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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실록(제도개선등)/그건 이렇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1.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2.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오늘 문득 두 편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1은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중 일부이고 2는 같은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입니다.



요즘 국회가 열리지 않아 마음도 울적하고 양 사방에서 국회의장 뭐하냐 하는 소리를 듣고있습니다. 착잡합니다. 국회의장이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각 정당 원내대표에게 “빨리 만나서 (국회를 빨리) 열어라” 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법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의장이 국회를 소집할수 없는 나라입니다.



국회를 열 것인가 말 것인가, 의사일정을 놓고 밀고 당기고 하는 나라는 선진의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나라처럼 우리도 국회의장이 국회운영과 의사진행에 책임을 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의장이 편파적이라 생각될때 얼마든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지요)



지금 여야간에 팽팽한 주장은 모두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것도 국회를 열어야 하는 것만큼 중요하지도 긴박하지도 않습니다. 적절한 명분과 타협으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절망의 벽을 넘기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담쟁이처럼..... 비바람에 젖고 흔들리면서도 꽃은 피어납니다. 아니 비바람에 시달려야 꽃을 피운다고 했습니다.



자기의사 관철을 위해 노력해야하지만 뒤로 가서는 안됩니다. 옛날로 돌아가서는 안됩니다. 독불장군 옹고집은 21세기의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다간 꽃도 열매도 맺지 못합니다. 눈 없는 담쟁이도 위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여러 갈래의 주장과 압력 속에서도 의회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흔들리는 듯 하면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할 것입니다. 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비록 흔들리더라도 의회민주주의 꽃을 피울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국회의장 김 형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