하다. 나라가, 국민이 불행해진다.

무엇보다 이미지가 문제다. 왜 그가 국민의 부름을 받게 되었는가,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의 샛별, 미래의 설계자, 개혁의 완성자라는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 윤 후보가 부르짖는 상식과 공정은 정의와 양심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에 합리와 포용을 덧붙인다면 정치인 윤석열의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보여주질 못한다. 준비 안 된 아마추어 정치인 그대로 서툴고 부족하고 때로는 불안하기까지 하다. 크든 작든 말실수가 잇따른다. 상대 후보의 식언(食言)을 실언(失言)으로 상쇄시켜주는 형국이다. 수습 태도나 능력 또한 떨어지고, 번번이 타이밍을 놓친다. 왜 그럴까.


첫째,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 선거 전략의 오류다.
윤석열은 정치 신인이다. 우월성보다는 차별성이 우선이고 핵심이어야 한다. 기성 정치인 이재명과는 확연히 다른 나만의 매력을 부각해야 하는데 더 나은 점을 내세우려다 보니 엇박자가 나고 있다. 완벽한 체하면 안 된다. 기성 정치인 흉내내기로 비쳐서도 안 된다. 정책과 기본 방향은 되돌아보고 어투∙행동∙인사법도 모두 바꿔야 한다. 제도든 정책이든 예산이든 국민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설계하고 공약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국민이 느끼도록 해야 한다.


둘째, 말(言語)이다.
말은 하는데 메시지가 없다. 소리는 거칠고 강하지만 핵심도 강조점도 불분명하다. 여의도 정치 꼰대들이 하는 말처럼 들리니 젊은이들은 물론 중장년층도 매력을 못 느낀다. 말이 헤프면 무게가 실리지 않고 신뢰마저 잃게 되는 법, 우선 말수를 줄여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의 1/10만 한다고 생각해야 그 말에 힘이 붙고 전달력과 설득력이 생긴다. 말의 절제가 부족하면 실언∙허언처럼 들린다. 말 못한다는 YS가 말 잘한다는 DJ와 맞짱 담판을 해도 밀리지 않은 것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에 정곡을 찌르는 말 때문이었다. 정치인의 말은 국민이 공감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생명력이 솟는 법이다.


셋째, 절박감이다.
국민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려는 의지, 애절함이 가득해야 한다. 세계 해전사의 기적이라는 명량대첩을 앞둔 이순신 장군은 밤을 새워 기도했다. 후보의 간절함이 눈빛과 숨결, 몸짓과 목소리에서 배어 나와야 한다. 이 한 몸 바쳐 나라를 구하겠다는 충정을 국민은 바로 알아볼 것이다. 이순신처럼 기도해야 한다. 속은 자신감으로 무장하되 겉으로는 절박감을 표출할 때 유권자는 비로소 마음 문을 열고 후보를 받아들인다. 거듭 강조하지만 진정성이 윤석열과 이재명을 가르는 구분점이다.


넷째, 참모 문제다.
참모를 활용해야 하는데 주변에 얼찐거리는 사람은 보여도 필요한 사람이 안 보인다. 쓴소리가 만능은 아니다. 그러나 유능하고 슬기로운 참모라면 때를 놓치지 않고 바른 소리, 듣기 싫은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능력 있고 충직한 참모를 곁에 두려면 먼저 후보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 ‘윤핵관’ 문제로 내부 홍역을 치르다 보니 ‘핵관’들이 몸을 움츠리는지, 아예 그런 사람이 없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참모 없는 후보는 없다. 후보는 참모를 가리지 않아야 하지만 말은 가려서 들어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데 대체로 반응이 늦다.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예가 부인 김건희 씨 문제다. 어쩌면 이리도 미숙하고 어정쩡하게 대처할 수가 있을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됐다. 워낙 공격을 많이 받고, 나쁜 이미지가 덧씌워져 선거 기간 내내 얼굴 내밀기가 힘들겠고 상대편은 계속 발목을 잡으려 들 것이다. 솔직하고 유능한 참모가 없었거나 후보의 판단 잘못일 수도 있겠지만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면서 식상했던 ‘여의도 정치’의 문법을 일거에 뜯어고칠 사람으로 비쳐졌던 윤석열이다. 그 발언을 국민은 “나는 국민의 부하로서 오로지 국민에게 충성한다”는 의미로 해석했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민에 대한 윤석열의 무한한 존경심과 나라 사랑의 간절함이 진정성 있는 태도와 절제된 언어로 표출된다면 위기는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새 시대를 여는 새 정치인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

※ 2회는 이준석 편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