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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 특별기고 '대통령께 드리는 마지막 고언'

 


"국정마비·추락하는 경제, 모든 게 대통령 책임

본인의 잘못 대통령만 몰라 국민들 절망에 빠져"


"국민이 가라면 감옥보다 더한 곳 가겠다고 말하고

국정서 손 뗀 후 최소한의 정리할 시간 달라고 해야

과도 거국내각 만들어진 뒤 탄핵심판 받으면 돼

완장 찬 무리에 의해 사고 다양성 실종된다면 끔찍"


 

이 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입니다. 외롭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분에게 위로의 말 대신 듣기에 매우 고통스러울 말을 전하려니 내 마음도 편치가 않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홍길동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서자(庶子)’만도 못한 처지가 돼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 부르기 싫은, 부르기 부끄러운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집단 우울증을 넘어선 억눌린 분노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시민 혁명이란 말이 군중 사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은 세 차례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용서’, ‘마음을 비웠다를 되풀이했지만 이 말들은 국민에게로 가 닿지 못하고 깃털처럼 허공에 흩뿌려졌습니다. 국민은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국민이 야속하겠지만, 진심은 진심일 때 비로소 진심인 법입니다. 국민 96%는 대통령의 담화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마음을) ‘비웠다아직 안 비웠다’, ‘내려놓겠다내려놓을 수 없다의 반어적 표현으로 읽혔습니다. 

 

점입가경입니다. 대통령의 메시지와 태도, 상황 인식은 국민의 울분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북돋고 있습니다. 본인의 잘못을 대통령 당신만 모른다는 데서 국민은 불신을 넘어 절망에 빠집니다. 입에 담기 힘든 조롱과 비아냥도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당신의 실정(失政), 그 핵심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측근이 국정을 농단하며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데 있건만, 정작 대통령 자신은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특별검사 수사와 탄핵 과정에서 따지고 소명해 잘잘못과 시비를 가리면 됩니다. 그런데도 국민을 상대로 변명을 하려 드니 처량해지고 궁지에 몰릴 따름입니다.

 

당신은 국격을 추락시키고 온 국민을 수치스럽게 했습니다. 피땀 흘려 쌓아올린 나라의 위상이 한순간에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으로 무너졌습니다. 3류 국가, 4류 국민이나 다름없는 행태를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당신 이름을 팔아 버젓이 자행했습니다.

 

대통령의 지시나 간여 여부는 추후 밝혀지겠지만, 직위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광장으로 모여든 국민의 함성, 심각한 국론 분열, 국정 마비, 추락하는 경제, 손발이 묶인 정부와 공무원, 그 모든 책임의 근원이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마땅합니다.

 

천막 당사 세우던 그 마음으로


막상 펜을 드니 옛일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당신은 무너져 내리던 한나라당 대표가 돼 천막 당사로 이사하면서 나를 사무총장 겸 선거대책본부장으로 기용했습니다. 세 차례나 고사했지만 네 번째 부탁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천막 당사에 도착한 국회 선배이며 나이도 위인 나는 당신께 이런 첫인사를 했습니다.

 

인당수에 뛰어내리는 심청이 되십시오. 그럼 나는 뒤이어 바로 뛰어내리겠습니다. 그 길만이 거친 풍파에 침몰하는 한나라당호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날 이후 당신은 끼니를 건너뛰며 밤늦도록 전국을 누볐습니다. “(한나라당을) 더 때려 주십시오, 더 반성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목숨만은 제발 끊지 말아 주십시오.”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천막 당사에 근무하던 유일한 현역 의원인 나는 애초 1주일에 한 번만 지역구에서 상경해도 좋다는 당신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비행기를 네 번 탄 날도 있을 만큼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사이를 오가며 내 선거를 포기하다시피 하며 당무에 매달렸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121석의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천막 정신이란 신조어와 함께 보수 정당의 새로운 희망을 열었습니다.

 

그 뒤 염창동 창고 당사로 옮기며 340명의 사무처 직원을 200명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손에 피를 묻히려 하지 않아 총장인 내가 악역을 맡았습니다. 나는 맨 먼저 당신이 아끼는 보좌역부터 옷을 벗겼습니다. 당신은 받아들였습니다. 작업의 실무자였던 국장과 과장도 스스로 옷을 벗었습니다. 조직은 죽음으로써 살아났습니다. 당시 기꺼이 몸을 던져 당과 동료를 구한 그들의 위대한 희생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알던 당신,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박근혜의 잔상은 현재의 이런 모습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당신의 애국심, 나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한결같으리라 믿었건만 지금은 그마저도 허망하고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당신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합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새누리당 비주류 40여명이 당신의 입장 표명과 별개로 탄핵에 동참키로 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당사가 점령되다시피 한 대규모 새누리당 해산 촉구 시위가 견인차였습니다. 당신의 계산보다 이번에도 시위대의 행동이 더 빨랐습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된다면 헌법재판소 앞도 탄핵 심판 결정을 최대한 당기라는 성난 민심의 촛불과 함성으로 뒤덮일 것 같습니다.

 

이제 탄핵은 불가피해졌습니다. 탄핵 이후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광화문 시위에서 촉발된 일종의 혁명적 상황이 어떻게 귀결될 것이며 그 종착점은 어디일지 대강 그림이 그려집니다. 안타깝고 우울합니다. 법에 의한 대통령직 박탈보다는 국민의 뜻을 받든 자진 하야가 그나마 낫다는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건만 더 나쁜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자리에 집착하는 속내를 보인 당신의 자업자득입니다.(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시절, 나는 탄핵에 반대해 서명 발의하지 않은 몇몇 사람 중에 속했습니다.)

 

대통령직은 최고최종의 책임자 자리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계속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책임 정치가 실종되고 기회마저 놓치고 있습니다.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그렇게 비난하던 국회가 결정해 달라며 떠넘겨 지도자에 대한 마지막 신뢰마저 무너졌습니다.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새누리당이 사분오열되고 흔들리는 것도 당신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당 지도자들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번복하며 연일 강공으로 몰아쳐대는 것도 당신의 신뢰를 잃은 태도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곧장 탄핵이 의결되면 당신은 직무 정지되고 현 내각이 정부를 이끌어야 합니다. 국무총리부총리, 몇몇 장관 등은 당신의 실책으로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국정 수행에 지장을 받을 만큼 약체 내각이 됐습니다. 이런 내각이 가장 중대한 향후 수개월간 나라를 이끌어 가도록 방치한 것은 당신과 야당의 공동 책임이 될 것입니다. 특히 당신의 책임이 큽니다. 지도자의 실기(失機)가 본인은 물론 나라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다는 것을 이 이상 보여줄 수가 있을까요.

 

비극이 시작될 판이것은 막아야

 

단임 대통령들의 추락을 보면서 나는 당신이 이 헌법하의 마지막 대통령이 되기를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물러나는 순간까지도 당신은 정치공학적 계산에 의한 국면 호도용 개헌 카드를 꺼냄으로써 개헌은 물 건너가게 생겼습니다. 현행 헌법하에서 차기 대선을 그대로 치른다면 당신에 이은 제왕(帝王)의 추락을 또다시 보게 될 것이 너무나 뻔합니다. 그러면 국민은 시대를 읽지 못한 지도자의 부덕으로 다시금 괴로움을 당하겠지요.

 

나라가 걱정입니다. 인간의 목숨이 유한하듯이 나라도 생명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명이 다한 건가요.

 

요사이 당신으로 인해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한국 정치의 한 축으로 사실상 우리 정치를 이끌어 왔던 보수 정당이 당신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습니다. 보수가 망하는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닙니다. 가뜩이나 단선적 사고가 지배해온 한국 정치가 더욱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방향으로 흘러갈까 두렵습니다. 보수로 대변되던 새누리당의 간판을 내리고 안 내리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기존 정당들을 오래전부터 비판해온 사람으로서 케케묵은 안보론 대 종북론, 성장 대 분배라는 이분법적 대립, 한물간 저차원적 논쟁이 한 방향으로 쏠리게 될 것 같아 공포스러운 것입니다. 완장 차고 행세하는 무리에 의해 사고의 다양성과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토론 및 대화가 실종된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평소 대화를 않고 소통을 기피하던 당신, 보수의 아이콘이던 당신의 마지막 행태로 이 땅에서 비극이 시작될 판입니다. 이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아직도 가장 중요한 열쇠는 당신이 쥐고 있습니다. 결자해지하십시오. 비극을 막기 위해 국민에 대한 당신의 마지막 충성, 애국심을 발휘해 주십시오. 시간은 당신의 편이 아닙니다.

 

주말의 광화문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며 세계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촛불이 횃불 되고 들불 된다더니 드디어 횃불까지 등장했습니다. 4·19에서 6·10 항쟁, 광우병 시위까지를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우려를 감출 수 없습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이성과 합리와 온건이 주도하는 시위도 시간이 흐르면 선동과 폭력이 개입할 요소가 높아집니다. 일부 보수 세력의 과격한 반동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형국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는 가뜩이나 기능을 잃고 성난 민심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대중의 분출되는 욕구를 쓸어 담아 실현시키고 질서 있게 제도화하는 것이 정치권의 몫입니다. 분위기에 편승해 불을 지르기는 쉬워도 주워담고 수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정치권 인사, 특히 차기 대권 주자들이 지금처럼 쉬운 길만 찾으려 한다면 나라는 혼미 상태로 빠져들고 맙니다. 이 절망의 현실을 희망으로 바꾸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로 삼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거듭 고언하고 호소합니다. 당신의 애국심으로 나라를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해주십시오. 당신 아버지가 힘들게 근대화산업화한 이 나라가 당신으로 말미암아 무너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경제적사회적외교안보적, 그 모든 파탄이 당신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는 그 욕심 때문에 일어난다는 생각을 해보셨나요. 믿고 싶지는 않지만 오직 퇴임 후 교도소에 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시간을 끌며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비친다면 당신과 국민, 우리의 공동체인 이 국가는 더욱 불행해지고 마침내는 난파되고 말 것입니다.

 

죽고자 하면 살길이 열립니다

  

내가 죄인이다. 이 자리에서 당장 내려오겠다. 국정에서 완전히 손 떼겠다. 다만 정리할 최소한의 기간만 달라. 감옥 아니라 더한 곳도 국민이 가라는 곳이면 기꺼이 가겠다.” 이런 말을 듣고 싶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선언하십시오. 그러면 국회에서 탄핵이 잠시 연기되고 최소한 거국·과도의 새 내각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탄핵의 심판을 받으십시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고 마지막 애국입니다. 죽고자 하면 살길이 열립니다. 지금 우리는 나쁜 길로 가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없고 내각도 부실하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아노미(anomie) 상태를 이대로 놔둔 채 이해득실만 따지려 해서야 되겠습니까. 대통령과 국회가 역사적 잘못을 저지르는 현장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부 고발자의 심경으로 지적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후 저에게도 수많은 돌팔매가 날아올 줄 압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에는 저 같은 은퇴 정치인들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달게 받겠습니다.

 

요즘처럼 태극기를 보면 뭉클하고 애국가가 가슴을 울린 적이 없습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하나님, 이 나라를 굽어살피소서.

 

김형오 < 전 국회의장 >




[2016-12-06 한국경제] 기사 원문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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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두아빠 2016.12.06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임하면 탄핵심판 각하아닌가요 사임과 탄핵심판이 공존가능한건지 .. 최소한의 시간 과연 동의 받을 수있을까요.. 노무현의 길을 택하지않는다면 뭘해도 부질없을겁니다 현재의 정의로는요.. 하지만 그 정의는 언제든 변덕이죠..

  2. 이명희 2016.12.13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촛불만 국민이 아닙니다. 촛불만 민심이 아닙니다. 감각의 기능이 발달한 국민들은 단순히 박근혜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종북권력에서 어떻게든 박대통령이 버텨주길 바랬습니다. 해서, 청와대고 박사모고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달라고 눈물로 청한 국민은 민심이 아니었을까요? 감쳐진 언론이라는 걸 아시면서도 인기몰이 같은 글 정말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분 맞나 싶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탄핵반대를 그렇게 노출하시고 싶었습니까? 겁내시는건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자본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애국국민이 아니고 집요하고 지랄같고 분노만 표출하는국민을 두려워 하시는 겁쟁이군요. 그런면에서 박근혜대통령은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95%가 비겁하고 욕심많아 대통령자리를 못내려온다는 그 지랄맞은 욕을 다 먹고도 우리 5%가 염려하는 대한민국의 존망의 위기에서 버티시는 거겠지요. 국민은 언론이 가려서 모른다 쳐도 비리의 온상 국회에 계셨던 분의 이런 포플리즘글을 보니 대한민국 망조 맞습니다.

‘질서있는 퇴진’ 제안 원로들도 “대통령 간교한 꼼수 써”

 

 

- 대통령 담화 거센 후폭풍 -

김형오 “제안 받는 척하며 시간 벌어”

정의화 “국회로 떠넘기기 혼란 불러”

임채정 “퇴진에 조건 달아 떠넘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앞줄 오른쪽)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는 동안, 비박계 강석호(뒤편 오른쪽), 김성태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9일 3차 대국민 담화는 순식간에 정치권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여야의 ‘탄핵 공조’에 미묘한 균열이 생겼다. 정치권이 시끌벅적한 가운데 200만 들불로 번져가던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에 촛불시민들이 더없이 분노하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지난 27일 회동해 “박 대통령이 내년 4월까지는 물러나야 한다”며 ‘질서있는 퇴진’을 제안한 원로들도 박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 죄의식 없는 ‘확신범’ 행태 민심의 분노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태도’를 향한다. 4분10초 동안 이뤄진 3차 담화의 전체 16개 문장 중 11개는 감성적 접근법을 취했다. 18년 정치인생을 되뇌며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사심·사익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론 사죄한다고 했다. 최순실씨가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을 빙자해 대기업 출연금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주된 역할을 했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부정하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도의적 책임만 강조한 것이다. 약속을 뒤집고 검찰 조사를 거부한 데 대해서도 아무런 사과·설명이 없었다. 지난 27일 ‘대통령에 대한 원로 제안’을 주도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대통령 담화의 의도를 선의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런 담화로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퇴진시기·2선후퇴 언급 회피 퇴진 시기를 명확히 하지 않은 부분도 시민들의 화를 돋웠다.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도 언제 물러나겠다는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여야 정치권이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면서도 권력 이양 과정에서 자신의 완벽한 2선 후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책임을 질 사람이 책임도 안 지면서 퇴진에 조건을 달아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 본인이 언제 어떻게 퇴진하겠다고 단언을 해야 했는데 국회로 넘기는 바람에 오히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박 대통령이나 국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식물대통령의 시간끌기 임박한 탄핵을 지연시키기 위한 시간끌기용 담화였다는 혐의는 더더욱 짙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기국회 폐회(12월9일)를 정확히 열흘 앞두고 세번째로 고개를 숙였다. 이번주는 정치권이 190만 촛불의 ‘박근혜 퇴진’ 외침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는 일정이 즐비했던 터다. 탄핵안 발의는 물론 특검 수사와 국정조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었다. 탄핵발의 직전 박 대통령이 3차 담화에 나서자, ‘자진사퇴’가 선언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지만 ‘시간끌기였다’는 허탈한 반응으로 귀결됐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국가적 혼란을 막기 위해 우리 원로들이 어렵게 합의를 도출해 제안을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그걸 받는 척하면서 결국 일주일 시간을 벌었다”고 꼬집었다.

■ 탄핵연대 흔드는 꼼수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등의 표현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있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론’을 들쑤시려는 정략적 의도다. 여권 비주류는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여론의 압박에 밀려 탄핵과는 별도로 개헌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터였다. 국회에 모든 걸 맡기겠다며 ‘임기 단축 조항을 담은 개헌론’을 시사해 비박·여권의 ‘탄핵 연대’를 흔드는 의도는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아주 지능적이고 간교하고 교묘한 꼼수를 대통령이 써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2016-12-01 한겨레신문]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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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긴급 대담]


, 퇴진일정 밝히고

 국회는 총리·과도내각 수습책 짜야

  


김형오(오른쪽)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30일 문화일보가 마련한 긴급대담에서 시국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두 원로는 탄핵 이전에 정치적 타협의 길이 있다면 그걸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제시하고 국회가 새 총리와 내각을 세워 국정 공백을 종결지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형오 국회의장 - 정운찬 국무총리

 


사회 = 허민 선임기자(정치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이 토대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문화일보는 30일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두 원로를 초청해 긴급대담을 가졌다. 김 전 의장 등은 진퇴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문에 대해 대통령이 아직 마음을 못 비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원로는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가 협상을 통해 나라를 지탱할 총리와 내각을 세워 국정 공백을 종결지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의장 등은 탄핵보다는 자진사퇴가 낫다는 입장에서 탄핵은 최선이 아닌 최후의 선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황교안 총리와 내각으로 퇴진 이후 국정을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아무런 대안 없이 걷어차기만 하는 야당과 정치 지도자들도 문제가 많다고 걱정했다. 두 원로는 내년 8·15는 새로운 대통령이 새로운 나라를 여는 경축일이 돼서 온 국민이 화합하고 희망을 갖는 날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를 통해 권력의 균점을 이루는 개헌 논의가 퇴진 논의와 병행돼야 한다는 김 전 의장 주장과 지금 퇴진과 개헌 논의를 섞어서는 안 된다는 정 전 총리의 의견이 대립했다. 하지만 둘 다 궁극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제7공화국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정 전 총리는 경제가 흉흉해 국정농단 사태가 없었어도 광장의 촛불시위는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 전 의장도 공존과 성장의 비전을 제시할 차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대담은 허민 선임기자의 사회로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허민 선임기자 =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고 이 때문에 탄핵정국이 출렁거리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김형오 전 의장 =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한다고 해서 사실 기대를 했다. 탄핵보다는 자진사퇴가 낫다는 입장이다. 지난 일요일 원로회의에서도 대통령 4월 퇴진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나. 원로들의 심중은 내년 8·15는 새로운 체제에서 새로운 대통령으로 새로운 나라를 여는 그런 8·15가 돼서 온 국민이 화합하고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담화를 보니 대통령이 아직 마음을 못 비운 것 같더라. 감동 없는 1주일 용 담화다. 나는 탄핵보다는 국정혼란을 막기 위한 하야 일정, 국민이 예측할 수 있는 정치일정을 원했는데 상황인식이 상당히 괴리가 있다.

 

정운찬 전 총리 = 두 가지 점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하나는 진실한 사과가 없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퇴진 일정도 제시하지 않고 자신의 진퇴를 국회에 맡긴다는 것이다. 특검 통과가 현실화되자 시간벌기용으로 보였다. 구체적인 정치일정, 국정 주체 어느 것도 제시하지 않고 국회가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은 참 무책임한 것이다. 국정농단 주체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검찰 공소장에 현역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지 않았나. 본인은 잘못한 게 없다고 한다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 가슴으로 불을 밝힌 5000만 명의 국민은 유언비어에 넘어간 것인가.

 

허 선임 = 어쨌든 공이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의 대응이 있어야 한다. 타협이 우선돼야 하나, 아니면 탄핵인가, 또는 병행해야 할까.

 

김 전 의장 = 대통령이 국회에 결정해달라고 하고 국회가 대통령에게 퇴진하라고 하고 서로 폭탄을 주고받는 형국인데, 양쪽 다 잘못이 있다. 대통령의 잘못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이 자명하다. 국회도 문제가 많다. 대통령과 국회는 이중 선출권력 아니냐.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아 권력을 행사하도록 한 두 축이 대통령과 국회다. 사실상 대통령이라는 한 축이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하나 남은 권력이 국회인데 하는 일이 없다. 국회가 대통령의 제안을 걷어차기만 하면 되는가. 국회는 지금 대통령 탄핵이든 퇴진이든 그 이후 나라를 지탱할 총리와 내각을 세워야 할 임무가 있다. 3당이 모여서 거국 과도내각 총리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에게 모든 국정에서 손 떼고 임명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나라는 굴러가야 할 것 아닌가.

 

정 전 총리 = 지금처럼 가면 탄핵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더 바람직한 건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 일정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문제가 되는 게 헌법에 명시된 책임을 방기하고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법 절차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대통령이 국회에 임기 단축을 합의해달라고 제안할 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임기 단축을 선언하면 된다. 국민은 그걸 결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요구가 그렇다. 지금 상황은 정치권이 만든 게 아니고 시민이 만든 것이다. 퇴진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히는 게 최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

  



허 선임 = 두 분 말씀은 탄핵 이전에 질서 있는 퇴진’, 혹은 원로회의 결론처럼 명예로운 퇴진의 길이 있다면 그게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으로 들린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리더들 중에서도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면 그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탄핵에 앞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한 것도 야권이었고.

 

김 전 의장 = 야권이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하다 탄핵으로 돌아선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대통령의 명확하지 못한 태도가 첫째다. 조기 퇴진을 면하려는 대통령의 수가 국민의 눈에도 읽힌다. 탄핵으로 가는 게 정권을 잡는 데 유리하다는 야권의 계산이 작용한 게 두 번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나는 야당(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끝까지 탄핵에 반대했다. 우리의 정치풍토가 아직 거기까지 성숙해 있지 않지만 정치적 대타협의 길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진정성을 보여야 하고 여야 대권 주자들도 마음을 좀 내려놔야 한다.

 

정 전 총리 = 탄핵으로 가게 되면 각종 폭로가 계속 이어질 것이고 국격은 갈수록 엉망이 될 거다. 대통령 개인도 더욱 곤란해질 게 분명하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를 국회가 알아서 해달라고 제안할 게 아니라 스스로 퇴진을 선언하면 된다. 4·19 직후인 1960426일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을 군중 속에서 본 일이 있다. 하야를 선언하고 이 대통령이 이화장에 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에게) 보지는 못해도 듣는 귀를 가진 딸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국민은 대통령의 하야를 안타까워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분에게 박수까지 쳤다. 박 대통령도 퇴진을 선택한다면 국민의 동정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허 선임 = 총리님은 탄핵 불가피론자로 봤는데 오늘 말씀은 좀 다르다.

 

정 전 총리 =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면 국회에서 결의해 물러나라고 요구해야 하고, 국회에서 합의를 못 하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다만 그 전 단계에서 정치권이 노력을 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 = 탄핵을 하면 국정은 올 스톱된다. 헌법재판소법에 6개월 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지만 권고사항이고 최장 10개월까지 갈 수도 있다. 그러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 안보상황이나 경제환경이 얼마나 안 좋은가. 공자님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이 나라와 국민 좀 걱정해주면 좋겠다.

 

허 선임 = 탄핵은 최선의 방책이 아닌 최후의 수단이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겠다. 두 분은 또 박 대통령이 다시 국민 앞에 서서 자신이 생각하는 퇴진 일정을 제시하고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 총리 추천과 새 내각 구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지 않을까.

 

김 전 의장 = 황교안 총리와 현재의 내각으로 국정을 이끌고 가겠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야당은 그걸 원하는 건지 묻고 싶다. 정말 그렇다면 문제 있는 야당이고 문제 있는 정당의 정치 지도자다. 3당이 3시간만 머리를 맞대면 총리 추천이 가능하다. 표류하는 나라를 부여잡고 일할 수 있는 내각을 새로 구성하는 게 긴요한 과제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왜 남 탓만 하나. 과연 우리나라에 진정한 리더십이 있는 건가.

 

정 전 총리 = 전적으로 동의한다. 황교안 총리의 내각은 헌법 유린,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탄핵 혹은 퇴진 후 대통령 임면권이 정지되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허 선임 = 좀 큰 담론으로 가 보자.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건가. 합의와 타협 부재의 정치, 지도자의 도덕적 해이, 갈등과 투쟁의 일상화, 이런 정치문화를 몰고 온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

 

김 전 의장 = 무엇보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문제다. 우리가 1987년 개헌 후 다섯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한결같이 웃고 들어가서 울고 나오게 됐다. 박 대통령만은 웃고 나오는 기록을 세우길 바랐다. 박 대통령을 끝으로 이제는 5년 단임제 폐해를 극복하는 새로운 체제로 가야 한다. 현 체제에서는 대통령이 누가 되건 국가적인 낭비, 효율성의 저해, 조기 레임덕 현상이 극심하다. 대통령 직선 단임제를 하면서 중장기 비전을 잃은 나라가 돼 버렸다. 위대한 민주주의 지도자인 YS(김영삼)DJ(김대중)도 정권 말기에 무너졌고 자식들은 모두 감방에 갔다.

 

정 전 총리 =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이 바뀐 뒤 한 세대가 지났다. 그 후 세상이 많이 달라졌고 국민의 의식도 달라져 이젠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강력한 개헌론자다. 그러나 이 사태를 수습하는 도구로서의 개헌, 이른바 임기 단축형 개헌에는 반대한다. 사퇴하든지 탄핵하든지 된 다음에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탄핵과 개헌 논의를 함께 하면 죽도 밥도 안될 가능성이 크다.

 

허 선임 = 개헌 논의에서 두 분의 주장이 부딪친다. 퇴진과 개헌을 섞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 퇴진과 개헌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전 총리 = 지금은 개헌과 퇴진 문제가 왔다 갔다 하면 안 되는 시기다. 나는 기본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절대 반대론 입장에 서 있다. 다당제 중심의 내각제 찬성론자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퇴진과 개헌을 섞지 말자는 게 내 주장이다.

 

김 전 의장 = 그렇게 되면 다음 대통령 선거는 이 헌법으로 치르게 될 텐데 그건 문제 아닌가. 그러면 5년 뒤에 우리는 또 불행한 대통령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정 전 총리 = 개헌을 당장 하지 않아도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결선투표제로도 막을 수 있다.

 

김 전 의장 = 결선투표제로 연정을 이룰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눈에 자칫 정치적 타협으로 권력을 나눠 먹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제도를 통해 권력의 균점을 이루는 방안은 개헌밖에 없다.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어떤 훌륭한 분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고 불행한 나라와 국민이 될 것이다.

 

정 전 총리 = 개헌은 권력구조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기본권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분권도 이뤄지고 국민생존권을 보장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복잡해지고 퇴진논의가 퇴색된다.

 

김 전 의장 = 개헌이 모든 걸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개헌을 회피한다면 나라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내가 국회의장 할 때 만든 것도 있고, 정의화 의장 때 만들어놓은 것도 있다.

 

허 선임 =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두 분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 시기와 방법상의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개헌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좀 거대담론으로 나아가자면 개헌은 시대정신을 담는 작업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뭘까.

 

정 전 총리 = 함께 잘 살자는 동반자 정신이다. 모든 정치적 격변 뒤에는 경제문제가 있었다. 전 세계가 경제 불평등 누적으로 인한 양극화로 대중들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고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게 그 사례다. 나는 국정농단 사태가 없었어도 촛불시위는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제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게이트가 민심 폭발의 매개가 된 것이다.

 

김 전 의장 = ‘문제는 경제야라는 데 공감한다.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구제하는 것이 바로 경국제세(經國濟世), 즉 경제다. 경제를 입으로만 걱정하지 말고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 허리띠를 조여 매고 함께 고생하며 나가겠다고 하지 않는다면 하늘에서 정말 훌륭한 지도자가 떨어져도 5만 달러, 6만 달러 시대로 갈 수가 없다. 가진 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

 

허 선임 = 대한민국에 비전을 제시할 미래 지도자상과 지도자의 덕목은 뭔가.

 

김 전 의장 = 2500년 전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를 본받아야 한다. 그가 내세운 지도자의 조건은 식견, 설명능력, 애국심, 도덕성 4가지다. 대한민국의 지도자상에 맞게 두 가지로 정리하면 포용과 희생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정 전 총리 = 대한민국의 독립을 도운 스코필드 박사가 말씀하신 게 있다. 첫째 정직하라. 둘째 약하고 선한 사람에게는 자애롭되 강하고 불의한 사람에게는 호랑이의 날카로움으로 대하라. 세 번째 국력을 신장시키라. 그런 지도자를 보고 싶다.

 


정리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2016-12-01 문화일보] 기사원문 바로가기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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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전 국회의장 위기 때 지도자는 자신을 던져야 국민에 희망줘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리더십 다룬 술탄과 황제개정판 출간

“21세기 리더십 최고 덕목 마음박 대통령, 소홀했다

정치인들, 촛불집회 참여 못지않게 해법 제시도 중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등 한국의 리더들에게 공인 의식이 없어 권력의 사유화가 일어난다면서 출세지상주의 사회에서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배우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낙화’)

 

자리를 내려놓고 떠나야 할 때 기억해야 하는 시인의 경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에 맞서다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묻고 있다. 지난봄 현 정국과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의 시사칼럼집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결여를 지목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69)이 최근 황제의 리더십에 대한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를 펴냈다. 2012년 출간한 <술탄과 황제>를 전면 개정한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김 전 의장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의장은 한국의 현실을 상정하고 쓴 건 아니지만 오스만튀르크와 비잔틴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술탄과 황제 두 지도자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든 역사에는 교훈이 있죠.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와 이에 맞서 항복을 거부한 채 최후를 맞이한 비잔틴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리더십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김 전 의장은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고 5선 국회의원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현재 부산대 석좌교수로 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국정 혼란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도자는 포용과 헌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순신 장군처럼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차기 대권주자들도 죽고자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자신을 던져야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국민이 왜 분노하고 있는가 하면 박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에요. 지난 대선 때 나는 남편도 없고, 지켜야 할 가정도 없고,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했잖아요. 박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은 적어도 박근혜만큼은 도둑질 안 하겠구나했는데 그게 깨졌지요.”

 

김 전 의장은 21세기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마음을 꼽았다. 그는 위정자와 국민의 ()’을 좁히는 게 마음인데, 박 대통령은 마음을 쓰는 데 소홀했다고 했다. “망해가는 비잔틴에서 사람들을 뭉치게 한 황제의 리더십을 눈물의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의 아픔에 함께 울어준 것이죠. 나날이 각박해지는 사회에서는 삭막한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해주는 지도자가 진정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죠.”

 

김 전 의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휘청이는 한나라당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박근혜 당시 대표와 함께 당을 추스르기도 했다. 2008년 국회의장에 취임하자마자 개헌안을 마련했던 그는 이번만큼은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국회에 와서 개헌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서 개헌이 물 건너가는구나싶었다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믿음마저 가셨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건으로 인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개헌 카드마저 정략적으로 꺼냈다는 비판이었다. “우리 대통령 중에 민주주의를 위해서 가장 투철하게 헌신했던 지도자, 수백만명의 지지자가 있었던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둘뿐입니다. 하지만 이들도 레임덕에 빠지고 임기 말에 아들들이 구속됐어요. 박 대통령은 울고 나오는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는데 가장 비참하게 내려오게 됐죠.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역사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가 대한민국 정치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내린 진단은 대의 민주주의에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국회에서 1년 동안 주무르고 있는 사안들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 시대에는 하루도 안돼 해법이 나올 것이라며 대변혁이 오고 있는데 국회는 낮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토론을 안 하는 국회가 무슨 국회냐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는 이번 촛불집회에서 한국의 희망을 본다고 했다. 그는 울분은 자제할 때 힘이 더 세진다면서 정치인들은 성숙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촛불집회 참여도 좋지만, 국정 혼란을 타개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게 국회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2016-12-01 경향신문]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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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前장관·의장 동원해 中 설득을…

핵 없어도 북한 체제 유지할 수 있어”

                           - 김형오 前국회의장이 말하는 안보 해법


 

사드는 국민 단합 이슈인데 되레 분열

반대측도 “中 보복할 것” 약점 노출말고

사드보다 더 나은 방법 있는지 토론을

차기 대통령감 자기헌신·포용력 갖춰야

 

 

 

                              ▲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23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드’, ‘핵무장론’, ‘북핵에 따른 중국의 역할’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세월호 사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달리 국민을 단합시킬 수도 있는 이슈입니다. 지금 일고 있는 안타까운 혼선과 국론분열을 해결할 리더십을 발휘하는 인물은 다음에 반드시 큰 지도자로 쓰이게 될 것입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사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 여야 지도층이 국민을 단합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사드 배치는 전형적인 님비(NIMBY) 현상인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지도력이 상실된 상태”라면서 “이 문제가 대선 국면까지 그대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진단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0일 중국 텐진에서 열린 빈하이(濱海) 동북아평화발전포럼에서 북핵과 사드 등을 주제로 개막 연설을 하며 중국 측 인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김 전 의장은 연설에서 핵이 북한 체제 유지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과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중국 측은 한결같이 사드를 반대하며 대화가 먼저다, 북한을 압박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면서 “우리가 설득은 놔두고 설명조차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국내의 정치적 논란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방어 장치로 사드가 필요한가 안 한가, 사드보다 더 효율적인 기재가 있는가 등을 두고 토론해야 하는데 지금 반대 측은 중국을 노하게 해서는 안 된다, 경제보복을 당한다는 식으로 우리 약점을 노출시키고 있다”면서 “중국도 미국도 아닌 대한민국을 이 문제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사드는 외교 문제든 국내 갈등이든 공통적으로 정부가 해결을 위해 발품을 열심히 팔아야 한다”면서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에 대해 현직·전직의 가용한 재원을 찾아서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의장, 외교부 장관 등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 나라”라며 본인도 사드 문제 해결에 적절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김 전 의장은 중국 텐진대 역사상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등 중국과 인연이 깊다.

 

김 전 의장은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에 핵이 없어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이 핵에 의존하는 건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핵 외에는 체제 보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다른 방법이 있다는 신뢰를 북한에 주기 위해 한·미·중이 동시다발로 움직여야 하고 6자회담은 그다음 순서”라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 등 한반도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핵이 얼마나 위험하고 가당찮은 무기인지 알고 있다”면서 “정치적 프로파간다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미 안보 체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 수해 지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북한이 우리 정부에 공식 요청을 하면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럴 때는 공세적으로 우리가 먼저 북측에다 ‘지원을 요청하라’고 메시지를 던져볼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내년 대선에서 뽑을 대한민국 지도자의 조건으로는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꽃피운 지도자 페리클레스(BC495?~BC429)가 제시한 식견과 설득력, 투철한 국가관, 도덕성 등 4대 조건을 들었다. 또 특히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자기 헌신’과 ‘포용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포용은 아파하는 그 마음속에 들어가 같이 아파하는 긍휼이자 자비인데 (정치인들이)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다”면서 “악어의 눈물이 아닌, 같이 아파할 줄 아는 지도자가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5선 국회의원이자 18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 전 의장은 현재 부산대 석좌교수로 후학들을 양성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 저작인 ‘술탄과 황제’ 전면 개정판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6-09-24 서울신문]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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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김형오 전 국회의장  "당사(黨舍)·대표·최고위원 다 없애고 

                                 정당이 국회로 들어가야"



20대 국회 출범 100일…정치권에 쓴소리 쏟아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당이 당론을 무기로 국회 좌지우지…근본적 제도 혁신 필요

교섭단체 대표연설 3일간 국무위원 잡아놓는 건 '갑질 중 갑질'

세상 팽팽 돌아가는데 변화에 느릿느릿…국회무용론 확산될 수도


반기문, 진흙탕 들어가 경선 돌파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국 정치는 기득권과 집단이기주의에 젖어버렸다”며 근본적인 틀 개혁을 주장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정계를 은퇴한 지 4년이 넘었지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 할 말이 많았다. 연신 “답답하다, 안타깝다, 걱정된다”고 했다. 김 전 국회의장은 20대 국회 출범 100여일을 맞아 11일 책으로 가득찬 그의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혁신을 내건 20대 국회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다간 국회 무용론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 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도 준비 부족으로 핵심 내용은 제대로 따지지 못한 채 ‘망신주기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현역 시절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2년 펴낸 술탄과 황제의 전면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은 1453년 동로마제국 콘스탄티노플(현 터키 이스탄불)이 오스만튀르크 술탄인 메흐메트 2세에게 함락되는 과정을 그려 베스트 셀러가 됐다. 부산대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오는 20일에는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리는 빈하이포럼에 참석, 3년째 기조연설을 한다.

▷술탄과 황제를 전면 개정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제3자로서 중립적으로 썼다고 판단했으나 서양 자료에 의존하다 보니 아무래도 서양 시각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황제가 일기로 이야기하고 술탄이 비망록으로 답하는 형식의 척추만 놔두고 다 고쳤어요.”

▷또 다른 책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김구 선생에 관한 것입니다. 김구 선생에 관한 ‘백문백답’ 형식이 될 것 같습니다(김 전 의장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또 하나는 14세기 후반 중앙아시아에 대제국을 건설한 티무르에 관한 얘기입니다.”

▷20대 국회도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데요.

“국회가 달라진다고 하는 것은 선거용일 뿐입니다. 이런 제도와 선거가 지속되는 한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수준의 변화는 절대 올 수 없어요.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야당이 밀어붙이고, 여당이 점거 농성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여야가 서로 바뀐다 한들 본질은 바뀔 수 없어요. 틀이 변해야 합니다. 헌법 권력구조가 잘못됐어요. 1987년 헌법 체제의 문제점은 대통령 권한은 막강하고 국회의 책임성은 없습니다. 대통령 장기 집권을 막고자 단임제를 했는데, 평화적 정권 교체는 이뤄졌지만 레임덕이 옵니다. 신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섭니다. 대통령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에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 대통령 영향 하에서 선출됩니다. 권력분립이 안 돼 있어요. 야당은 견제권이 없다 보니 입으로 발목 잡고,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한쪽은 제도적인 막강한 권한이 있고, 한쪽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소통이 제대로 안 됩니다. 또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챙기고 지휘·감독하는 바람에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은 청와대만 쳐다봅니다. 자기를 비울 줄 모르는 지도자는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없어요.” 


▷오히려 정당 기능이 막강하지 않나요. 


“정당과 국회 관계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당이 당론으로 국회를 움켜쥐고 있어요. 미국식 정당으로 가자는 겁니다. 당사와 대표, 사무총장, 최고위원 다 없애야 합니다. 국회로 다 들어가야 해요. 힘들게 대표, 최고위원 됐는데 그 권한을 쉽게 내려놓지 않겠죠. 그러다 보니 정당과 국회 관계가 기울어져 있습니다. 정당 국고보조금도 없애야 합니다. 대표, 최고위원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술값과 꽃값, 밥값 등으로 국민 혈세를 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왜 정당이 국민 세금을 씁니까. 자생 정당으로 가야 합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대입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바로 결론 내려야 하지만 문제 제기 하나 하면 정당에서, 국회에서 몇 개월 질질 끕니다. 세상은 팽팽 돌아가는데 국회는 너무 느립니다. 국회 무용론이 일 수 있어요.”


▷국회에 권한을 더 주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국회 행태로 봐선 권한 더 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입니다. 다시 태어나야 해요. 청문회 증인이든 참고인이든 진술인이든 모두 인간적으로 대접해야 합니다. 의원이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장관이나 증인에게 모욕적으로 해도 된다는 생각은 착각도 큰 착각이에요.”


▷법안 제출을 기준으로 의원을 평가하는 게 올바릅니까.


“법안 심의를 진지하게, 깊이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TV 카메라만 들어오면 산 낙지 들고 와서 증거물이라고 ‘쇼’하는 식은 안 됩니다. 국회의원은 법을 빨리 통과시켜선 안 됩니다. 시민단체가 법안 몇 건 제출한 것을 가지고 의원 성적표를 매긴다고 하니 몇 개 고치고, 남의 것을 베껴 법안을 제출합니다.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 해요.”


▷국회 특권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기득권과 진영논리, 집단 이기주의에 젖어버렸어요. 대표연설 하는데 사흘 연속 전 국무위원을 불러 일방적으로 연설을 들으라고 합니다. 갑질 중 갑질이에요. 연설을 하루에 몰아서 하든지, 1년에 한 번만 해도 됩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도 없애야 하고,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아야 합니다. 면책 특권은 보장해야 하지만 엄격히 제한해야 해요. 국민 모두의 인신보호 원칙을 강화해야지 왜 국회의원만 불체포 특권으로 보호해야 합니까.”


▷여야가 수권 능력이 있다고 봅니까. 


“대통령은 수입할 수도 없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있는 사람 중에 뽑아야 하는데 다들 고만고만하다 보니 국민이 차기 대통령에 대해 기대보다는 무관심 쪽으로 흘러가요. 경선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TV 방영 시간에 맞춰 제약된 시간 안에 질문, 답변하는 판에 박힌 방식으론 안 돼요. 시간을 충분히 주고,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몇 시간씩 토론하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한 사람씩 떨어뜨린다든지 해야 합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이 예견됩니다.


“복지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세금 내라고 하면 법인세를 올리자고 하는데, 나는 안 내고 재벌들만 내라고 하는 양극화된 사고방식은 틀렸습니다. 국민개세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기업이 활력을 가져야죠. 규제를 확 풀어야 합니다. 정부가 규제 덩어리입니다. 정부 권한을 내려놔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다 쥐고 안 내려놔요. 꼭 안 되는 것만 명문화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후보로 나오면 성공할 것 같습니까.


“훌륭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심사숙고한 다음에 뜻을 정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나서는 게 이 시대의 필수적인 의무요 소명이다’라는 확신이 있는지, 경선을 돌파할 자신이 있는지, 진흙에 들어가서 팔 걷어붙이고 온몸이 생채기가 나더라도 관철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진해운 사태 대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가 뒤늦게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가 국회의장 시절(2008~2010년)부터 조선·해운에 문제가 있으니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청와대와 관련 장관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장관으로 있을 때만 탈이 없으면 되는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어요. 대우조선에 엉터리 지원한 게 드러나고, 한진해운엔 ‘열중쉬어’ 하고 있다가 이런 국면을 맞았어요. 우리 정부가 도대체 정책 집행 능력을 갖췄는지 걱정스럽습니다. 재벌 특혜 공포증에 사로잡혀 일을 안 합니다. 나라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요. 롯데 수사로 부회장이 자살했는데, 정부가 심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이렇게 옥죄어서 되겠습니까. 레임덕 방지 차원에서 롯데가 걸려든 것입니다. 한진해운과 롯데 모두 정부에 의해 망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47년 경남 고성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경남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동아일보 기자 △14~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18대 국회 국회의장 △한국경제신문 객원대기자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2016-09-12 한국경제] 월요인터뷰 기사원문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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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달라진 국회를 기대하고 있을 국민들 앞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언론들도 앞다투어 나름대로 해법과 탄식을 쏟아놓고 있습니다.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일입니다. 




2016-06-04 동아일보


“국회의장 투표로 선출… 주요 상임위장은 서로 양보를”



원로-전문가들의 원구성 조언 




교착 상태에 빠진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대해 전직 국회의장과 정치학자들은 국회의장 문제를 상임위원장 배분과 분리해 자유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은 제2당에 1석 많은 1당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새누리당은 여당 프리미엄만 고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의장은 어차피 무소속인 만큼 자유투표 방식으로 의원 직선으로 뽑아야 한다”며 “헌정 사상 최초로 당론이 아닌 의원의 자유의사에 맡겨 보는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도 “국회법에 따르면 의장 선출은 무기명투표로 재적 의원 과반수 득표로 결정하게 돼 있지 1당이냐 2당이냐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동의를 구한 정당이 의장을 맡으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법 15조에 따르면 의장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되고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를 하고,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최고 득표자가 선출된다. 결과적으로 더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지만 꽉 막힌 상황을 풀기 위해선 자유투표 외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김 전 의장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협상을 분리해서 해야 한다”며 “상임위원장은 각 당의 의석수에 따라 몇 개를 맡을지 정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고 했다. 임채정 전 의장도 “위원장은 3당이 각 당의 형편과 정황에 따라 서로 양보를 하면서 배분하면 된다”고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기획재정위원장은 여야가 나눠 맡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임 전 의장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야당을 선택한 민심에 따라 1당인 더민주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호 교수도 “협상의 대상이 아닌 원 구성이 협상의 대상이 돼 버린 게 우리 국회의 나쁜 관행”이라며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면 국회의장을 더민주당에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여소야대의 3당 체제가 이뤄진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의장은 더민주당, 법사위와 예결특위는 새누리당, 운영위는 국민의당이 맡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1당이 의장을 맡고 3당이 운영위를 맡으면 2당과 3당이 잘 협의하게 될 수도 있다”며 “3당이 정부 여당과 대화하는 ‘협치’를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 황형준 기자 




[2016-06-04 동아일보]  바로가기☜ 클릭 






2016-06-06 동아일보


[횡설수설/이진녕] 국회의장이란 자리



육군참모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정일권(작고)은 8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 몇 달 한 것밖에 없는데도 9대 국회 입성하자마자 국회의장이 됐다. 유신체제이던 1973년의 일이다. 국회의장은 형식상 국회의원들이 선출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지명하면 그만이었다. 9대 국회 전반기, 후반기 합쳐 6년간 국회의장을 지냈다. 10대 국회의 의장직에도 내정됐다가 차지철 대통령경호실장이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며 트는 바람에 백두진으로 바뀌었다. 정일권의 비서실장을 지낸 신경식 헌정회장의 증언이다.


 ▷이만섭(작고)은 소속 정당을 바꿔가며 두 번 국회의장을 지냈다. 14대 국회 전반기 의장은 김영삼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16대 국회 전반기엔 김대중 대통령의 낙점이 아니라 여당 의원총회에서 후보로 추대된 뒤 본회의에서 야당과 표 대결 끝에 선출됐다. 그 스스로가 쟁취한 일로 역대 처음이다.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과 국회의원 자유투표에 의한 의장 선출을 명문화한 국회법이 마련된 것도 이만섭 의장 때다. 


▷김형오 의장은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외유를 가던 역대 의장들의 관례를 깨고 2008년 가을 국토순례를 떠났다. 이듬해 3월 결과물로 나온 것이 ‘길 위에서 띄운 희망편지’란 수필집이다. 2012년엔 4년간 심혈을 기울인 끝에 1453년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이 함락되는 과정을 그린 ‘술탄과 황제’란 역사 탐구서를 내놨다. 그는 저술활동과 강연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국회의장들은 대체로 그 자리를 끝으로 정치활동을 접는다. 그러나 19대 국회 마지막 국회의장 정의화는 이례적으로 퇴임 사흘 전인 5월 26일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을 출범시켰다. 10월쯤 정치결사체로의 탈바꿈 가능성도 내비쳤다. 몇 달 후, 몇 년 후 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국회의장의 실질적 권한이 크게 축소됐는데도 여야가 20대 첫 국회의장 선출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아직도 티격태격한다. 얼마나 대단한 국회의장을 뽑으려고 이러는 건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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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새누리당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지난 선거의 패배를 거울삼아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며 답답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초선의원들은 신인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국민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기 바랍니다.

제 강의와 관련한 기사들을 모아 URL을 올립니다.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기사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6-05-10 조선일보] 

김형오 전 국회의장 "與 총선참패는 지도부와 윗선 때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0일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해 “참 괜찮은 사람들이 무능하고 무력하고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새누리당 지도부 또는 그 윗선 때문에 낙선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제18대 국회 때 의장을 지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선(初選) 의원 연찬회에 강사로 나와 “이번 공천은 엉망 공천이었다. 역대 보수정당 최악의 선거를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를 겨냥해 “새누리당은 지난 3년 간 눈치 보는 데는 프로였다. 거수기 행동하고 당명이라는 이름 하에 그걸 받드는 데 행동 대장하고 계보 줄서기에 앞장서고 계파 이익을 챙겼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비대위 구성) 얘기가 나오고 한 달 지나고도 안 하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앞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 바 있지만 “제가 그 자리를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사양했다.

금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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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10 동아일보]

김형오 “보수票 이탈하는 소리 안들리나”

새누리 초선 당선자 연찬회… 김형오 前의장 강연서 쓴소리
“지도부와 그 윗선 탓에 총선 참패… 당장 선거하면 120석도 못얻어”
이정현 “대접 바라지말고 머슴돼라”  
일각 “정진석 비대위원장 맡아야”
 


특강 듣는 초선들 새누리당 초선 당선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초선 당선자 연찬회에 참석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김 전 의장은 보수정당이 큰 위기라며 철저히 토론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역대 보수 정당 최악의 참패요, 최악의 선거를 했다. 하지만 오늘 당장 선거를 하면

새누리당은 120석도 못 얻을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사진)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선 당선자 연찬회 특강에서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이같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 김형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어” 

김 전 의장은 강연에서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무능하고, 무력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당 지도부와 그 윗선 때문에 참 괜찮은 사람들이 낙마했다”며 공천 파동을 일으킨 지도부와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해산하고 끝이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보수 표가 엄청나게 이탈하고 있는 소리가 안 들리느냐”고 지적했다. 또 “지금 새누리당에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와 결의가 있느냐”며 “초선이기 때문에 안 한다는 건 핑계이고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최교일 당선자(경북 영주-문경-예천)가 수습 방안을 묻자 “이런 연찬회 모습도 마음에 안 든다. 3일 정도는 당선자가 모두 모여 물만 마시며 철야 토론하고 뼛속까지 철저하게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또 “본회의장 상임위 꼬박꼬박 출석, 무더기 법안 발의하면 범생 수준 의원만 된다. 영혼이 없다”며 “밤낮 주야장천 지역구에서 보내는 사람이 있다. 지역구를 붙박이용으로 하지 말고 (법안) 한 개라도 제대로 하고 4년 후 불출마 선언하는 게 낫다”고도 했다. 김 전 의장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날 연찬회는 총선 뒤 초선 당선자들만의 첫 공식 일정이지만 행사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나도록 전체 45명 중 출석률은 84.4%(38명)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연찬회장에 들어서며 불참자를 겨냥해 “오늘 안 오신 당선자들은 적어 놨다가 나중에 불이익을 줘야겠다”며 뼈 있는 농담을 했다. 결국 4명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끝까지 불참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강연에서 “여론을 무시하고 급하게 가는 사람은 떨어지더라”며 “담뱃값 인상할 때 주도한 분, 자유무역협정(FTA) 주장했던 분 다 낙선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해보니 지역의 여론을 잘 들어야 표로 연결된다”며 “그것을 여론이 아닌 정론 그리고 국가경쟁력 쪽으로 무리 없이 속도 조절하면서 당겨 오는 과정이 의원 생활”이라고 했다.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김재원 의원과 한미 FTA를 주도했던 김종훈 의원 등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 이정현 “지역에서 머슴이 돼라” 

 이날 새누리당의 ‘불모지’인 호남(전남 순천)에서 3선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은 특강에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하인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대접을 받으려 하지 말고 선거 때 자신이 했던 공약대로 철저하게 머슴이 돼야 한다”며 “각자가 국회의원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선 전날 당선자 총회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정종섭 백승주 당선자는 “비대위원장으로 외부 영입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정)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개혁적인 내부 인사들로 비대위를 만들자”고 말했다고 한다. 두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행정자치부 장관과 국방부 차관을 지낸 친박(친박근혜)계다. 

총선 참패 책임론에만 머물 게 아니라 혁신할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태 비례대표 당선자는 “지금까지 총선 참패 책임에 대해서만 얘기했는데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새 원내지도부와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직후 “당의 공동화(空洞化)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며 7월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비대위가 실권도 없이 전당대회 관리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는 “비대위든 혁신위든 활동 시한을 전당대회 이후로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기자·강경석 기자


[2016-5-10 동아일보]   ☞바로가기 클릭


[2016-05-10 중앙일보] 
김형오 "엄청난 보수표들 이탈하는 소리 
           안 들리느냐" 친정 새누리당에 쓴소리 특강

"새누리당이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와 결의의 움직임이 있습니까? 초선 의원이기 때문에 안 한다는건 핑계고 변명입니다.”

이종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전 의장은 “엄청난 보수 표들이 이탈하고 있는 소리가 안 들리느냐”며 “가장 어려운 시기에 당선된 초선 의원 여러분이 피나는 노력을 해서 저같은 과거 선배들이 잘못 만들어놓은 관행을 과감하게 뿌리치라”고 말했다.

그는 “(초선 때는) 메뉴얼이 없다보니 본회의, 상임위원회의 꼬박꼬박 출석하고 무더기로 법안만 발의하는 ‘범생’ 수준 의원이 되기 쉽다”며 “국정감사장에 뱀을 가져오고 최루탄을 시연하는 쇼를 하고 정부를 엄청나게 괴롭히는 사람들 때문에 국회가 왜곡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튀는 행동’과 함께 ‘지역구 붙박이’를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주야장천 지역구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국회에 잘못 들어온 것”이라며 “지역구 붙박이하려면 도의원이나 군의원을 하라”고 말했다.

당 쇄신 방향에 대해선 “우리 당은 3년간 눈치보는데는 최고였다”며 “당명을 받드는 행동대장, 줄 세우고 계파 챙기는 집단 이기주의 옹호자로 전락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당의 눈치나 보고 예속돼 있으면 정치발전은 요원하고 새누리당도 거듭 태어날 수 없다”며 “무작정 무분별한 당론을 정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당론으로 정하는 건 사회주의 정당”이라고도 했다.

그는 “정당이 그동안 무슨 책임을 지고 어떤 역할을 했느냐”며 “정치발전에 기여한 게 없는 정당에 왜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국고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부터 국고보조금 받지 않겠다고 결의하면 국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며 “국고보조금은 당 대표의 술값, 꽃값, 밥값에 쓰이지 정책연구비에 안 쓰인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의장은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대해 “엉터리 공천과정”이었다며 “무능하고 무력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당 지도부의 위선 때문에 참 괜찮은 사람들이 낙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공천관리위원회나 당 최고위원회가 해산하고 끝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늘 당장 선거를 하면 120석도 못찾을 것”이라며 “반성 없는 180석 보다는 반성하는 120석이 훨씬 낫다”고도 말했다. “수도권에서 천막당사 때(121석)보다 더 나쁜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렇게 반성하지 않는정당, 이게 내가 몸담았던 정당인가”라며 “최소 3일간 금식ㆍ철야를 하며 흉금을 털어놔야 한다. 제스쳐를 하려면 3일동안 물만 마시고 금식비용을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주는 정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2016-5-10 중앙일보]   ☞바로가기 클릭


[2016-05-11 한국일보]

“반성 없는 180석, 반성하는 120석보다 못해”

김형오 전 의장, 새누리당 초선 특강

“당이 이렇게나 무기력…” 질타

“눈치 보는 예속물 안 되게” 당부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라'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4ㆍ13 총선 참패 이후 무기력한 새누리당을 향해 “지금 도대체 당이 있느냐”며 “반성도, 책임도 없다”고 일갈했다.
10일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누리당 초선 당선자를 대상으로 가진 연찬회 특강에서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 전 의장은 부산 영도에서 5선을 했으며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새누리당에 대해 “국민을 우습게 본 당 지도부 때문에 보수 정당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도 책임 지는 사람도, 새로 태어나겠다는 결의도, 움직임도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선장을 정하기는커녕 설계도조차 그리지 못한 채 논의가 지지부진한 ‘비상대책위원회 논쟁’을 그 예로 들었다. 김 전 의장은 “총선 뒤 한 달이 지나도 비대위를 만들지 않을 거면 구성을 안 하는 게 낫다”며 “차라리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나 꾸리라”고 꼬집었다. 당 혁신이나 쇄신은 뒷전이고 물밑 당권 경쟁에 매몰된 모습을 비판한 말이다. 
당일치기로 열린 연찬회를 두고도 김 전 의장은 “쇼로 보일지 몰라도 3일은 금식과 철야를 하면서라도 흉금을 트고 뼛속까지 반성해야 한다”며 “아직 보수정당이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이렇게나 무기력하니 정말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반성 없는 180석보다는 반성하는 120석이 차라리 낫다”고도 했다. 
김 전 의장은 후배 당선자들에게 “의원이 정당의 눈치를 보는 예속물이 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의원 선서에도 헌법을 준수하고 양심에 따르라고 돼있지 정당은 없다”며 “정당과 당론에 사로잡힌 정파 대결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했다. 
그는 당청 관계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힘이 셀 때는 ‘일하는 국회로 만들어달라’는 (대통령의) 말이 ‘말 잘 듣는 국회로 만들어달라’로 들리더라”며 “국회는 행정부가 말하는 일을 하는 국회가 아니다. 이제 (임기 후반이니) 대통령의 힘도 빠지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날 김 전 의장은 원고 없이 약 1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김 전 의장의 특강에 지상욱(서울 중ㆍ성동을) 당선자는 “굼뜨고 오만하고 무신경한 공룡인 지금의 모습에서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보수 정당이 소멸할 위기라는 말씀에 전율이 느껴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당의 불모지인 전남 순천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이정현 의원도 당선자들 앞에서 “서울에서는 국회의원, 지역에서는 심부름꾼이라는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라”며 “부지런하면 재선이 되고 게으르면 전직 의원으로 끝난다”고 조언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초선의원 연찬회 연단에 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강연을 당선자들이 듣고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016-5-11 한국일보]   ☞바로가기 클릭



[KBS 100브리핑] 혼나는 국회의원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쓴소리'를 청해듣고 있다. 

선배 국회의원들이 정치 신인들의 워크숍 지각이나 결석을 나무라기도 한다.

정치권이 "우리 달라지고 있어요!"라고 호소하는데 이만한 정치이벤트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쓴소리를 통해 얼마나 반성하고 실제로 달라지냐 하는 것.

정치권의 뒷(back)얘기를 100초 안에 전하는 100브리핑.


[2016-5-10 KBS NEWS 100브리핑]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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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후폭풍] "국민의 명령은 경청과 타협…정치를 혁명하자"



김형오 한경 객원대기자<전 국회의장> 특별 리포트

어느 당에도 주도권 안 줘 
이세돌 '78번 수'처럼 절묘 
포용과 희생의 리더십 요구 


선거는 끝났다. 아침에 목욕탕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입을 벌렸다. 뜬눈으로 새웠는지 충혈된 사람들도 보였다. 간간이 나오는 소리가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지”,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등이었다.

그렇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무서운 경고를 담은 국민의 심판이었다. 여소야대(與小野大)도 충격이지만 제1당 지위까지 빼앗긴 여당의 명실상부한 참패였다. 새누리당의 아성인 영남과 서울 강남에 균열이 생기고, 더불어민주당의 근거인 호남은 국민의당이 차지했다. 대권 후보로까지 거명되던 기라성 같은 후보들이 패배의 쓴잔을 들고 기대에 찬 새 인물들이 반짝인다. 

한국의 정치 지형이 일거에 바뀌어 버렸다. 오만하고 편협한 양당제에 식상한 국민의 분노가 묻어난 투표였다. 3당 체제가 국민 여망에 어떻게 맞출지 그 시험대이기도 하다. 

참 특이한 선거였다. 공약도, 정책도, 비전도, 이슈 대결도 없었다. 진정성을 잃은 사과와 사죄, 엄살과 읍소, 은근한 협박만이 선거판을 지배했다. 용서를 빌며 무릎 꿇고 엎드렸지만, 정작 무엇을 잘못했으며 어떻게 시정할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늉만 내면 이번에도 통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냉엄했다. 무섭도록 현명했다. 속 보이는 정치쇼, 거짓 눈물은 먹혀들지 않았다.


이런 선거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북핵을 비롯한 안보 문제도, 안팎으로 몰아닥치는 경제 위기도, 심해지는 양극화 해소책도, 청년들의 절망과 실업대란도, 고령화·저출산도, 복지 논쟁도 증발해 버렸다. 


"세상은 팽팽 돌아가는데 정치, 언제까지 구태에 젖어 있을 참인가"


거를 주도하는 인물 그 누구도 차기 대권을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대권 후보가 아직 없다고 고백(?)하는 답답한 선거였다. 각양각색의 정당 무늬는 봄꽃보다 요란했고, 신명나는 로고송과 프로급의 춤사위는 현란하기 그지없었지만 가슴은 비고 마음은 스산했다. 내용(콘텐츠)은 없고 껍데기(하드웨어)만 화려한 이 맹탕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4년간 국정을 잘 이끌어주기를 얼마만큼 기대해야 할까.

그 견고한 진영 논리도 선거 앞에서는 허물어졌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돼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킨 일등공신은 더불어민주당의 주인이 되고, 야당 출신은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돼 공약을 주도했다. 이분들은 애초부터 그 당 출신인 것처럼 당을 잘 이끌고 그럴듯한 정책도 내놓았다.



민심의 무서움 보여준 선거 

여야의 벽을 이렇게나 쉽고 자연스럽게 넘나드는데 왜 한국 정치는 그동안 대화와 타협을 하지 못하고 극한 상황까지 대치해온 걸까. 정당들의 한 치 양보 없는 죽기 살기식 싸움도 명분과 실리만 조절되면 얼마든지 타협 가능함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선거는 심판이다. 선거일 한 달 전에야 겨우 선거구를 획정하고 엉터리 공천을 하면서도 ‘국민 공천’ ‘전략 공천’으로 포장한 기득권 정치를 국민은 심판했다. 대통령은 일하지 않는 국회를 심판해 달라 했지만 국민은 국회와 싸우는 청와대를 심판했다. 여당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야당을 심판해 달라 했지만 유권자는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끌어들이지 못한 여당을 오히려 심판했다. 경제를 망친 정부 여당을 심판해 달라 했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제1야당에 경고성 지지를 보냈다. 새로운 정치로 심판받겠다는 국민의당은 비례대표에서 참신성을 인정받지 못했더라면 새 인물을 영입하지 못해 호남 지역 당으로 전락할 뻔했다.

선거는 민심이다. 후보가 누구며 정책 공약이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묻지마 투표를 독려하는 뻔뻔스러움에 분노한 민심이 줄을 섰다. 58%라는 비교적 높은 투표율이었다. 그러나 민심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투표장에 오지 않은 42%의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면 또 다른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오죽하면 기표용지에 ‘지지 후보 없음’ 난을 새로 만들어 그 난에 가장 많은 표가 몰린 지역은 국회의원을 공석으로 두자는 제안까지 있었을까. 정말로 그 아이디어가 실행됐더라면 투표율이 껑충 높아지고 국회의원을 내지 못한 지역이 속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똑똑히 보여준 심판의 선거였다. 

청와대부터 변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이었다. 얼마나 많은 여당 후보가 박 대통령을 팔고 다녔던가. 그런 후보와 여당이 참패했다.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의 기반이 크게 약해졌다. 대통령과 정부는 겸허히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는 대결과 질책의 대상이 아니다. 권력 중추로서의 국회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참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국회의 협조와 협력 없이는 어떤 법률도 예산도 처리할 수 없다. 

20개월 후의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국회 권력이 행정 권력을 압도하게 생겼다. 권력 누수(레임덕) 현상은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국회를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 깍듯이 인정하는데도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회초리를 들 것이다.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다. 

이제 통치가 아니라 정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윗선이나 외부 세력의 눈치나 보면서 염치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면서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자기 지지자만 바라보는 ‘비정상의 정치’만 있었다. 어느 당에도 과반 의석을 주지 않은 3당 체제를 출범시킨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일방통행이나 흑백논리는 안 된다는 경고다. 

오만하거나 과욕을 부려서도 안 된다. 나를 지지하는 국민보다 그렇지 않은 국민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엄숙히 받아들여야 한다. 한두 번 헌정사의 여소야대 경험은 오히려 치열한 상호 대결로 인해 실패했다. 이제야말로 대화와 타협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20대 국회의 존재 이유다. 이것을 국민의 엄숙한 명령이라고 여기며 실행에 옮겨야 한국 정치에 새 희망이 있다.

올 가을 정기국회부터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 될 공산이 크다. 정책과 능력으로 심판받아야지 또다시 선전과 선동, 포퓰리즘에 기댄다면 나라가 크게 위험하다. 국내외적 엄혹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최후의 애국심을 발휘해야 한다.



대화·타협·설득의 정치 필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정당보다 훨씬 깨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화와 타협, 경청과 설득의 지도자와 정당을 현명한 우리 국민은 다음 대통령감으로 선택할 것이다. 정치를 복원하라는 국민의 엄숙한 명령을 받드는 정치가 진짜 정치다.

이제 판은 바뀌었다. 기존의 모든 공식이 깨졌다. 지역 구도는 무너지고 고정 지지층도 이탈했다. 차제에 정치권은, 특히 패자인 여당은 새 판을 짜야 한다. 껍데기보다 알맹이를 바꿔야 한다. 이번처럼 안이하고 무성의한 당 지도부의 대처도 드물 것이다. 상대방은 기존 의석을 유지하지 못하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 하고 의원직도 던지겠다는데, 상투적 제스처와 오버 액션만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었다.

세상은 팽팽 도는데 언제까지 구태에 젖어 있을 참인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대세인 초연결사회다. 어떤 정치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거나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굼뜨고 오만한 정당과 국회가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당선된 의원들과 국회가 스스로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정당 해산론이나 국회 무용론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AI나 빅데이터가 아직은 할 수 없는 가치와 영역을 하루빨리 우리 국회가 찾아내야 한다.

책임질 사람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자기를 버리고 던져야 다시 살 기회가 오는 것이 정치다. 책임은 사퇴로 끝나지 않는다. 실수와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을 제도와 태도를 확고히 마련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첫 번째 요인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 때문이었다. 그 무책임의 정점에 정당이 군림하고 있다.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19대 국회의원도 개인으로 보면 괜찮고 훌륭한 사람이 넘쳐났다. 새로 구성될 20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수준급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지 못한 이유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정당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정당의 권한은 그대로 둔 채 국회를 개혁하겠다는 것은 연목구어다. 

각당은 곧바로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 체제를 구성할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야말로 당을 죽이고 국회를 살릴 사람을 뽑아야 한다. “당을 살리겠다”, “당 중심의 개혁을 하겠다”는 구태를 반복하는 한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당의 힘을 빼야 한다. 무절제한 당론 정치도, 강경파 주도의 당론 채택도 모두 반민주적이다. 이제는 국회 중심의 정치, 상임위원회 주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일 때가 됐다. 이것만이 국회가 국정의 중심에 설 수 있고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국민 신뢰받는 국회 모습 요구 

이제 어느 당에도 국정 주도권을 주지 않는 3당 체제다. 절묘한 정치 구도다. 이 체제가 ‘이세돌의 78번 수(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네 번째 바둑 대국에서 보여준 묘수)’처럼 신의 한 수가 되려면 인공지능이 갖지 못한 정치인만의 그 무엇이 함께 있어야 한다. 포용과 자기희생의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실패한 사람 중 상당수는 그런 덕목이 부족했다. 반면 승자 가운데는 그런 리더십을 보인 사람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사지(死地)에 뛰어들어가 살아온 사람들 말이다. 유권자는 혁명적 정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위기에 영웅이 나오는 법이다. 새로운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구도 속에서 스스로 산화(散華)한 사람도 있다. 

국회의원에 떨어졌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지도자, 계파 이익과 기득권에 안주하는 지도자라면 퇴출이 마땅하다. 민심은 정확하고 정직한 법이다. 이번 선거는 많은 아쉬움과 더 많은 교훈을 남겼다.


[2016-04-15 한국경제]  1면 기사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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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할 못 하는 국회 비판

개헌 통해 정당 구조 바꿔야

여성 대표하는 비례대표 없어

“4·13 총선은 그들만의 잔치”

  ▲ 다시는 국민에게 표 받는 일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정치권을 향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 백범김구기념관 김구 조각상 앞에 서 있는 김 전 의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무엇보다 선거가 걱정이다. 당선이 지상 목표이기에 공약 남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와 민간 또는 시민단체의 엘리트 충원 과정이 너무나 단순해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힘든 구조다. 더구나 공동체 교육이 전혀 안 돼 있다. 또 ‘백마 타고 오는’ 지도자가 환상이었음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1992년 국회에 첫발을 들인 뒤 지역구에서만 내리 5선(14~18대)을 지낸 김형오(부산대 석좌교수·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 전 국회의장이 대한민국 정치 문화를 혁신하는 힘겨운 여정에 앞장섰다. “다시는 국민에게 표 받는 일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그는 후배 정치인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사심 없이 던지는 제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 전 의장은 “국가로부터 은혜를 입은 사람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겠냐”며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으로서 올바른 소리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펴낸 정치비평 에세이집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에서도 주요 정치 현안과 사회적 사건에 대한 애정 어린 질책과 대안적 비판을 던졌다.

지난 2년간 김 전 의장이 각종 매체에 발표한 기고문과 강연 원고, 새로 쓴 글 등을 묶은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는 오랜 정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한국 정치를 냉정하게 진단한 그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원고마다 저자의 해설을 새로 덧붙여 오늘의 시사점과 전망 등을 담았다.

‘진영논리, 집단이기의 덫에서 빠져나와라’ ‘비례대표, 꼭 필요한가’ ‘개헌은 왜 어려운가’ ‘차라리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라’ ‘공무원·국회의원·노조가 문제다’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주는 고언’ 등 성역을 두지 않고 소신 있게 쓴 글에서 절망의 현실을 희망으로 환치하려는 충정과 염원이 읽힌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문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던 3월 어느 날,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김 전 의장과 마주했다.

-정치·사회 지도자들의 문제는 무엇인가.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사태를 통해 지도자의 리더십을 절감했다.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못된 국가, 잘못된 국가의 전형을 밟았다. 리더의 자격과 조건은 많지만, 대한민국 정치 최일선에 있는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것은 포용할 줄 아는 능력과 희생할 줄 아는 자세다.”


김 전 의장은 정당은 거대하고 둔하고 미련한 공룡 정당이 돼서 소멸을 앞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리더십 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입시 등 경쟁을 위한 교육만 하다 보니 시민으로, 공동체 일원으로 국가에 소속된 권리와 의무를 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대학 시험에 도움도 안 되고 출세에도 도움이 안 되니까.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다. 이른바 정치 엘리트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은 최근에 공천 과정에서 다 드러났다. 국민의 리더십 교육이 부족하다.”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거창하게 희생과 포용이라고 했지만, 가까운 예로 우리 엄마들만큼 포용하고 희생하는 리더십이 또 어디 있나. 가족을 포용하고 가정을 위해 희생한다. 그런데 그것이 왜 이웃과 사회를 향해서는 안 될까. 교육이 안 돼 있고, 하는 사람만 손해 보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정치 구조를 깨야 한다.”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인가.

“여야 지도자와 대통령의 만남이 단 한 번이라도 잘된 적 있나. 최고 정치 지도자가 대화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 막강해서 생기는 문제다. 크게는 헌법을 뜯어고쳐야 하고 다음으로는 정당을 뜯어고쳐야 한다. 국회의원이 헌법상의 권한과 임무를 행사하지 않았을 때 어떤 책임을 부과하는 지가 없다. 국회의원이 회의장에 출석을 안 했을 때, 남에게 모욕을 줬을 때 또 정부의 기밀문서를 외부에 공개했을 때도 책임에 관한 규정이 없다.”

-국회의 구조를 바꿔야 하나.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나쁜 국회의원은 없다. 이렇게 훌륭한 의원들이 국회에만 들어가면 왜 그러냐 이거다. 국회 구조가 잘못돼서 그렇다. 정당 때문이다. 정당은 없는 것처럼 힘을 빼야 한다. 당론에 반대하면 정치 생명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당론을 따라다니는 거수기로 전락한다. 의원 각자가 헌법기관인데 그 기능을 못 한다. 당론을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사무총장 모두 없애야 한다. 정당 국고보조금도 끊어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정당에 국고보조금까지 주니까 문제다. 정당은 거대하고 둔하고 미련한 공룡 정당이 돼서 소멸을 앞두고 있다.”


▲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60~70년대는 개발연대니까 직능대표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준이 너무 높다. 또 지역구 관리를 안 하는 시간에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텐데 일부 비례대표 의원은 어떻게 하면 4년 후에 지역구 하나 차지할지 줄 서느라 바쁘다.”

-여성 비례대표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여성 비례대표가 여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보) 자신은 여성을 대표했다고 하지만 각계각층의 여성을 대표해서 활동한 사람은 별로 없다. 비례대표 선발방식도 지극히 폐쇄적이고 밀실에서 이뤄진다.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 논의가 안 됐다. 19대 국회 비례대표 여성 의원 중 제대로 일한 의원의 이름을 대봐라. 몇 명이나 나오나. 이번 선거에서도 비례대표에 부합해서 후보가 됐는지 유권자들이 엄정히 심판해야 한다. 정말 여성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올라가야 한다.”

-이번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정치인들은 내가 죽느냐 사느냐, 우리 당이 이기냐 아니냐에만 관심이 있다. 더구나 양당은 누가 더 잘못하나 시합하고 있다. 국민이 정치 혐오증에 걸렸다. 아마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오지 않겠나. 관심이 없으니까. 이번 선거는 열렬한 지지자들의 조직 싸움이 될 거다. 그들만의 잔치다.”

-3년 연속 전국 규모의 선거가 치러진다.

“걱정이다. 이런 자세와 이런 후보, 이런 리더십으로 대통령 선거와 전국 동시 지방선거 같은 대선거를 감당할 수 있겠나. 체력이 안 될 것 같다. 감기도 체력이 좋은 사람에게 들어가면 금방 나가지만, 체력이 안 좋으면 골병이 된다. 그래도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같이 공감하고,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것을 지양하면 희망은 있다. 당장은 체제를 뜯어고칠 수는 없겠지만, 이런 인식과 의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이 땅에 살아갈 사람들은 국민이다. 국민은 고통 속에서도 책임을 가지고 희망의 끈을 놓치면 안 된다.”


1383호 [정치] (2016-03-29) 
홍미은 기자 (hme150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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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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