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로그 | 미디어로그 | 방명록  

2016-04-19 한국경제신문 이학영 실장의 뉴스레터입니다.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조지훈)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이형기)


두 시(詩)의 제목 모두 <낙화(落花)>입니다. 봄소식을 알리며 찬란하게 피어났던 벚꽃 개나리 등이 하나 둘씩 바닥에 떨어져가고 있는 이즈음,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구절들입니다.


지난주 끝난 총선은 곳곳에서 ‘낙화의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내로라하던 정치 거물들 상당수가 줄줄이 낙선했고, 180석까지 바라본다고 호언했던 여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원내 2당으로 몰락했습니다. 정치권은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국민의 명령은 경청(傾聽)과 타협…정치를 혁명하자.”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한국경제신문 객원대기자가 쓴 한경 4월15일자 A1면 톱기사는 ‘낙화 쇼크’를 한국의 정치가 환골탈태하는 전기(轉機)로 삼을 것을 주문합니다.


“이제 통치가 아닌 정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윗선이나 외부 세력의 눈치나 보면서 염치없는 짓들도 많이 일어났다.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면서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자기 지지자만 바라보는 ‘비정상의 정치’만 있었다.”


총선 민의가 심판한 것은 ‘가야 할 때’가 한참 지난 구태(舊態)인데, 그런 구태가 심판받은 것을 ‘바람 탓’으로 호도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세상은 팽팽 도는데 언제까지 구태에 젖어 있을 참인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대세인 초연결사회다. 굼뜨고 오만한 정당과 국회가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AI나 빅데이터가 아직은 할 수 없는 가치와 영역을 하루빨리 우리 국회가 찾아내야 한다.”


봄꽃은 지지만, 여름의 무성한 녹음(綠陰)과 가을의 열매를 낳습니다. “국회의원에 떨어졌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지도자, 계파 이익과 기득권에 안주하는 지도자라면 퇴출이 마땅하다.”


노(老)기자의 글은 이렇게 결론을 맺습니다. “민심은 정확하고 정직한 법이다. 이번 선거는 많은 아쉬움과 더 많은 교훈을 남겼다.”


한국경제신문 기획조정실장

이학영 올림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제18대 국회를 끝으로 "다시는 국민에게 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5선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이라는 화려한 영광을 뒤로 하고 정계 은퇴를 했지만 떠난 지 6개월 만에 '술탄과 황제'라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작가로 변신했다. 당시 이어령 전 장관은 김 전 의장의 책을 두고 "아마 저자의 이름을 가리고 읽는다면 어느 젊은 작가가 쓴 실험소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했을 정도로 호평했다. 부산대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 전 의장은 지난해 7월부터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회장에 추대되어 김구 선생의 유업을 선양하고 추모사업을 하고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올해는 광복 71주년이자 백범 탄생 140주년이 되는 해"라며 '문화의 나라'를 원했던 김구 선생의 정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최근 우리 정치의 갈 길을 제시하고 리더십 회복을 갈망하며 펴냈다는 칼럼집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를 펼쳐 보였다. 그는 "앞으로 3년 연속 선거가 이어지는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우리 정치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그리고 비전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4년 전 '술탄과 황제'가 역사에 대한 천착이라면 이번 저서는 한국정치에 대한 통렬한 비판처럼 들립니다. 책을 낸 동기가 있습니까.

정계를 은퇴하고 정치와 거리를 두니 몸도 마음도 편안하더군요. 세상사에 얽매이지 않고 미뤄뒀던 책을 읽거나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간간이 언론에 기고도 했습니다. 이 책은 내가 경험한 세계에 중점을 두고 초로의 정객이 후배 정치인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사심 없이 던지는 제언이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두려운 마음으로 집필했습니다.


리더십 회복을 갈망하며 집필했다는데,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습니까.

정치의 문제는 리더십에 있습니다. 올 4월 총선과 내년의 대통령 선거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까지 줄줄이 선거가 이어집니다. 선거를 할 때마다 정치인들은 나라 형편은 생각하지 않고 온갖 복지공약을 내놓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심상치 않은 남북관계와 심각한 경제문제로 위기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복지는 왕창 베풀고 세금은 왕창 깎아주겠다는 등의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국력 낭비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곧 총선도 있습니다만, 유권자에게 선거란 리더십 선택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선거에서 우리는 어떤 리더십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이란 무엇입니까.

지도자들과 국민이 함께 각성해야 합니다. 빛의 속도로 변한다는 디지털 시대지만 회의체인 국회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고, 리더십 또한 발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영삼·김대중 양김(金)씨로 대표되는 민주화 시기에는 영웅적 리더십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구성요소들의 리더십이 총체적으로 발휘되어야 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리더십은 두 가지입니다. 자기희생과 실천적 비전을 제시하는, 이른바 지도자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 같은 헌신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찬 바닷물에 가장 먼저 몸을 던져 수천의 생명을 이끄는 '퍼스트 펭귄'의 자세로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뒤에서 남을 보고 '안 한고 뭐해'라며 호령하기 보다는 앞장서서 먼저 뛰어드는 용기,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솔선수범이야말로 이 시대의 리더십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지만 국회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정당과 당론이 있습니다. 이유는 정당에서 국회가 해야 할 모든 결정을 당론으로 정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개혁 입법을 위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대화와 타협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정당 대 정당의 협상이 되고, 정당 지도자 간의 싸움이 되니 결론이 쉽지 않습니다. 충성심을 강요하는 정당이 국회를 이끌어가는 한 일하지 않는 국회, 싸움만 하는 국회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국회가 욕먹을 것이 아니라 정당이 비판 받아야 하며 '공룡과 같은 한국 정당'은 혁신이 아니라 혁파라고 할 만큼 개혁되어야 합니다.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보입니다. 국회의장의 권한이 국회운영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지요. 그리고 '국회 선진화법'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

국회를 움직이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다수결, 둘째 소수의견 존중, 셋째 대화와 타협입니다. 세 가지가 정립이 돼야 합니다. 소수의견은 존중하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다수결로 가야하는 거지요. 지금 논란이 되는 국회선진화법의 바탕은 의장의 직권상정을 없애는 데 있습니다. 직권상정이 있으면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고 다수당은 의장보고 직권상정을 빨리 하라 하고, 소수당은 직권상정을 막는다며 단상점거에 들어갑니다. 국회의장은 사회권을 빼면 큰 권한이 없습니다. 국회의장으로 있을 때 국회가 오늘 열릴지 내일 열릴지 저도 알 수가 없더군요. 국회를 여는 문제를 두고 교섭단체 대표들이 대단한 권한인 양 싸웁니다. 학생이 학교에 갈까 말까를 두고 다투는 격입니다. 그래서 미국처럼 운영하자고 해서 나온 것이 국회선진화법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국회선진화법은 맹점이 많습니다. 일례로 우리는 안건을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하려면 5분의 3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 하고 상임위와 법사위의 심사기일까지 마치자면 최장 270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의욕만 앞서고 디테일에 실패한 선진화법은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5선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으로서 후배 정치인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 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과 전술만 있고 국민은 하나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선거구 획정 지연사태는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 집단으로 뭉쳐 정치신인에게 진입장벽을 쌓은 거예요. 이렇게 되면 유권자는 묻지마 투표를 하거나 실망감에 정치에 대해 무관심해집니다. 국민이 무섭다고 느낀다면 지금 같은 모습을 보이진 못할 것입니다. 보스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하면 비록 오늘 죽더라도 다음에는 반드시 국민의 지지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국민 중심의 정치이고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진정한 용기입니다.



[기사 원문 보기]  국회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클릭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이사님들과 오랜만에 함께 했습니다. 

백범선생 좌상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입니다.


좌로부터 홍찬식 숙명여대 교수,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 손정식 한양대 명예교수, 정양모 관장, 본인, 김영관 광복군동지회장(전), 문국진 이봉창기념사업회장, 한시준 단국대 교수, 박홍우 변호사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번 공천을 놓고 막장 드라마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그 끝판왕은 유승민이다.

그는 외롭게 버티며 정의의 수호자가 되었다. 아니 권력이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헌법 가치를 지키며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압박에 굴하지 않고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의 화신으로 말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 가시권에 들어섰다.

 

아이러니다.

권력이 죽이려하면 살아남는 게 정치다. 탄압 받을수록 우뚝 서는 것이 정치인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 YS(김영삼), DJ(김대중)가 그랬다.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압박을 받으면서 두 사람은 민주의 화신이 되었다. 대통령까지 차례로 되었다.

탄압과 박해 속에서 정치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21세기 한국정치가 1970년대로 되돌아가는가?

정당의 공천권은 도대체 누가 주는 것인가?

그 공천을 받으려고 말 한마디 못하는 그 잘난 정치인들이 참 불쌍하다.

막강 정당 정치의 행패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국민은 안중에 없고 나라의 미래는 좀먹고 있다.



그렇다면 유승민이라는 새로운 영웅을 만들기 위해 공룡정당이 막장 드라마를 의도적으로 연출했을까?

인간의 머리로는 계산이 잘 안 되는 인공지능시대라 별 생각을 다해본다.

대한민국 정치 어디로 가고 있나?!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가 예스24 사회/정치분야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정치/외교분야에서는 주간 베스트 1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올랐습니다. 관심과 호응을 보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드립니다. 채널 예스에도 제 인터뷰가 올라왔습니다.

아래에 URL 링크해놓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채널 예스 인터뷰 ☞ 바로가기 ☜ 클릭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졸저 비판 리뷰에 대한 댓글>



안녕하세요. 김형오입니다.
우선 제 책을 꼼꼼히 읽어주신 citybard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비평 비판을 하는 분들과는 다르군요. 그래서 이런 댓글을 쓰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현역 시절 저와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 몇 차례 인터넷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또 몇년 전까진 특정 이슈를 놓고 밤을 새우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포기했습니다. 시간 낭비에 극심한 체력 소모를 주체하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실로 오랜만에 이렇게 답글 형식으로 댓글을 씁니다. 저와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다양성이지요. 그러나 몇 마디는 다른 이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참고삼아 여기에 남겨두어야겠군요.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우선 저의 "성찰과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에 공감"을 표시해주어 고맙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곳에 대한 비판은 늘 조심스럽고 쉽지 않습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현직 의원들이 눈에 밟히지만 이들이 좀 더 잘하라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이들이 깊이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나 제 글이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둔갑시켰다"거나, 님이 "프랑스나 독일 시위는 이보다 더 격렬하다"고 한 부분은 납득이 안 됩니다. 저는 분명 시위대의 과격 폭력성을 지적했고 '평화 시위'를 약속대로 하지 않은 이유 등을 따졌습니다. 다만 이런 시위 사태에 온 경찰력이 매달려 쩔쩔매는데 진짜 테러리스트들이 와서 장난친다면 어찌 할까 하는 염려를 담았습니다(북한이나 IS 쪽 요원이나 첩자가 침투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요). 정말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가 한국 시위대보다 더 격렬할까요?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 하셨지만 서구 각국의 시위 진압 방법이 얼마나 철저한지 모르시나요? 불법과 약속 위반에 대해선 어떤 선진국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불평불만을 행동이나 시위로 표현할 자유와 권리는 민주 국가에선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다 들어주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더구나 폭력만큼은 절대 안 됩니다. 한국은 그동안 폭력에 너무 관대했습니다. 정권의 정통성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국민적 저항이 (당연히) 있었지만 이제 제도적 민주주의는 이뤄졌습니다. 제도는 완벽할 수 없으니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저처럼 수없이 제도 개혁을 주장하지만 좀처럼 안 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여 이렇게 책으로 낸 것입니다.

제가 지난해 일어난 일 중 가장 분개했던 면세점 허가 취소 건에 대해선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더군요. 제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어차피 대기업들만 입찰했고 롯데 면세점이 몇 군데 탈락했다고 깊이 충격을 받을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했는데 바로 이 점입니다. 우선 '롯데가 몇 군데 탈락'한 게 아니라 시내 면세점은 롯데와 SK가 탈락하고 다른 몇개 업체가 서울 등지에서 허가권을 따냈습니다. 과도한 허가권을 쥐고 기업(재벌)을 옥죄는 정부 행태부터가 후진적이지만 이것을 대기업의 땅따먹기 싸움으로 보는 시각은 더 문제였습니다. 이런 일로  대기업이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재벌들은 분을 안으로만 삭이고 있겠지요. 그러나 여기에 종사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수천 명이 바로 직장을 잃고 맙니다. 납품 운송 보관 관리 등 수많은 관련 업체에 직격탄이지요. 이들 역시 바로 힘없고 빽없는 중소기업이며 시민이요 서민이 아니겠습니까. 신설되는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라고요. 이는 한국서 살기 어려우면 일본 가서 살라는 식입니다. 명품 취급하는 시내 면세점은 저 역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면세점이 한국의 새로운 관광산업이 되고 세계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노하우를 쌓아왔는데 하루아침에 높으신(?) 관료들이 이유도 없이 허가를 취소해버리는 일이 한국 말고 다른 어떤 나라에서 있을 수 있을까요. 이런 사태에 대해 무덤덤한 언론과 여론은 또 어찌된 일입니까? 점점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앞으로가 걱정인데 그나마 잘나가던 것마저 없애버리고 전혀 경험 없는 업체에 허가를 주니 도대체 어찌 하겠다는 건지? 이런 한국 정부의 행태가 못미더워 외국 유명 브랜드들이 신설되는 업체에 입점을 망설인다는데 명품 없는 면세점에 외국 관광객이 들어올까요? 이 엉터리없는 결정에  저를 비롯한 수많은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가 또다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줄이려 합니다만 재벌도 서민도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해야 합니다. 수천 억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사업체를 한순간에 잃고도 항변 한마디 못하는 것을 보며 한국 정부 관료의 엄청난 힘을 느낍니다. 법치주의는 평등 공정 엄격할 때 이루어집니다. 관료의 획일주의, '갑질근성'을 혁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발전도 없습니다.

국정 교과서 강행에 대한 우려는 이미 언급한대로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현행 교과서 편향 문제는 "뉴라이트 주장과 차이가 없다"고 하셨는데 뉴라이트 주장이 뭔지 모르지만 옳은 주장이면 뉴라이트든 뉴레프트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또 "교학사판 역사 교과서를 단 한 학교도 채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책임을 왜 떠넘기려 하는 걸까"라는 부분은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군요. 아시다시피 교학사판은 극소수의 학교가 채택하려 했지만 반대 시위와 협박으로 결국 모두 포기하지 않았나요? 자기 견해와 다른 의견은 수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제거하고야 마는 경직되고 획일화된 사고방식과 행동 양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뜻있는 사학 교수와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걸까"라고 지적하셨는데 충분히 듣고 있고 또 공감하기에 획일화된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 '뜻있는 분들'은 왜 그 반대 목소리는 듣지 않는 걸까요.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습니다. 현행 역사 교과서가 그렇게 완벽하다면 왜 이렇게 많은 문제를 지적하고 오죽하면 국정 교과서까지 무리해서 만들겠다고 하는 건가요. 왜 조금도 양보하지 못할까요. 현행 교과서 집필자들과 관련 업체가 자기 순결의 우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거나 아니면 어느 일각의 주장처럼 교과서 발간으로 생기는 엄청난 이권 때문인가요?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쓴소리를 하지만 권력을 쥔 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하셨는데 제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도 권력이라면 하나의 권력이겠지요. 저는 지금 자유의 숨결을 만끽하는 제 위치를 소중히 가꿔나갈 생각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은혜를 입고 정계를 무탈하게 마친 것만도 명예스러운 일인데 인생의 후반부에 무슨 권력 욕심이 있겠습니까. 다만 "부록에서 우리 삶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혁명가"라고 "낯간지러운 자화자찬"을 했다는 지적은 읽는 순간에도 낯이 화끈거리군요. 제 글이 아니고 어느 교수님의 글인데 이것도 제법 줄인 것입니다. 제가 정치권을 물러나 어떤 삶을 살았느냐는 것을 보여주기에 적합할 것 같아 실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따끔한 지적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교수님께도 송구한 마음입니다.

"김영삼 김대중을 박 대통령 쪽에서 키워준 측면도 적지 않다"는 대목에 "어리둥절"했다는데 그렇게 이해했다면 제가 글을 잘못 쓴 탓이겠지요. 두 분을 조금 아는 사람으로서 한국 민주화를 위한 고난의 투쟁을 선도해온 두 분의 행적을 조금이라도 폄훼할 의도가 없다는 것은 글을 읽으면 더 잘 알 것입니다. <위인은 위기에서 역량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듯이 박 정권 시절의 엄혹한 탄압을 뚫고 나온 그분들의 용기를 치하하는 한편 정권의 어리석은 짓으로 더욱 영웅적인 모습이 돋보이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글을 다시 읽으면 오해가 없을 것입니다.

"최근 언론에 기고된 글들을 취합하여 논평을 다는 방식"이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빅데이터 인터넷 시대에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데 2년 전이라면 까마득하지요. 문제는 불과 2-3년 전의 일도 우리는 잊어먹고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제발 다시는 그런 모습 보이지 말자는 뜻에서 재작년의 세월호, 작년의 메르스 사태를 값비싼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에서 낸 것입니다.


"중요한 치부의 근원까지 파고들지 못하고 표피적인 형태로만 전하는 메시지에서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유가 그대로 드러난 책"이라고 한 부분도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마음에 안 들었다면 그것은 저의 한계입니다. 그러나 부족한 저로서는 심혈을 기울였고 밤잠을 줄여가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썼다는 점을 밝힙니다. 또 문제를 다루는데 의도적으로 회피한 부분이 없다는 점, 청와대, 국회, 여야 정치인, 정부, 관료, 노조, 지식인, 시민단체 등 어디든 저는 애정어린 비판을 했습니다. 그분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을 줄 압니다. 그러나 이처럼 다방면으로 솔직 담대하게 접근한 글과 책은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한마디만 하며 긴 댓글 마치려 합니다. 저는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보수가 진보가 되는 것도, 진보가 보수로 변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문제점을 알고 부단히 스스로 개혁해 나갈 때 세상이 나아지는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는 절대 가치도 아니며, 상호 모순도 아닙니다. 각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념 노선 진영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 포용 겸손 노력이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저자 김형오 드림.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박 대근 2016.03.16 1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 김형오님이 십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연일 격무에 얼마나 수고가 많으신가요. ‘격무라 함은 정신적 고통까지를 포함합니다. 사진이나 TV에 비친 김 대표 얼굴이 그런 느낌을 주어 때로 안쓰럽습니다.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김 대표를 야당은 경계하고 견제하며 대놓고 반대 비판을 합니다. 또 당 안에서는 신박진박진진박 등 별의별 친박들이 공개적노골적으로 대들고, 청와대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으니 어지간히 심기가 불편하겠지요. 힘내세요, 김 대표!


집권 여당의 단독 대표이며 얼굴인 김 대표는 나와는 얽히고설킨 정치적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부산의 명문 중학교 4년 후배이며 국회도 나와 꼭 4년 시차를 두고 부산에서 지역구를 받아 여의도에 진입했지요. YS 대통령 시절의 15대 국회엔 유독 뛰어난 정치 신인이 많았습니다. 부산의 경우엔 김 대표와 함께 정형근권철현정의화 등 역량과 역할이 기대되는 차세대 지도자들이 대거 입성했지요. 그런 김 대표인데 내가 연속 5선을 한 지역구였던 부산 영도의 국회의원이 됐으니 이 얼마나 특별한 인연입니까. 보궐 선거였지만 당당히 등원한 김 대표는 여세를 몰아 새누리당 당권까지 거머쥐었습니다. 영도섬의 경사이기도 하지만, 김 대표야말로 영도구민에게 각별히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여권 내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 반열에까지 올랐으니 말입니다.


김 대표도 잘 알다시피 올해부터 3년 연속 전국적 선거가 치러집니다. 3년 동안 나라가 온통 선거판으로 변해 버린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합니다. 이성과 합리보다는 포퓰리즘흑색선전유언비어인신공격원색비판 같은 감정과 선동, 패거리 정치와 집단 이기가 판을 칠 것 같아서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곤두박질치지 않을까, 나라의 미래가 염려스럽습니다. 집권당 책임자인 김 대표는 또 얼마나 심려가 크겠습니까.


그런데 왜일까요. 안타깝게도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는 나라 걱정을 별로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선거가 코앞이고 공천이 임박했건만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계파 싸움과 계보 이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공천 룰을 못 정해 한동안 입씨름하더니 이제는 그 위원장을 누구로 하느냐를 놓고 티격태격 싸웁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요. 당원들 사기 떨어지는 소리가 안 들리나요. 이래서야 당원들도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분란이 일어날 게 뻔합니다. 야당의 분열로 반사이익, 어부지리를 얻게 됐다고 좋아만 할 때가 아닙니다. 새누리당 내부의 견토지쟁(犬兎之爭)은 안 보이나요. 이렇게나 안일한 모습, 방만한 자세로 과연 얼마 남지 않은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야당도 지금은 새 인물 영입에 사활을 걸고 전열 정비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여당도 이제는 국민을 상대로 희망의 청사진을 내놓고 인물에 있어서도 비교우위론으로 대응할 때입니다.


국민은 관심조차 없는 일로, 아니 오히려 짜증나게 하는 밥그릇 싸움으로 탕진해 버린다면 국정을 책임진 정당으로서 직무 유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덩치만 컸지 일은 뒷전인 여당보다 힘은 약해도 뭔가 해보려는 야당을 지지하고 선택하는 국민들이 점차 늘어갈 것입니다.


야당의 승리를 막아야겠다는 심정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정치가 정도(正道)를 밟아나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입니다. 또 유리한 싸움을 이기지 못했을 때 치러야 할 패배감과 정치적 후유증, 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우려해서이기도 합니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묘한 관계임을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요. 원만치 못한 두 분 관계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입니다. 국민을(설사 모든 국민은 아니더라도) 그런 일로 마음 쓰게 해서는 안 되겠지요.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잘 만나지도 않고, 대화 채널도 없고, 진지한 의견 교환도 못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가 원활하게 풀리지 않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김 대표 측근 일각에선 선거만 끝나 봐라. 그 뒤론 달라질 거다라고 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생각입니다. 힘의 역전 내지는 세력 균형을 노리는 전략일지 모르나 신뢰 관계가 없는 상태에선 세력 변화가 온다 해도 정국은 계속 꼬일 것입니다. 정치는 후퇴하고 국민은 불안해 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집권당이 정권을 빼앗긴 예는 김 대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요.


그럼 해결책은 뭘까요. 김 대표는 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야전 경험이 풍부하니까요. 보통은 두 가지 방법론을 말하더군요. 중국 한나라 장수 한신처럼 가랑이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수모를 참고 견디거나, 아니면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노라며 떨쳐 일어나거나, 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주로 전자의 입장에 섰던 적이 많지 않았나요. 대표직을 수행한 지 1년 반이 더 지났건만 김 대표의 이미지가 이런 식으로 굳어진다면 곤란합니다. 지금은 흥선 대원군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노출되는 인터넷 시대에 앞뒤 모순적인 언행은 용납되기 힘듭니다. 하기야 시대를 잘못 읽어 말과 행동이 다른 정치인들이 아직도 곳곳에서 행세를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김 대표, 그렇다고 대통령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울 수도 없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박근혜 대표는 그 점에서 예외였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시대에는 그렇게 해선 승산이 없다는 걸 김 대표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입니다. 그래서 부연 설명은 생략하렵니다. 다만 무슨 거사일이라도 잡듯이 총선만 지나 봐라고 얘기하는 일부 측근들은 빨리 미망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거듭 단언하건대 그 방법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자칫 소도 닭도 다 잃거나 놓치기 십상입니다.

3의 길을 말하기 전에 잠시 당내 분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여기에 해답으로 가는 길이 있으니까요. 정치 현장을 떠난 사람으로서 의원들 중 친박과 비박, 친청와대와 친김무성 비율이 얼마인지는 모릅니다. 나뉘고 갈린 건 확실하겠지만, 한때의 야당처럼 서로 다른 계파끼리는 말도 안 섞고 밥도 같이 안 먹는 정도인지 아닌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최고회의 구성원만큼은 친박이 더 많더군요. 대표의 권위가 점점 깎여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당연히 울화가 치밀겠지요. 김 대표가 내뱉는 말에서 이따금씩 채 녹지 않은 울분의 앙금이 느껴지곤 합니다. 최근의 권력자발언 같은 거지요.


이른바 치고 빠지기인가요. 하지만 그런 식의 전략은 확실한 성공도 담보하지 못하면서 이미지만 손상시켰습니다. 당 안팎의 공격에 점점 더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군이 될 수 없거나 되기 힘든 곳에서 우군을 찾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힘만 들고 성과는 안 보일 수밖에요. 우군이 있는 곳, 우군으로 만들 수 있는 곳으로 뛰쳐나가야 합니다. 그곳이 어디일까요?!


바로 국민입니다. 싱거운 소리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김 대표, 바라건대 국민을 향한 정치를 하십시오! 이날 이때까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을 향한 정치를 해왔다고 말한다면 이 글은 더 볼 것도 없습니다. 더 쓸 의미도 가치도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마저 읽어 주기 바랍니다.


지난 2년 동안 김 대표는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었나요. 정치인 김무성은 어떤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했나요. 다른 면은 몰라도 김 대표는 이 점에서 부족했고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금은 늦었지만 지금이 마지막 찬스입니다. 국민을 위해 가슴에서 우러나온 메시지를 던지고,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정치를 펼치십시오.


당내 상황이 어지럽고 시끄럽습니다. 분란과 잡음이 그치질 않습니다. 지금 김 대표는 격한 분쟁의 소용돌이, 그 한복판에 포진해 있습니다. 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김 대표도 당도 이 나라 정치도 모두 표류하고 말 것입니다. 표류의 끝은 난파고 침몰입니다. 지금 김 대표는 당대표가 아니라 계파의 보스처럼 비쳐지고 있습니다. 투사적 결기로 스스로 그 길을 택했는지 상대방 전략에 말려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럴수록 계속 당내 분란의 늪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현안에 일희일비하는 보통 정치인 김무성이라면 더 이상은 꿈도 접고 기대도 미련도 버려야겠지요. 몸짓은 커도 무게는 가벼운 사람이 되고 말 테니까요.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 구성 같은 문제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기 바랍니다. 최고위에 전권을 위임하고 대표는 모두를 싸안아 이끌고 가야 합니다. 시각을 넓히십시오. 정당 개혁과 국회 개혁 모두 한시가 급합니다. 김 대표가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잘못된 것은 단호히 시정을 요구하면 여론도 김 대표 손을 들어 줄 것입니다.


큰 전략은 말했으니 세부 전략 한두 가지 말하고 그치겠습니다. 나이 탓인지 이제 긴 글은 힘에 부칩니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역설하곤 합니다. 두 차례나 밀실 공천에서 희생돼서인지 전략 공천에 강한 거부감을 보입니다. 그러나 정작 김 대표가 성토해야 할 것은 전략 공천이란 이름 아래 자행되는 비민주적 밀실 공천입니다. 새로운 정치 인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객관적 방식으로 등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 선거의 요체입니다. 이번 상향식 공천을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보는 김 대표의 생각은 극단적입니다. “19대 국회가 최악이다란 말은 김 대표도 한 적이 있지요? 그런 최악의 국회를 무대로 활동한 국회의원들이 지금 이 제도에서라면 요식 절차만 거친 채 대부분 그대로 공천을 받아 국회로 재진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향식도 어떤 상향식이냐가 중요합니다. 지금 방식은 현역 국회의원에게 훨씬 더 유리합니다. 신참에게 가산점을 주고 당원 비율을 약간 줄였다고는 하지만 신인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문제 없는 제도가 어디 있으랴마는, 지금 같은 방식을 과찬하는 태도야말로 문제라는 점만은 꼭 지적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또 맹목적인 물갈이 주장에 반대합니다. 동감입니다. 기존 국회의원 중에도 악화(惡貨)와 양화(良貨)가 있듯이, 새내기라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할 인재는 아닌 까닭입니다. 선거 때마다 50%가 넘는 국회의원이 교체되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발전한 나라에서는 좀처럼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엉성한 제도 아래서는 한 번 국회의원은 영원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유념해 끊임없는 제도 개혁을 해나가야 합니다.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할 때 살맛나는 정치가 탄생합니다. 이른바 험지 출마론도 그런 거지요. 안대희오세훈씨를 험지로 보내려다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 때 김 대표가 왜 호랑이굴 출마 1를 자청하지 않았는지, 평소 김 대표 성격에 비추어 의아했고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국회의원 한 번 더하고 그만둘 사람인지 대권을 염두에 둔 사람인지 진짜 헷갈렸습니다. 찬 바다에 가장 먼저 몸을 던져 수천 무리의 생명을 이끄는 퍼스트 펭귄의 자세가 지금 우리 정당 지도자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무리를 이끌려면 뒤에서 호령하기보다 찬 바다에 먼저 뛰어드는 용기가 바로 이 시대의 리더십입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정치 신예를 훌륭한 인재라며 높이 추켜세웠습니다. 공치사가 아니더군요. 구체적인 성장 과정과 사람 됨됨이까지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해 진정성이 읽혀졌습니다. 인재는 키워야 인재입니다. 정당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현행대로라면 누가 봐도 뻔한 경선 결과입니다. 아까운 희생양으로 소비되고 마는 거지요. 당대표인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인재를 들러리로 세운다면 어디서 무슨 인재를 키우겠습니까.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권에서 립 서비스가 심해졌습니다. 포용개방자기희생도 말로만 하는 것이 돼 버렸습니다. 희생과 헌신을 실천한 정치인은 잠깐의 찬사 뒤에 영원히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일까요. 기득권에 집착하고 진영 논리에 빠져 있으면 생명력이 유지되다 보니 점점 더 정치가 답답해지고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큰 정치인, 담대한 지도자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라가 위기일수록 포용과 개방과 자기희생의 정치인이 그리워집니다. 김 대표가 당 안팎의 좁쌀 논쟁, 조무래기 정치에서 벗어나 큰 그림을 멋지게 그릴 때 우리 정치는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도 잘 아는 사례를 하나 들면서 글을 마치려 합니다. 198813대 총선 때입니다. 그 몇 달 전 대통령 선거에서 민정당 노태우 당선자에 이어 민주당 김영삼 후보가 2, 평민당 김대중 후보가 3위를 했습니다. 야당 분열이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이었는데, 3위를 한 김대중 후보 쪽으로 귀책사유가 좀 더 많이 기울었지요. 그 분위기로 치러진 4월 총선에서 3당은 다시 격돌합니다. 김영삼 총재는 자기 지역구인 부산 서구에 출마했고, 김대중 총재는 배수진을 치듯 전국구 거의 끝 번호를 달았습니다. 두 사람은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전국을 누볐지만 지역구에서 쉬운 선거로 당선이 보장된 후보와 지역구가 없는 사람은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는 어땠나요. 평민당이 제2당으로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자기를 던지고 버리고 죽일 때 진정한 승리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3김 시대이후 전국을 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또 실제로 득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물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를 희생하며 감동을 주는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어느 정도는 격전지에서 득표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거 환경과 정치 풍토는 매우 가변적이어서 어느 시대 특정 인물의 경우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희생을 솔선수범하는 지도자가 나오면 국민이 뜨거운 박수갈채로 화답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정치 진리입니다.

김무성 대표, 힘내세요. 좋은 지도자가 되어 큰일하기를 바라며 정치 퇴역한 선배로서 응원을 보냅니다.

-20161월 마지막 날 첫 새벽에 김형오.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주전자를 기울이며 2016.01.31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도의 퇴역 선배 정치인이 영도의 후배 실세 정치인에게 날린 애정과 충정과 격정과 빈정이 어우러진 장편 정치 서신. 언중유골이 읽힙니다.

  2. BlogIcon 놋그릇을 세우며 2016.01.31 1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대는 무대뽀 정신을 가져라. 지금 무대에서 내려와 정글로 가라는 얘기 같군요. 무대의 답신이 궁금해집니다.

  3. BlogIcon why 2016.01.31 1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째서? 뭣땀시? 와이카는데?

  4. BlogIcon 범구리 2016.02.01 0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사이익? 태양이 방향만 바꿔 봐라.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된다. 태양은 국민을 말함이니라.

  5. BlogIcon 김치맨 2016.02.02 0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형오님의 글에 박수 보내드립니다.
    우리가 세상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아도
    그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들이 부족해
    뒷전에서만 궁실대는 경우가 너무도 많은데!
    김형오님의 용기와 소신 발언에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캐나다 토론토 외국인 김치맨

많은 분들의 성원과 사랑 덕분에 졸저 술탄과 황제는 출간 2년이 지난 지금,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선 1주일에 서너 편씩 독후감이 검색됩니다. 네이버 책 코너엔 55건의 네티즌 리뷰가 실렸고, 온라인 서점에도 수많은 독자 서평이 달려 있습니다. 어제(113)만 해도 두 편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Forbes Korea’ 신년호에 ‘CEO가 추천한 2014년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소개됐고(인규문 밀레코리아 대표 추천), 네이버 독서 모임에선 ‘2014년에 읽은 최고의 책 한 권’(형석님 추천)으로 뽑았습니다. 어제 날짜 글 두 편 링크합니다.




▶ 술탄과 황제 -김형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을 조명했다. 나흘 간의 전쟁 기록, 황제의 가상 일기장, 술탄의 비망록, 현대 시점에서 역사적 사실을 추적하는 작가의 이야기로 구성한 책.



"비잔틴제국의 멸망,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육상 루트의 붕괴, 조선술과 항해술의 발달, 이를 기반으로 한 서양 해양강국들의 성장, 식민지 개발로 영토 확장 등 콘스탄티노플 함락에서 이어지는 역사적 연결고리를 유추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인규문 밀레코리아 대표


Forbes Korea ☞ 바로가기 ☜ 클릭





형석 : 김형오 <술탄과 황제>

술탄과 황제

작가
김형오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12.11.21

리뷰보기

1453년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오스만 제국 술탄 메흐메트 2세와 비잔틴 제국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일기 형식을 빌어 그려낸 책. 비전공자인 은퇴 정치인 김형오씨가 지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호평받은 책.

여름에 터키 여행을 갔다왔는데 책에 나오는 수많은 역사적인 장면들이 눈앞에 직접 펼져지는게 굉장히 감명깊었다.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아야소피아에 갔었다. Omphalion 이라는 장소가 있었는데 "Place of the coronation ceremony of the Eastern Roman Emperors" 이라는 설명을 보고 여러 역사책에 묘사되던, 기울어져가는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황제의 즉위식 장면이 그려졌다던가. 갈라타 타워와 골든혼을 보며 갈라타 언덕을 넘어 내려오는 오스만 제국 함대를 보고 기겁했을 비잔틴 제국군의 모습이라던가...

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였으면 좋겠다. 


 네이버 블로그 ☞ 바로가기 ☜ 클릭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부키부키 2015.01.15 0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술탄과 황제>는 내게도 "내 인생의 책"입니다.
    100년이 지나도 서가에서 사랑받기를 기원합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번역 진출도 응원합니다.

 

1.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최근 보수진보 언론 모두 자주 언급. 확실하게 변한 모습 보여줘야. 몇 가지만 건의.1. 받아쓰기 장관 없어야, 2. 여야 정치인과의 주기적 만남, 3. 사회 주요인사 청와대 면담시 발언 소개, 4. 대통령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도 드러냄(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음), 5. 위임할 권한은 확실히 위임, 6. 시장산업체농어촌 등 현장방문 확대 및 격의 없는 대화, 7. 대통령 비난비판에 초연하게(악의적인 것이라도 맞대응 자제), 8. 비밀주의밀실위주 정책 인사 지양하고 공개 검증·평가받도록, 9. 저녁은 반드시 외부 인사와.

 

2. 여당 - 위기의 핵심은 바로 새누리당

대통령에게 화살이 날아오는데 누구 하나 몸으로 막으려 한 사람 없이 입으로만 움직였다면 너무 혹독한 평일까. 무능하고 무력한 모습 보여줌. 차기 집권이 의심스러움. 한 달 반 동안 어떤 이슈도 던지지 못하고 국민정서에 다가가는 행동도 못함. ‘세월이 약이라는 식으로 납작 엎드려 차기 당권대권 생각해 입 다물거나 이미지 관리만 해옴. 현 상황은 청와대 위기 이전에 새누리당의 위기. 지금이라도 정국 타개 위한 여야() 회의 개최나 철야 끝장 의원총회 등으로 진정 반성하고 진정 다시 시작하는 모습 보여야. 물론 여권 내 실세 그룹 간 숙의협력하는 모습부터 먼저 보여야.

 

3. 야당 - 기회의 밥그릇 걷어차기

위기는 기회인데 야당은 기회의 밥그릇을 스스로 차버렸음. 비판만이 능사는 아님. 불행과 분노에 편승하는 정당이 아니라 차기 집권당, 국정 주도능력을 국민에게 보였어야 했는데 실패했음. 난국 타개할 용기 있는 인물 안 보이고, 비판비난선동생색내기로 일관한 느낌. 이런 기회도 못 살리면 계속 야당신세 못 면함. 정국의 큰 그림 제시하고 야당 반대하는 국민도 포용할 기회가 아직은 남아 있음. 안 그러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해도 독약이 될 수 있음. 2의 촛불시위 노리는 일부 시민단체는 언급할 가치없어 생략함.

 

4. 총리는 어떻게? - 총리 책임제냐 대통령 책임제냐

최근 떠도는 우스갯소리: 총리 간택법 1. 목사스님 중에서 찾아볼 것, 2. 자천타천 총리후보 공모해 도덕성 검증된 1차 통과자 중 인기투표로 결정, 3. 야당에 지명권 양보. 박 정부 1년 반 만에 4번째 총리후보라면 국가 위기상태나 마찬가지. 위의 방법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음.

국민(언론)은 총리에 대해 도덕적인격적능력 면에서 높은 기대 수준을 갖고 있음. 그러나 생각해보자. 국민은 치열한 선거로 대통령 뽑았지 총리 뽑은 것 아님. 대통령제 하 총리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대통령이 소신껏 일하도록 총리 지명권에 좀 관대해질 수 없을까. 이제부터 대통령 권한이 갈수록 약해질 텐데 총리와 알력권력 다툼 생기면 곤란.

 

5. 인사 청문회 - 이대로는 안 된다

인신공격성 모욕호통 등은 국회 자체 매뉴얼로 철저 제한(이번 청문회부터 도입해야). TV 생중계 제한, 녹화방영토록(방송 각사 편집권 보장). *국회 사전 검증제도 도입(반 공개).

*청문회 제도 생긴 이래 청와대 검증 시스템 문제 드러난 만큼 국회 중심으로 전환해야. 청와대 자료에 추가해서 반 공개 검증(TV 중계만 안하면 어느 정도 해소됨).

 

6. 물갈이? - 사람 귀한 줄 알아야

우리만큼 많이, 자주 바꾸는 나라 없다. 장관 평균 임기 1. 내각제 아닌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임기 못 맞추는 각료는 이례적이어야 하는데 우리는 상례가 됨. 정권 끝나면 총리가 4~6, 장관이 100여 명 배출됨. 언제 바뀔지 모르니 총리는 장관에게 말발이 안서고, 공무원에게 장관 지휘권이 안 먹힘. 면종복배는 이래서 생기는 것. 미적거리는 사이 장관 바뀌고 새 장관 와서 새 정책 추진하다가 또 바뀌니 공무원은 일 안하고 장관 언제쯤 바뀔지만 점치고 있음. 피해는 국민의 몫. 인재 만들려면 30년은 걸리는데 버리는 데는 1? 써먹지도 못하고 마구 버리니 인재가 남아나질 않음.

국회도 마찬가지. 17대부터 지금의 19대 국회까지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반 이상이 교체됨. 4년마다 의원의 50% 이상이 국회를 떠남. 이렇게 자주, 많이 바뀌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묾. 바뀌어서 나아졌는가? 평가는 그 반대임. 국회가 신뢰를 잃고 의원이 안정성을 잃는 것은 4년 후엔 바뀐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하고 있을 것임. 국회 제도개혁이 지지부진한 것도 4년 후를 장담 못하기 때문.

사람을바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바뀌어야 함.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콘텐트가 바뀌어야.

 

7. ‘관피아논란 공무원 - 타도 대상인가?

공무원은 가장 들어가기 힘든 선망의 직장, 인재들의 집합처. 그런데 왜 욕먹고 비난받나? 국가와 공무원은 불가분의 관계. 사기업보다 경쟁력 뒤쳐졌다면 국가적 손실이며 국가 시스템에 문제 있는 것.척결비난에 앞서 국가 최고 엘리트들이 자질역량 발휘할 수 있도록 진정한 제도개혁 이뤄져야! 공직 근무 10년 후엔 대기업 출신에게 뒤지고 20년 후엔 중견기업 출신보다 감각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답은 바로 나올 것임.

 

8. 관련기관 취업제한 - 그렇다면 누구를?

업무 유사한 관련기관협회에 공무원 아닌 누구를 보낼 것인가? 자체 승진시키면 낙하산 공무원보다 자체 개혁이 더 힘들 것(서로 다 아는 사람이기 때문). 외부 영입시 관련 공무원보다 업무 숙지 더 잘하고, 또 조직 장악할 수 있을까? 있다 하더라도 슈퍼 갑인 관료 설득은 어떻게 할까? 최근 공무원 분위기는 이제 명퇴나 중도하차 없이 정년까지 버티자. 일만 안하면 사고 안 생긴다.” 복지부동, 타개책은 무엇인가. 외형적표피적 사고로 재단하는 한 적폐 해소는 불가능!

 

9. 채용제도 - 획기적 개선 필요

고시제도는 출세길, 신분 상승, 비전 실현의 지름길. 그런데 아직도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판박이? 엘리트 충원제도의 획기적 변화 필요.전반적 지식(제너럴리스트) 갖춘 수재형 엘리트에서 분야별 직무 전문성(스페셜리스트)과 도덕성봉사정신 가진 사람 선발해야. 그러나 정착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 기득권(고시파 공무원)의 조직적 반발 등 예상. 국민들 인내할 수 있을까? 고시 폐지의 확고한 자세 가지되 주도면밀히 검토 후 시행해야!

 

10. 해경 해체 - ! 바꾸고 키워야

왜 해체? 화풀이성? 이유 불분명. 더 좋은 대안 있는가? 현재도 가장 힘없는 부처 중 하나. 통폐합되면 더부살이, 의붓자식 취급당하기 십상. 3면이 바다-불법조업 단속, 해양환경 보호, 중국어선 횡포 대응 등 역할증대.차라리 해경 제대로 바꾸고 키우는 것이 낫지 않겠는지?!

 

11. 국가안전처 신설 - 또 하나의 옥상옥?

암만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는 상하관계? 상호 보완관계? 옥상옥? 현대사회에서 국가 안보(군사)와 안전(재난) 구분하기 힘듦. 복합적다원적 특징. ()9.11테러는 안보냐 안전이냐? 북 무인기가 생화학탄을 도심지에 뿌린다면 소관 부처는?

지자체와의 연결은? 행자부 그대로 둔 상황에선 지자체-행자부-국가안전처로 보고체제 계층화돼 효율성 저해. ()세월호 사태 발생시 현장-해경-해수부 또는 안행부로 누진적 보고.

 

12. 컨트롤 타워 - 원래 개념으로 돌아가자

사건 초기 많이 언급. 본뜻은 각 부처 흩어진 조직기능을 특정 책임자가 통괄 장악조정하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수립하는 것.’ 그러나 최근엔 흩어진 조직기능을 한데 모으는 것.’으로 의미 변화.

신설되는 국가안전처가 컨트롤 타워? 그러나 힘 있는 청와대가 빠졌다. 행자부도 존치, 각 부처 고유 안전업무(전문적 특수업무 및 예방업무) 역시 그대로 두어야. 청와대 국가안보실 중시하면 통솔엔 효과적이나 부처의 역할 쇠퇴됨. 현 국가안전처 같은 컨트롤 타워로는 효율성 기대난망.원뜻(개념)대로 돌아가야 함. 그러려면 부단한 경험 쌓고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있어야.

 

13. 부처간 칸막이 해소 - 키워드는 대통령

역대 정부 취임 초 모두 강조, 그러나 성공 못하고 오히려 강화증대됨. 이유는 대통령들(청와대) 탓임. 왜냐면 칸막이 헐거나 낮췄을 때 대통령이 더 불편(신속처리, 비밀보장 못함)하기 때문.불편감수 의지 있어야. 1. 늦더라도 부처간관련자간 협의 소통된 보고만 받을 것, 2. 부족하더라도 상호 소통된 업무 종사자를 배려(승진포상)할 것, 3. 모든 보고서는 실명제로 하되 1인 실명(부처기관 단독) 보고는 접수 거부할 것-이 원칙을 공개 표명할 필요도.

 

14. 규제완화 - 우선 고양이를 쫓아내자

일부 공무원의 잘못된 특권의식은 규제에서 생김. 관간의 모든 괴리불만도 규제로 인해 발생. 공무원 입장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민간은 괴롭지만 사고는 덜 생기고, 있는 동안 큰소리치고, 나와서는 업체에 가서 한자리 함. 규제를 풀면 재직 중 사고 터지고, 감사원 지적받고, 국회서 야단맞고, 도중에 옷 벗게 되고, 사후 자리보장도 없음. 그래서 최근 공무원들 간에 좋은 규제 나쁜 규제 등 오리발 내미는 얘기 나오고, 세월호 이후는 이마저도 없던 일로 될 거라는 기대가 있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서야.공무원 중심 아닌 규제혁파 범국민운동 위원회를 구성할 것(지난번 청와대 회의 때처럼 일부 민간 이해 관계자보다는 전문가 그룹민간 연구소 등에서 발굴).

 

15. 정책 제안 1 - 현장 전문가를 양성하라!

해경 구난구조 서툰 모습에 전 국민 분노. 11천 해경 중 그 분야 해당 인력은 170명밖에 안된다고 모방송이 심각히 지적. 170명이 적은지 따지기 이전에 이들이 구난구조 전문가인가 아닌가를 먼저 따져야.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평소에 철저히 훈련교육 받았다면 170명 아니라 70명이라도 잘해냈을 것임.지금부터라도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고 투철한 직업의식(프로정신)을 함양해야.

우리 공무원 구조는 펜대잡고 보고하는 자리에 있어야 승진출세함. 공무원 사회도 3D 업종, 기피부서가 있음.머리 굴리는 사람보다 몸으로 일하는 공무원공직자가 보람과 명예 갖도록 이들에게 보상을 철저히 해야 함. 군대로 치면 하사관들이 사명감 갖고 장기복무하며 프로가 되도록 해야 함. 실전에서 이들 역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 주사 이하의 공무원, 경위 이하의 경찰이 현장 책임자임. 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전문적 경험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함. 정부가 마음먹으면 당장이라도 개선 가능.

엘리트 공무원, 앞으로 높은 자리 앉을 공무원일수록 민원부서와 현장근무 경험 필수. 1년 정도의 겉치레 순환보직이 아니라 최소 3년 넘게 근무해야 국장 이상 승진되도록 제도화.민원부서와 현장 근무인원 대폭 증원하고 현재의 공무원 인사 배치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함. IT 디지털 강국답게 보고부서와 행정서무 쪽 인력은 대폭 감축해야 함.

 

16. 정책 제안 2 - 교통운임 현실화!

세월호가 4배나 과적했다는 것이 사고의 직격탄이었음. 짐을 많이 싣기 위해 평형수를 뺌. 평형을 잃은 배는 파도에 기울어 침몰. 다른 안전장치도 없거나 소홀했음. 왜 위반인 줄 알면서 4배나 더 많은 짐을 실었을까? 한마디로 승객 운임이 싸니 화물로 적자를 메우고 이익을 남기려 했던 것.

문제는 세월호를 폐선 처리하고 다른 배를 투입한다 해도 선령이 20년 이상 된 낡은 배란다. ? 新造船으론 이익낼 수 없는 구조. 대중교통요금 억제정책 때문. 다른 공공요금을 보자. 지하철철도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이 모두 적자운영임. 요금이 턱없이 싸기 때문.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와 방만한 운영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싼 운임으론 경영 합리화나 서비스 향상 기할 수 없음. 특히 안전은 보장 안 됨.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없건만 대중교통요금을 묶어두고 오늘도 우리는 생명을 담보로 길 위를, 물 위를 달린다. 이런 정책 계속되는 한 사고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음.

누적 적자투성이의 교통요금은 결국 정부가 감당. 국민 세금으로 빚잔치하는 셈. 국민혈세가 이런 데 쓰이고 있다니 한심하지만 어떤 정치인도 관료도 잘 언급 안 함. 표를 갉아먹고 인기 없는 발언이기 때문. 근본을 뜯어고쳐야.대중교통요금을 현실화해야. 나같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오른 기차비로 서울부산 다니고, 노약자차상위 계층학생 등에게는 할인율을 적용. 바우처 제도나 쿠폰 사용도 좋음. 민간 여객선에도 적용하자. 그러면 신조선도 인천-제주간 취항할 수 있고, 안전시설 철저점검할 수 있고, 200만 원짜리 선장 쓰지 않게 됨. 이러고도 위반하면 법의 이름, 국민의 이름으로 응징해야. 이 말을 세월호 관련자 봐주자는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것. 대중교통 등 안전시설만큼은 정부 비용을 들여서라도 철저히 해야 함.

 

17. 국민 여러분께 - 나는 공동체의 일원이다!

세월호의 억울한 희생자와 유가족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만든 이도, 제대로 기능 못한 구조인력도, 초기 혼선 빚은 정부 관계자도, 장관과 총리도, 자원 봉사자도, 아깝게 희생된 잠수사도, 연일 비판하는 시민단체나 선거에 묻혀버린 여야 정치인도 모두 우리 국민임. 세월호 실종자가 아직도 깜깜한 바다 밑에 갇혀 있는데도 이곳저곳서 사고가 터지고 아까운 목숨들이 희생당하고 있음. 세월호는 우리의 무지와 나의 안이함이 낳은 결과임. 수출 잘되고 올림픽 금메달 딴다고 마치 일류가 된 듯 착각하며 살아왔음. 큰소리치며 지시만 하거나,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하거나, 적당히 반대만 하면서 그저 그렇게 폼 잡고 살 수 있었음. 세월호로 우리의 수준이 여실히 드러났음. 국가관도 애국심도 사명감도 소신도 책임감도 명예도 자존심도 용기도 전문성도 지도력도 협동심도 모두 모두 부족한 우리였고 나였음.

바닷속 외로운 넋이 되신 분들은 위대한 영웅들임. 살아 있는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만듦. 누구도 그들만큼 훌륭하지도 용감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았음. 이류국가의 이류국민인 우리의 실체를 분명히 느끼게 하고 우리 대신 죽은 일류, 아니 초일류 대한민국 시민임. 그들을 나중에 우리가 죽어서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게 보려면 지금부터 노력해 잘못을 뜯어고치고 실천해야 함.작은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됨. 내 안의 평형수는 정량을 채웠는지 늘 점검하고 보충해야 함. 상대적으로 부족한 공중도덕(질서의식)부터 충실히 지키는 습관을 들이기 바람. 당장에 힘든 것 참고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 조그마한 것부터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하자고 감히 말씀드림. <>

 

<**국가로부터 큰 은혜 입고 과분한 직책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앞으로 무엇을 맡을 일은 없을 것이다. 숲에서 나와 숲을 바라보는, 길 떠나온 나그네의 시각으로 충정을 몇 자 적어보았을 뿐임.>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학생 2014.06.02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이 배우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2. BlogIcon 배준영 2014.06.02 2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장님의 생각이 구현되면 좋겠습니다.

  3. 스마일어게인 2014.06.03 05: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숲을 벗어나자 비로소 숲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이제 숲으로 다시 들어가시는 게 어떠실는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이대로 2014.06.03 0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애쓰셨습니다.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기 바라고 빕니다.

  5. BlogIcon 안영환 2014.06.03 16: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속이 후련합니다

  6. BlogIcon 김진욱 2014.06.03 1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야당지지자 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상식적이고 실용적인 보수 의견에는 더욱 공감합니다. 인터넷으로 자주 제언을 하시면서, 경험에 바탕한 충고를 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 BlogIcon 호야호야 2014.06.03 2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격려고맙습니다.그러나 이런 블로그에서 제가 정치문제 언급하는일 앞으로는 없을 것입니다. 정치는 마약같아서 마음비운 사람에게 유혹생길지모르니까 딱끊어야 겠습니다. 후배님들이 정말잘해주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7. BlogIcon 문용주 2014.06.10 1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가와국민의 미래는 삶과정치슾을 통득한 지혜자를 기다립니다 건강하시어 오래토록 말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문용주

  8. BlogIcon 최석태 2014.06.12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말씀 가슴에 와닿습니다. 곧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사모님도 잘 계시죠?

  9. BlogIcon 김상균 2015.02.23 0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이나 잘하세요 천륜을아시나요 고성군이고향맞나요

  10. BlogIcon 김상균 2015.02.23 0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이나 잘하세요 고성군이 고향맞나요?

 

가슴 아프다. 인재(人災)와 관재(官災)가 어우러진 최악의 합작품이다. 아무 죄 없이 희생된 착하고 온순한 저 어린 것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성수대교가 끊어졌을 때도 이렇게까지 참담하고 분노가 치솟진 않았다. 그 사고들은 수습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졌지만, 이번 참사는 대피와 구조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사상 최악의 희생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총체적 부실이 낳은 전근대적후진국형 사고의 전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발생부터 수습까지 낙제점으로 일관했다. 예고된 비극이었다. 기본을 안 지키는 것이 얼마나 큰 재앙의 불씨가 될 수 있는가를 통렬하게 보여주었다. 하드웨어보다 더 엉망인 것은 소프트웨어였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기본 매뉴얼조차 몰랐거나 아예 무시해 버렸다. 탑승자들은 사전에 그 어떤 안전 교육도 받지 못했다. “구명조끼 입은 채 선실 안에 가만있어라라는 엉터리 방송만 없었어도 수백 명은 더 살 수 있었다. 배와 승객을 버린 채 앞을 다투어 탈출한 뱃사람들은 국제적으로 비난과 조롱거리가 되며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책임감도 직업윤리도 바다 깊숙이 침몰해버렸다. 대책본부는 전혀 역할을 못한 채 발표 내용을 수정번복하고 사과하기 바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꼭짓점으로 치달았다. 언론의 부정확한 보도, SNS의 괴담과 유언비어는 여전했다.

이 모두가 1류는 커녕 2류 아니 3류 수준을 못 벗어난 이 나라의 제복 입고 완장 차고 호령하는 나 같은 기성세대와 우리가 관리운영해온 부실한 사회 시스템 탓이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다.

큰 사건이 나면 대책이라고 나오는 것이 뻔하다. 금지시키고 사람 바꾸고 새로운 조직 만드는 것이다.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었으니 신선도도 효용성도 많이 떨어졌건만 판박이로 계속되니 잊을 만하면 사고가 다시 터진다. 이 글 쓰고 있는데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하고, 대통령도 수리한다고 한다. 총리도 물러나는 것밖에는 별 도리가 없는 분위기를 파악했을 것이다. 인격과 인품을 갖춘 분 같았는데 뜻도 못 펴고 아깝게 되었다. 이제 바야흐로 개각과 인물 하마평으로 부산스럽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그 동안 우리나라 장관의 평균 수명은 1년 남짓이다. 정권 한 번 바뀔 때마다 100여 명의 장관이 등장했다 물러나니 인재가 남아나질 않는다. 미국 같은 큰 나라도 장관은 특별한 일 없으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한다. 경륜과 소신비전을 갖추려면 갈고 닦는 데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또 까다로운 청문회를 통과할 만큼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사람 많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가까스로 통과해 입각을 해도 대통령여당야당 눈치 살피느라 공무원 장악할 틈도 없다. 공무원들 눈치 9단이다. 그들은 다 안다. 앞에서 하고 돌아서서 딴 짓하다 시간만 뭉개면 장관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선다. 국회의원은 선거 때마다 50%가 바뀐다. 조직과 기구의 절반이 바뀌는 것이다. 4년간 국민의 실망이 분노 수준이었음을 방증한다. 하원의원 재선율이 90%에 가까운 미국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이다. 제도와 관행의식은 안 변하고 사람만 바뀌니 정치는 요동치고 정책은 불안하다. 보리밭 갈아엎고 새 보리 심는다고 쌀 나오지 않는 법이다. 조직이든 사람이든 바뀌면 새로 정비하느라 몇 달이 걸린다. 예전에 공들여 만든 정책들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결국 국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가장 신선한 개선책처럼 보이는 것이 컨트롤 타워, 종합 대책본부의 신설 내지 확충이다. 전 정부 때 IT 컨트롤 타워 만들자고 역설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러나 한마디로 이번 사건, 대책본부가 없어서 잘못 수습하고 혼선을 빚는 것이 아니다. 총리가 있었고 청와대가 있었고 장관이 두 명 밤을 새워 지켰다. 문제는 합동연합역할 분담이 안 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탓이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총은 녹슬게 마련이다. 우리는 스스로 ‘IT 강국이라 하면서도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활용하는 일은 하지 못한다. 칸막이를 치우고 벽을 허물어야 한다. 해마다 두세 번만이라도 부처간기구간사람간 합동 훈련을 했더라면 이런 수준 이하 결과는 안 나온다. 이번에 구조팀을 비롯해 관련 공무원들의 노고는 눈물겹다. 그런데도 유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전쟁이 나지 않아도 국군은 육해군 합동으로 수없이 많은 실전 훈련을 한다. 재난 사고는 해마다 숱하게 발생하는데 왜 부처간 합동 훈련을 하지 않는가. 언제까지 말로만, 서류로만 건성건성 넘어갈 것인가. 해당 공무원 역시 그 자리에서 1년만 버티면 다른 곳으로 전보 가기 때문인가. 새로운 종합 컨트롤 타워는 한마디로 옥상옥이다. 현재의 재난대책본부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부터 먼저 고민해보라. 이런 식이라면 매번 사고 날 때마다 하나씩 만들고 없애야 한다. 분야별로 사명감 있고 숙련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런 일은 생색나지 않으니까 알면서도 그 동안 미뤄둔 것이다. 종합 컨트롤 타워가 절실한 곳은 따로 있다.

안전을 중시한다고 행안부에서 안행부로 바꾼 정부다. 이름은 바꾸었지만 의식은 옛날 내무부 수준 아닌가 생각해보라. 금지제한축소허가심사 같은 얘기는 이제 더 이상 관심도 못 끌 대책이다. 이것이야말로 부처가 힘쓰는 새로운 규제다. 이런 대책만 나오면 공무원들 표정 관리하기 바쁘다. 자율적으로 정하면 될 일을 또 정부에 간섭권을 주는 것이다. 규제는 이런 식으로 생긴다.

해수부 부활이 만능은 아니었다. 역시나 가재는 게 편이었다. 해수부해경해운조합해운업체 사람들의 유착 관계는 뿌리 깊고 끈끈했다. 이번 일로 드러난 먹이사슬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원전 비리, 저축은행 사건에서 보듯이 다른 곳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오죽하면 전현직 관료와 마피아를 짝지은 해피아’ ‘모피아’ ‘교피아’ ‘산피아’ ‘원전 마피아같은 합성어가 유통될까. 심지어는 이들을 통칭해 관피아라 부른다. 관료를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전락시킨 것은 관료 자신들이다. 한 가지, 이 사건 이전에 해수부 부활이 안 되었다면 모든 책임이 거기로 쏟아져 내각 총사퇴 압력을 배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신의 직장은 빈 말이 아니다. 너도 나도 기를 쓰고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물론 관련 업체에 생판 모르는 사람을 보낼 수는 없다. 관련 공무원보다 더 나은 전문가 집단이 있을까? 다만 이들이 가서 나아진 것도 없고 국민이 반기지도 믿지도 않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유착 관계, 불법 거래, 실적 저조, 비정상, 비능률이란 수식어로 평생 공직에 봉사한 명예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공무원이 가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명예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엄단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사람과 조직만 바꾸는 한 우리는 계속 2류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의식과 사고를 바꾸어야 한다. 관련 분야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고 활용하려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 마음에 젖어들어 행동해야 한다. ‘국민이란 말 참 조심스럽다. 사건이 터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국민을 팔아 이권 챙기고 한 자리 차지하려는 세력이 아직도 만만찮다. 인사권자는 이들을 가려내는 안목과 견식이 있어야 한다. 농사꾼은 벼와 피를 안 보고도 가려낸다.

기득권과 고정관념 탈피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른바 진보와 보수가 고질적으로 대립해왔다. 변화와 성찰 없이 진영 논리에 갇혀 어느새 기득권 옹호 세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진보가 불변하면 보수가 된다는 사실을 한국의 꼴통 진보만 모르는 것 같다. 보수는 보수대로 자극과 경쟁이 없으니 더욱 진부해지는 것이다. 기껏 국회에서 세율을 얼마 더 높이느냐 낮추느냐를 놓고 날밤을 지새운다. 국민 눈에는 허송세월하는 것으로 비친다. 본질은 없고 변죽만 울리는 전형적 2류 행태다.

사회가 급속도로 변하면서 이익 집단의 목소리가 강성해지고 분화분파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저성장저고용의 만성화로 파이를 키우기가 힘들어지자 내 것은 챙기고 남의 것은 빼앗는 일종의 강박관념까지 생겼다. 치열한 기득권 지키기 사회가 되었다. 공무원부터 노조에 이르기까지 이 점은 난형난제다. 부처간이익 집단간 협조와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정부의 조정 능력이 떨어진다. 법이 사회 변화를 못 따라가고 법과 명령규제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는데도 아직 구태에 젖어 있으니 2류 탈피를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범국민범국가적 차원의 어젠다로 설정,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서야 겨우 가능할 일이다.

흉내는 원숭이도 낼 수 있는 법, 말로써 하란다면 개혁은 벌써 완성되었다. 총체적 부실인 만큼 대응 또한 총력적이라야 가능하다. 내 살을 도려내고 내 뼈를 깎아내겠다는 그런 각오, 그런 자세라야 2류 탈피를 할 수 있다. ‘사람만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바뀌어야 한다. 철학과 사고가 바뀌고, 시스템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려면 대통령부터 국민 마음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가슴으로 아픔을 함께 하는 지도자, 그 진정성이 확인될 때 국민은 움직일 것이다. 2류라는 꼬리표도 그때 비로소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갈 것이다.

 

 김 형 오

 

블로그에 올린 글이 [2014-04-29 파이낸셜 뉴스]에 특별기고로 실렸습니다.


 

Posted by 김형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하등시민 2014.04.28 1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울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이 아픔을 딛고 대한민국의 저력이 다시 살아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 BlogIcon 이제영 2014.04.28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구절절이 옳은 지적입니다. 이제는 겸허한 자세로 근본부터 다시 세워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서 하나하나, 차곡차곡 다시 쌓아 나가야합니다.

  3. BlogIcon 엄경용 2014.04.28 16: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사회어른들이 좀 더 솔직하게 반성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의장님 글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더 많은 어른들이 의장님 뜻에 동참했으면 합니다

  4. 피닉스 2014.04.28 2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런 시집 제목이 생각납니다. 아니, 사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되풀이하니 더 화가 나고 분노가 들끓는 거죠.

  5. BlogIcon 영도주민 2014.05.11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더러운 세상을 바꿀수 있는게 정치인들 아닙니까? 도대체 5선 하시는 동안 머하셨습니까? 국회의장하시면서 머하셨습니까? 정말 통탄스럽습니다. 의장님. 다시 한번 정치판에 들어와서 더러운 대한민국 갈아엎어주세요. 지긋지긋합니다.